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당국 관계사 부당지원 점검 의식한 ‘과도한 자기검열’ 의심
10명 중 3명 쓰는 키움증권 MTS…관계사 키움운용 역차별 논란

키움증권 본사 사옥이 위치한 여의도 TP타워 전경. 키움증권 제공.
키움증권 본사 사옥이 위치한 여의도 TP타워 전경. 키움증권 제공.

키움증권이 연금ETF 거래 수수료우대 이벤트를 진행하며 주요 운용사들과 협업하는 가운데 막상 관계사인 키움자산운용을 이벤트에서 배제시킨 것을 두고 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관계사 부당지원’ 이슈에 거론되지 않기 위해 과도한 자기검열을 한 것이 아니냐는 게 업계 관측이다.

7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연금 ETF 거래 수수료를 1년 동안 받지 않고(유관기관수수료만 부담) 연금저축계좌 신규고객과 타사로부터 이전해오는 고객에게는 금액별로 최대 100만원의 신세계 상품권 지급 이벤트를 9월 말까지 진행한다.

이번 이벤트는 키움증권에서 연금저축 계좌를 새로 만들거나 타사 연금저축 계좌를 키움증권으로 이전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기존에 키움증권에 연금저축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도 이전 완료된 연금계좌에 혜택을 적용 받을 수 있다.

신규 및 이전 고객은 순입금액에 따라 최대 100만원까지 신세계 상품권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은행 또는 보험사에서 연금저축을 이전했다면, 순입금액 산정 시 이전 금액을 2배로 인정 받을 수 있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운용사의 면면이다.

1,2위를 다투는 삼성(KODEX), 미래에셋(TIGER), 최근 기세를 올리는 한투운용(ACE)과 타임폴리오(TIMEFOLIO) 등이다. 최근 광고모델 임시완을 기용 ETF명을 ‘RISE’로 바꾼 KB자산운용은 아예 키움증권과 단독 마케팅 행사를 하고 있고, 또 다른 강자인 신한자산운용은 자체 마케팅 행사를 진행중이라 이번 행사에서는 빠졌다는 게 해당 회사들의 설명이다.

업계의 관심은 관계사인 키움자산운용의 불참이다.

키움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에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보다 먼저 ETF시장에 참여한 회사이면서도 최근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존재감이 퇴조한 상황이다. 개인 거래고객 10명 중 3명 이상이 사용하는 거래시스템을 확보한 관계사 키움증권의 이벤트 행사에 빠진 것이 의아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자산운용사 마케팅본부 상무는 “최근 금감원이 자산운용사들의 ETF 영업 과정에서 부당한 계열 판매사(은행 및 증권사)의 지원이 없었는지 들여다보겠다고 선언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계열사가 운용사의 ETF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불건전 영업행위가 있었는지 또는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 행위가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자산운용사가 공생관계인 증권사들에 혜택을 주고 그 대가로 자산운용사의 ETF를 매수하는 사례가 있다”며, “증권사는 주식 매매 수수료를 챙겨 좋고 자산운용사는 ETF규모를 불려서 좋은 식”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오는 8일 자산운용사 CEO들과 만남의 자리를 예정하고 있는 가운데, 이 자리에서 ETF 부당거래 금지에 대한 지적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관계사인 키움자산운용의 이벤트 불참 사유를 묻는 질문에 “이번 이벤트는 그 마케팅 비용을 해당 운용사들이 일부 부담하는 것으로 강제의 성격이 없으며 각 운용사의 판단 하에 참여 여부를 결정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키움자산운용 관계자는 “일각에서 이번 키움증권 행사 참여 불참 사유를 최근 감독당국의 움직임과 연관해 보시는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자체적인 판단일 뿐 그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당시 사건을 불과 이틀 남긴 같은 해 4월 20일 다우데이터 주식 140만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매도, 미공개 정보 부당이용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다만 최근 검찰로부터 관련 사항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은 상황이다.

한 업계 고위관계자는 “키움증권이 코로나19를 지나며 개인거래 폭발과 함께 순이익이 급증하며 초대형IB 진입을 서둘렀으나 SG증권발 사태로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겨 발목을 잡히며 연내 진입을 다시 준비중인 것으로 안다”며, “타사와는 손을 잡으면서도 관계사와는 시너지를 내지 않는 것은 초대형IB 진입의 핵심인 대주주적격성을 들여다보는 감독원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관계사 부당지원 이슈에 휘말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려는 ‘지나친 자기검열’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키움증권은 지난 달 초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발생한 전산 오류로 일부 종목 주가가 잘못 표기되며 시장가주문을 낸 고객들이 그 오류만큼 미수금을 물어야 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리스크관리 이슈가 다시 제기되기도 했다.

앞선 관계자는 “키움증권 측은 당시 사건은 키움증권 이슈가 아니라 미국 증권거래소의 입장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지만, 초대형IB로 가는 과정에 감독당국의 눈 밖에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라며, “국내 최다의 개인거래 고객을 확보하고 있고, 신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주식 거래에 있어 국내보다 더 많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지점 없이 온라인 거래가 전부인 만큼 시스템 오류 등 크고 작은 이슈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 리스크관리에 대한 부담이 무거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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