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사 1분기 이어 2분기도 실적 하락
​​​​​​​후판가격 하락·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등 하반기 악재 겹쳐

포스코 포항제철소 3고로. 포스코그룹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 3고로. 포스코그룹 제공

철강 수요 감소와 중국 저가 공세 등으로 상반기 불황을 겪은 철강업계가 하반기에도 험난한 보릿고개를 날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으나 상반기를 지나면서 후판가격 하락,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등 수익성을 해치는 요소들이 나타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 기업들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실적이 저조하면서 올해 상반기 하락길을 걸었다.

포스코홀딩스의 철강 부문 자회사 포스코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9조2770억원, 영업이익은 4180억원에 머물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9.9%, 영업이익은 50.3%나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414억원, 영업이익은 980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4%, 78.9% 감소한 규모다.

지속된 경기침체와 중국 저가 공세 등의 영향이 상반기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건설, 자동차 등 전방산업이 여전히 부진한데다 중국이 자국 내에서 소화 불가능한 물량을 싼 값에 해외로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철강업계는 위기 타개 전략을 속속 내놓고 있다. 포스코는 본업 강화를 위한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며 위기 타개에 돌입했다. 2025년 3분기 국회 승인 이후 하이렉스 데모플랜트 프로젝트를 정부의 수소환원제출 실증사업과 연계해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4월부터는 전기용융로 시험 설비를 통해 첫 용선(쉿물) 생산에 돌입하는 등 실증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전기용융로는 시간당 최대 1t을 생산할 수 있다. 고로 개수가 마무리된 만큼 하반기에는 조강생산 능력이 확대돼 매출 확대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탄소저감 자동차 강판 및 전기차용 신강종 개발 등 자동차 소재 기술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고객마케팅을 확대하고 글로벌 차강판 판매비중을 전년 대비 3%p 증가한 21%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철강사들이 위기 타개 방안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망은 밝지 않다. 최근 철강업계가 조선업계와 장기간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후판가격 협상을 타결했지만, 철강업계가 바랐던 인상이 아닌 '소폭 인하'로 마무리되면서 어려운 상황이 됐다.

철강사와 조선사의 후판가격 협상은 이미 상당히 지연된 상태였다. 상반기 협상은 통상 4, 5월쯤 끝나는데 7월 말에서야 겨우 마친 것이다.

양측은 90만원 중후반대이던 1t당 가격을 90만원 초반대로 낮추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측이 한 발 물러선 셈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중국산 저가 후판의 공급 과잉 문제가 작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으로 인해 후판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어 국내 철강업계가 원하는 대로 가격을 올릴 수 없었다는 의미다.

당진제철소 후판 생산 현장. 현대제철 제공
당진제철소 후판 생산 현장. 현대제철 제공

철강업계 매출의 10~15%대를 차지하는 후판의 가격이 하락한 점이 철강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전망이다. 앞서 2022년에는 후판가격이 1t당 120만원대 수준이었다.

여기에 정부가 4분기부터는 상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악재를 한 번 더 만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는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관계부처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11월 ㎾h당 10.6원(계약전력 300㎾ 이상 기준)이 인상돼 현재 153.5원인 상태인데, 이 상업용 전기요금은 철강 제품 원가의 10~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전기료 ㎾h당 1원이 인상되면 연간 원가 부담은 제철소 규모에 따라 수십억원에서 백억 단위로 늘어나는 형태다.

아직 인상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철강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악재가 겹치자 업계 안팎에서는 업황 부진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소재산업환경실장은 "하반기 실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수익성 방어가 어렵게 환경이 변화하면서 철강업계의 올 하반기도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철강업계가 험난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엇갈리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단합되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후판을 생산하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중 현대제철만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중국산 후판 반덤핑 제소를 한 것이다.

중국은 자국 내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후판을 전세계에 저가로 밀어내고 있는데, 중국산 후판은 국내산 후판보다 t당 10만원 가량 저렴하다. 

현대제철은 피해가 크다며 반덤핑 제소에 나섰으나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고심하고 있다.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무역 문제가 있어 반덤핑 제소를 통해 얻는 이익과 손해를 따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 차원의 조사는 국내에서 해당 제품 생산량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자나 반덤핑 조사에 대해 찬반 의사를 밝힌 국내 생산자(무응답 제외) 중 50%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현대제철만 나선 상황으 조사가 시작된다면 예비 판정, 본조사 판정 등 절차가 진행된다.

중국산 철강 유입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873만t으로 전년 대비 29.2% 증가했다. 이중 중국산 후판 수입은 지난해 112만t으로 전년보다 73% 늘었으며 올해 상반기 누적 수입량은 68만8000t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12% 늘어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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