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5 순이익 5조원 육박…IFRS17 제도 안착 지연
당국, 연말까지 회계제도 개선방안 마련 계획

상반기 현대해상 순이익 및 ROE(자기자본이익률). 1년 사이 급증했다. 현대해상 IR자료 캡처.
상반기 현대해상 순이익 및 ROE(자기자본이익률). 1년 사이 급증했다. 현대해상 IR자료 캡처.

14일까지 이어진 2분기 실적공시 결과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지난 1분기에 이어 상반기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적용된 신회계제도 IFRS17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증가한 이익폭이 과도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우려 속에, 회계적 가정 적용 원칙을 두고 당국이 연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실적을 발표한 상위 5개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상반기 합산 당기 순이익(별도 기준)은 4조821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조9540억원) 대비 22%(8671억원) 증가했다.

특히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3사는 순이익이 1조원을 넘나들었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지난해보다 8% 늘어난 1조2772억원을, DB손해보험은 23% 늘어난 1조1241억원을 기록했다. 그룹이 원(One)메리츠를 선언하고 지주 중심 완전자회사화를 이룬 메리츠화재는 22% 증가한 9977억원으로 전통의 빅3 현대해상을 넘어 1조원에 육박한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현대해상은 순이익이 68% 급증한 8330억원을 달성했으며 KB손해보험은 8% 증가한 5462억원을 신고했다.

업계에서는 손보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 상반기까지 최대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것을 새 회계제도인 IFRS17 하에서 미래 이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인보험 판매에 집중한 결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 5개 손보사의 장기인보험 신계약 매출액은 35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 넘게 증가했다.

장기보험 손익 증가세도 눈에 띈다. 삼성화재가 8590억원에서 9048억원으로 1년 새 5.3% 증가했다. DB손보는 7024억원에서 8416억원으로 20%, 메리츠화재는 7178억원에서 8688억원으로 21%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은 2240억원에서 7340억원으로 228% 증가했다. KB손해보험 역시 4702억원에서 6200억원으로 32% 증가했다.

무·저해지 상품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도 보험사들 이익 증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무해지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 내 해지 시 환급금이 없지만, 보험료가 일반 상품 대비 20~30%가량 저렴하다.

이들 상품은 예상 해지율을 어떻게 가정하냐에 따라 이익 규모 차이가 벌어질 수 있는데, 금융당국은 일부 보험사들이 낙관적이고 자의적인 계리적 가정으로 해지율을 높게 설정해 CSM과 순이익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 특성상 보험료 수입을 통해 인식한 금액과 향후 나가게 될 비용을 예상해 그 차이만큼을 수익으로 잡게 되는데, IFRS17을 도입하면서 감독당국이 계리적 가정에 자율성을 부여하자 보험사들이 지나치게 자사에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회사에 따라 그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향후 당국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수치가 교정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선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올해 2분기 결산이 이뤄지기 전인 8월까지 IFRS17 제도 개선 방향 계획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개선안 마련이 늦어지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들이 CSM 확보 등을 위해 장기보험 과열 경쟁을 펼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의 회계제도 개선안이 서둘러 나와야만 이런 거품을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달 보험개혁회의에서 "연말까지 매월 회의를 개최해 판매채널, 회계제도, 상품구조 등의 종합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최근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실손보험과 IFRS17 쟁점 사항의 경우 가급적 연말 전에 빠르게 개선방안을 도출·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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