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회장 “선도 증권사 위상 확보, 시장 예상보다 빠를 것”
10위 ‘대신증권’ 연내 자기자본 4조원…18위 우투 1조1500억원
우리투자증권(우리금융 계열 증권사)이 1일 공식 출범했습니다.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구 펀드수퍼마켓)의 합병을 통해 우리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지난해 초 금융위원장 출신 임종룡 회장이 우리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내세웠습니다. 경쟁사인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과 비교해 부족한 비은행 계열사 확충 약속을 처음으로 공식 실현한 셈입니다. 특히 임 회장은 우투증권이 우리은행 등 관계사와 시너지를 통해 빠르게 정상권에 안착할 것을 강조합니다. 얼마나 실현가능한 이야기일까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금융그룹 산하에 우리투자증권이 있었으나 10년전 임종룡 회장이 이끌던 NH금융지주 산하로 매각되며 NH투자증권이 되었습니다. NH투자증권은 현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빅3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 대형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를 천명한 이후 뚜렷한 움직임이 없자 시장에선 궁금증이 증폭됐고, 우리금융그룹 입장에서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됩니다. 당초 WM(Wealth Management, 개인 자산관리부문)의 경쟁력이 있는 대형사를 인수한다는 계획을 수정, 명맥만 유지하다시피 했던 포스증권을 합리적인(?) 조건에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해 덩치를 키우는 방향으로 선회한 배경입니다. 동시에 우리금융은 ABL생명보험과 동양생명의 동시 인수를 위해 실사를 진행중입니다. 연내 비은행 라인업 확충을 마무리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입니다.
지난 달 24일 금융위원회 최종 합병 인가를 거쳐 증권사로 거듭난 우리투자증권의 초대 CEO 남기천 대표는 1일 ‘디지털과 IB가 강한 종합증권사’라는 지향점을 공식화했습니다.
지점이 없이 온라인 펀드판매를 해온 포스증권의 플랫폼 노하우와 우리종금이 영위해온 발행어음 업무와 기업여신 비즈니스를 통해 이른바 CIB(은행과 증권 IB 통합) 체제로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증권업계에선 새로운 플레이어의 탄생에 ‘경계 반, 호기심 반’이라는 반응입니다.
한 증권사 대표는 “명실공히 4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탄생이라는 점, 투자금융(IB) 부문의 그룹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업계에서도 긴장하는 분위기”라면서도 “다만 WM 부분의 기반없이 대형증권사로 조기 진입이 가능할 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5대증권사 중 WM부분에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곳은 없습니다. 자기자본기준 1위 미래에셋증권부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까지 톱5 모두 IB부문 경쟁력과 더불어 WM부분에 확고한 위상과 고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는 지난 수년간 IB부문 확대를 강조해왔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상당부분 대체투자(AI)의 일종인 부동산 투자에 집중해왔습니다. 그 결과 코로나19 등의 상황을 지나며 회사 전체 손익 악화와 리스크관리 문제를 노출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 삼성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 등은 HNWI(High Net Worth Individual)라 불리는 VIP 중심의 영업을 통해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습니다. 특히 50인 미만의 VIP들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 결성 등을 통해 IPO, M&A, 기업금융 투자 참여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가 하면, 퇴직연금 연계 비즈니스, 신탁 및 유언과 상속, 패밀리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WM과 IB의 결합을 통한 수익 창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가 초기 규모가 있고 WM경쟁력이 있는 회사 인수를 천명한 것도 이런 상황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합니다.
자기자본 1조1500억원으로 18위 수준에서 시작하는 중형증권사 우리투자증권이 대형사 기준으로 여겨지는 톱10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연내 자기자본 4조원 달성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거듭나기 위해 사옥 매각이라는 강수까지 둔 10위 대신증권을 넘어서야 합니다.
톱10에는 앞서 언급된 5개 증권사 외에도, 우리투자증권의 타겟이 될 하나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그리고 실질적인 롤모델로 종금사 모델을 가졌던 메리츠증권, 국내외 브로커리지 시장 점유율 30%를 넘어서는 키움증권까지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자기자본 1조1500억원으로 시작하는 우리투자증권이 5년내 규모를 4배 이상으로 키워야 톱10 진입이 가능합니다. 다른 증권사도 그 사이 성장하지 않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세간의 우려를 인식한 듯 임종룡 회장은 1일 출범식에서 “2조원 규모의 계열사 공동펀드를 조성해 우투증권이 모든 역량을 발휘하도록 그룹의 가용자본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의 역량과 출범하는 회사로서의 지향점에 대해 존중을 표한다”고 전제한 후 “다만 우리금융이 지속적으로 IB부문의 역량을 강조하지만 아직 경쟁사 대비 뚜렷한 수월성을 증명한 바 없고, 오랜 기간 업력을 쌓고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는 경쟁사들을 짧은 기간내에 따라잡을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평가를 유보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