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내침체 및 환율 불확실설 확대 전망
일본에서 난카이 대지진 가능성이 부각되며 금융시장 불안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기상청의 경고대로 대지진이 발생하면 과거 동일본 대지진 사태 때 처럼 엔화가 상승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 중인 39개 일본 펀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15.63%로 집계됐다. 최근 일본펀드 수익률이 낮아진 건 난카이 대지진 공포감이 커진 탓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8일 일본 규슈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한 뒤 “난카이 해곡 대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평소보다 높아졌다”며 대지진 주의보를 내렸다.
난카이 해곡이란 필리핀해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섭입하는 섭입대로, 그 범위는 일본 수도권 서쪽인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진다. 일본 지질학계에선 난카이 해곡에서 100∼150년 간격으로 대지진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일본 현지 매체에 따르면, 기우치 노부히데 일본 노무라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지진 발생 대비 자체만으로도 경제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과거 한신 대지진이나 동일본 대지진 발생 후에, 경제 활동의 저하가 생긴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노부히데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 3월에 동일본 대지진 후 백화점의 매출은 도호쿠 지역뿐만 아니라 도쿄 지구 및 전국 기준으로 봐도 크게 떨어졌다”며 “한신·아와지 대지진 직후인 1995년 1월에도, 고베 지구뿐만 아니라 전국 기준으로도 백화점 매출은 일시적으로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대지진이 현실화 될 경우, 단순한 소비여력 저하 뿐만 아니라 생산자 공급망 차원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사고 영향으로 전력이 부족해 일부 자동차 공정에 큰 차질이 있었다. 자동차 산업은 복합적인 부품을 결합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 생산 과정에서 일부 원자재 및 부품 공급이 제때 조달되지 않을 경우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는 “지진 재해 후에는 자동차 등 고액 내구재의 소비를 자제하는 경향도 보이지만, 한편으로 생필품의 사재기 움직임도 생기기 때문에, 재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한정적일 것”이라며 “다만 여행·레저 산업의 경우 크게 위축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지진 불안감이 한국 시장에도 확산하며 한국인의 일본 관광수요가 위축될 여지도 있다. 차오신문 등 중국 현지 매체는 씨트립과 플리기 등 여행 플랫폼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온천지가 몰려있는 시즈오카현 이즈반도를 방문하려던 550여 명이 숙소 예약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에히메현 도고온천 관광지 여행을 예약한 중국인도 1000명 이상 취소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금 미지급 사태를 겪은 국내 여행사의 일본상품 판매 실적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일본은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여행지로 손꼽힌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일본에 여행을 간 내국인 관광객은 전체 비중에서 29.6%를 차지했다. 지진 공포가 이어져 일본 여행 상품이 줄줄이 취소될 경우 당장 3분기 실적에 미칠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엔화 가치가 불확실성에 있다. 지난달 일본은행은 단기 정책금리를 연 0~0.1%에서 연 0.25%로 인상했다. 정책금리는 한국의 기준금리 격이다. 일본은행이 이를 인상한 건 올해 3월 이후 처음이다. 이 영향으로 지난달 초까지 100엔당 800원대 후반이었던 원·엔 환율은 오늘 926원을 넘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중 엔화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인 ‘타이거 일본엔선물’은 최근 1개월 간 6.98% 상승했다. 엔화에 투자하는 레버리지형 상장지수증권(ETN)인 ‘메리츠 KAP 레버리지 일본 엔화’는 같은 기간 13.77% 뛰었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상승으로 앤케리 트레이드가 청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란 일본 엔화를 빌려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뒤, 금리가 높은 다른 통화로 투자하는 거래 전략을 말한다. 일본은 지난해까지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에 시장 투자자들은 엔화를 빌려 조달한 자금으로 채권, 주식,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장 지진이 발생할 경우 엔화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던 2011년 3월 엔화가치가 오히려 상승했다. 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복구를 위해 기업들이 해외투자금을 회수했다.
다만 “난카이 대지진이 당장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기상청은 “일시와 장소를 특정해 지진을 미리 안다는 정보 또한 헛소문”이라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대지진이 30년 이내에 발생할 확률을 70∼80%로 관측하고 있다. 당장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엔케이 트레이드 청산 효과에 따른 엔화 가치 상승 역시 머지 않아 해소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물론 일본의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불확실성은 남아있으나 시장 변동성을 초래하는 수준의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점에서 일본의 저금리 속에 오히려 채권으로의 엔케리트레이드는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