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양궁, SKT-펜싱 등 뚝심있는 지원 인정받아
사격 지원해온 한화 눈길.. 행보 종료는 아쉬운 편

김우진 양궁 선수(왼쪽)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서로 악수를 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이 김우진 양궁 선수와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2024 파리 올림픽이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양궁과 사격, 펜싱 등 주요 종목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관련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당초 예상을 넘어서는 메달 소식 속에 후원을 통한 기업 철학이 부각되며 톡톡한 기업 홍보 효과가 눈에 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눈길을 끈 종목은 금메달 5개를 석권한 양궁이다. 양궁을 수십년간 지원한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번 올림픽 마케팅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985년부터 40년간 한국 양궁의 발전을 위해 지원해왔다. 이는 단일 종목 스포츠단체 후원 중 최장 기간이다. 1985년에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고 2005년부터 정의선 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을 연임하고 있다.

이번 파리 올림픽을 위해서는 진천선수촌에 양궁 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을 재현한 실전 연습 환경을 제공했다. 또 슈팅 로봇을 비롯한 첨단 R&D(연구개발)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특별 훈련 등을 지원했다.

특히 정의선 회장의 양궁을 향한 적극적인 지원이 현지에서 집중 조명됐다. 정 회장은 개막식 전에 현지에 미리 도착해 선수들의 준비 상황을 직접 챙겼으며 양궁 경기 내내 현지에 체류하며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가 양궁을 시작했을 때부터 노력하셨던 선대 회장님이 계시고 협회 시스템도 그때부터 만들어지면서 전통이 이어져 왔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협회와 우리 선수들, 모든 스태프들의 믿음 같다. 서로 믿고 했기 때문에 한 마음으로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양궁을 지원만 할 뿐 선수단 선발이나 협회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등 투명성과 공정성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또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대한양궁협회는 '유소년대표(초)-청소년대표(U16)-후보선수(U19)-대표상비군(U21)-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을 체계화할 수 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번 올림픽에서 예상보다 더 선전을 보여준 펜싱 종목도 주목받으며 그 뒤를 지켜온 SK텔레콤의 공도 부각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펜싱은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3연패를 달성했다. 여자 사브르 단체전도 개최지인 프랑스를 꺾고 결승전에 진출해 첫 메달을 따냈다.

SK텔레콤은 지난 2003년부터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으면서 20년 넘게 지원해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처럼 SK텔레콤 역시 이번 파리 올림픽을 위해서 진천선수촌에 올림픽 경기장과 같은 규격의 경기대와 환경을 조성해 펜싱 선수들의 훈련을 도왔다.

양궁과 펜싱에 이어 이번 파리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는 사격이 거론되고 있다."활(양궁), 칼(펜싱)에 이어 총(사격)까지 잘한다", "한국이 역시 무기를 잘 다룬다" 등 재치 있는 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기도 했다.

이에 그간 한국 사격 발전의 배경이 됐던 한화그룹에 눈길이 쏠린다. 한화그룹은 지난 2001년 한화갤러리아 사격단을 창단하고 2002년 대한사격연맹 회장사를 맡는 등 20년 넘게 꾸준히 사격을 지원해왔다.

다만 한화그룹이 지난해 11월에 대한사격연맹 회장사에서 물러나면서 공식적인 지원은 종료한 상황이라 마케팅 효과는 앞선 두 기업 보다는 낮은 모습이다. 그래도 그간의 한화그룹의 지원이 있었기에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냈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이처럼 기업들의 스포츠 후원이 의도와는 다르게 기업들의 홍보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서로 윈윈(win-win)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공식 후원사가 아님에도 올림픽 기간 중에 기업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가 신제품 '갤럭시 Z 플립6' 등을 지원하며 특별히 올림픽 내 사진 촬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행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다만 메달이 걸린 경기들에 대한 주목도가 더 높아 자연스럽게 물심양면 후원해 온 기업들에 눈길이 더 쏠리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묘한 신경전이 있기도 하다. 여자 배드민턴 단식에서 28년 만에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가 주인공이다. 안세영 선수가 소속돼 있는 삼성생명과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후원하고 있는 KB금융에서 서로 선수 자랑을 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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