국내 대기업들이 총수를 중심으로 국내외 경영환경과 시장상황 대응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에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한편, 글로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탓이다. 하반기를 맞아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의 행보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고해상도 AR용 글래스 생산 스타트업 '레티널'의 기술 설명을 듣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고해상도 AR용 글래스 생산 스타트업 '레티널'의 기술 설명을 듣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국내 대표 유통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해온 롯데그룹이 식품분야를 제외한 여러 사업에서 부진을 겪으면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최근 하반기 경영 방침을 논의하는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열고 긴밀한 전략을 세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도약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롯데그룹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사업 적자로 인해 악화된 재무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같은 주범으로는 롯데케미칼의 부진이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의 핵심 화학군 계열사로서 본래 그룹을 지탱해온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2021년 기준 롯데그룹 전체 매출액 중 33.8%가 롯데케미칼과 산하 화학계열사에서 나왔다. 화학사업의 매출이 유통(25.5%)과 건설(렌탈, 인프라 포함 21.8%)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이다.

그러나 석유화학 업황이 다운 사이클에 접어들고 중국발 공급 과잉까지 맞물리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 중국의 저가 물량이 대거 들어오면서 경쟁력을 잃게 된 것이다.

결국 롯데케미칼은 2022년 연결 기준 722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고 지난해에도 333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는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으로 이차전지 소재 사업도 주춤하고 있어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내 비중이 컸던 화학군의 불황과 함께 롯데 유통계열사들도 고물가·고금리로 부진을 겪고 있어 롯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온 등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쇼핑의 매출은 2015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감소세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온의 적자가 심각한 상황으로, 유통계열사에 전반적으로 부담을 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온이 이커머스 업계 출혈경쟁 속에서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이커머스 성장세를 감지한 롯데그룹은 2020년 롯데백화점과 마트, 홈쇼핑, 하이마트 등 유통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통합하는 플랫폼으로서 롯데온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롯데온은 출범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도 미미하다.

상황이 이렇자 롯데그룹은 하반기 변화를 주기 위해 분주해지고 있다. 신사업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기존 사업의 부진을 타개할 새로운 전략을 구상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신동빈 회장은 그룹 임직원들에게 "예상하지 못한 위기가 발생 하더라도 이를 극복하면서 지속성장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주길 바란다"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도 경영목표 달성 및 재도약을 위해 경각심을 높여줄 것을 단호하게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그룹의 쇄신 작업이 하반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송도 바이오 캠퍼스 착공식. 롯데바이오로직스 제공
송도 바이오 캠퍼스 착공식. 롯데바이오로직스 제공

롯데의 유통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롯데쇼핑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하이마트와 롯데마트·슈퍼, 롯데백화점 등을 전반적으로 리뉴얼(재단장)하며 변신을 시도한다.

먼저 하이마트는 매장 리뉴얼부터 PB상품 재출시, 온라인 개편, 인력구조 개편 등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혁신에 나선다. 롯데백화점도 부진 점포 효율화 작업에 매진하는 가운데 잠실점 등 일부 점토 리뉴얼 투자 계획과 프리미엄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 브랜드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쇼핑·슈퍼는 '신선'에 초점을 맞추고 그로서리 상품 판매에 집중하면서 오프라인 강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가장 개선이 시급한 롯데온은 임직원들이 본격적인 하반기 대비를 위해 따로 모여 전략을 집중 논의한다. 이달 말 임원과 팀장들이 하반기 워크숍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포트폴리오 개편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공세가 아직 강하지만 ▲기초화학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 소재 ▲수소에너지 등 5개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면서 궁극적으로 2030년까지 범용 제품 매출 비중을 30% 이하로 낮추고 첨단소재 매출은 8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그룹의 새 성장동력을 '바이오'로 삼고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다. 신 회장의 후계자인 오너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사업을 이끄는 가운데 인천 송도 캠퍼스 건설에 돌입한 상태다. 완공까지 시일이 걸리는 만큼 화학사업과 유통사업의 후방 지원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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