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최대 7000억대 영업익 불구 수수료 인상
獨 본사 압박에 이익 확대 급급.. 외식업 경영위기 초래
공정위 조사·쿠팡이츠 약진·정부 상생 요구 등 논란 '겹겹'
이용자 줄고 가맹점주 반발 날로 고조.. 상생안 마련 '급한 불'

배민라이더스 센터에 배달 오토바이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배민라이더스 센터에 배달 오토바이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배달의민족(배민)이 가맹업체들과의 '상생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상승했지만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압박으로 중개 수수료 인상, 구독 서비스 출시 등 여러 개선안을 내놨는데, 이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가맹업체들의 반발이 커지는 데다 소비자들도 외면하고 있는 탓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이날 구독 프로그램 '배민클럽'을 정식으로 출시했다. 배민클럽은 알뜰배달 배달비 무제한 무료, 한집배달 배달비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는 구독 멤버십 프로그램이다. 평소 배달비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구독 서비스로 저렴하게 배달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배민클럽 가입자는 가게가 설정한 최소 주문금액만 충족하면 1인분만 주문해도 무료배달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추가 거리에 따른 배달비에 대해서도 무료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배민클럽 출시 전부터 가맹업체 점주들이 반발에 나서면서 배민과 갈등을 빚고 있다. 배민이 배달 시장 경쟁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업체에 전가한다는 게 이유다. 배달앱 간 '무료배달'을 놓고 과열된 경쟁이 가맹업체들과의 갈등을 키우는 양상이다.

실제로 기존 가맹업체들이 배민클럽 이용자의 주문을 받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내거나 배달비를 가맹점주가 전부 부담해야 되는 구조다. 앞서 롯데리아와 써브웨이, 본죽 운영사 본아이에프 등이 배민클럽을 '보이콧'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가맹업체들의 반발에 배민은 배민클럽 실시 후 4개월간 2000원의 배달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점주들의 마음을 돌릴 회유책이 되지는 못한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자 BBQ와 굽네치킨, 원할머니보쌈, 본죽 등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 1300여 곳이 포함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최근 '프랜차이즈 배달앱 사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이달 내 배달앱 3사(배민·쿠팡이츠·요기요)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7월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본사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관계자 등이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본사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관계자 등이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온라인플랫폼공정화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대다수 시민단체도 적극적으로 반발에 나섰다. 이들은 "배민, 쿠팡이츠 등 독과점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무료배달 가격경쟁을 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정작 그 경쟁비용을 입점업체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며 떠넘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배민은 상생협의체를 통해 불공정 문제를 개선해 나가겠다 약속했지만 며칠 뒤 입점업체에 중개수수료를 3%가량 인상했다"고 지적했다.

김진우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과 김영무 공정한플랫폼을 위한 사장협회 회장은 "무료배달 정책을 시행하는 플랫폼 기업이 경쟁비용을 입점업체에 전가해 과도한 수수료로 손해를 보고 기업들의 최혜대우 요구를 비롯한 갑질로 사업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민은 배민클럽을 출시했지만 가맹업체들의 정률형 요금제 '배민1플러스'의 수수료를 6.8%에서 9.8%로 인상했다. 배민 측은 "오랜기간 업계 최저 수수료를 지켜왔지만 업계간 과열 경쟁으로 비용부담이 커진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배민의 인상된 중개 수수료는 경쟁사인 쿠팡이츠(9.8%)나 요기요(9.7%)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배민의 경쟁사인 쿠팡이츠는 최근 배달앱 점유율을 급격히 끌어올리면서 배민을 압박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 배달특급 중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22.7%에 달했다. 지난해 5월까지는 불과 10%대의 점유율에 불과했지만 쿠팡의 멤버십인 와우회원 무료배달 시작 이후인 지난 4월부터 두 배로 늘어난 뒤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배민의 점유율은 2022년 9월 처음 60%를 넘은 뒤 60% 초반대를 유지해오다가, 지난 4월(60.5%)과 5월(60.0%)에 간신히 60%를 지켰지만 6월 59.2%를 기록하며 2년 만에 60% 아래로 떨어졌다. 7월(59.4%)에는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달(58.7%) 다시 하락했다. 이에 배민은 구독 멤버십으로 무료배달을 제공해 이용자를 다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그러나 일각에서는 배민의 중개 수수료 인상으로 가맹업체의 음식값이 높아질 것을 고려해 소비자들이 배민을 이탈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배민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281만명으로, 전월(2253만명) 대비 1.5% 줄어들었다.

배민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수수료 인상은 배민의 모기업인 DH가 매출 확대 등을 요구하며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DH가 자국 사업을 위해 배민을 한국의 '현금인출기'로 보고 이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그러나 배민은 아직까지 시장 점유율 60% 가량을 차지하는 1위 업체이며 영업이익이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69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더 큰 비판을 받는 중이다.

이에 배민 측에 '상생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배민을 비롯한 배달앱 업체들에게 가맹업체와의 상생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상생 문화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플랫폼 생태계가 더 건강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정부 주도 하에 지난 7월 결성된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지금까지 개최한 회의가 5차례도 채 되지 않는 등 진전은 미미한 상황이다. 수수료 인하 방안도 플랫폼사들 반대에 부딪혀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하며 양측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에 정부는 다음달까지 수수료 부담 완화를 포함한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날부터 시행한 배민클럽이 소비자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가맹업체들과의 상생안 마련이 배민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료배달 등 배달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 확보가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지만 고물가 시대에 폐업하는 자영업자도 많은 만큼 양측간 상생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배민 입장에서는 당장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겠지만 장기적인 시장을 고려한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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