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 적자회사에 MBK 투자금 회수도 못해" 일갈
MBK "최윤범 회장 중심 이사회 문제.. 돈 빠져나갔다" 지적
고려아연과 영풍그룹-MBK파트너스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양측의 '경영 능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장형진 영풍 고문의 인성과 적자 경영을 문제 삼고 MBK의 액시트 실패 등을 꼬집으며 경영 능력을 비판하는 한편, 영풍-MBK 측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이사회 기능 훼손 등을 지적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지분 1.85%를 가지고 있는 영풍정밀의 사외이사들이 MBK-영풍이 경영권을 갖게 되는 것에 반대를 표하는 입장을 냈다. MBK-영풍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와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려아연과 함께 영풍정밀의 공개매수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풍정밀은 영풍그룹 계열사이지만 최 회장 측이 단일 최대 주주로 경영하고 있어 영풍 측이 아닌 고려아연 측 회사로 분류된다. 영풍정밀 사외이사들은 현 경영진이 아닌 MBK가 경영권을 장악한다면 기업의 존속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고려아연과 영풍-MBK간 경영권 분쟁을 둘러싸고 '기업 존속' 등의 문제가 거론되면서 자연스럽게 양측의 경영 능력을 비교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이에 양측도 각 경영진의 능력 부족을 지적하며 맞서는 모습이다.
전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고려아연 현 경영진을 옹호하며 '기술'과 '미래'라는 단어를 거듭 반복했다. 그간 고려아연의 경영진들이 불모지와 다름없던 대한민국에서 오로지 기술과 열정으로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또 비철금속은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국내의 주요 산업에 핵심 원자재를 공급하는 우리나라에 없어서는 안될 기간산업이며 엔지니어들의 노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풍-MBK는 기술이나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돈'뿐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고려아연의 미래와 대한민국 산업의 기초소재산업 미래를 위해 고려아연 현 경영진을 지지해달라는 점을 강력히 호소한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장형진 영풍 고문에 대해 "부끄럽지 않나"며 직격탄을 날리는 등 거세게 몰아부쳤다. 석포제련소(경북 봉화의 영풍 제련 사업장) 경영 실패로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를 일으킨 전적이 있는데다 현재 기업사냥꾼인 투기자본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이 말하는 기업사냥꾼인 투기자본은 MBK파트너스다.
반면 최 회장의 경영능력은 높이 샀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실적 배경은 경영 능력과 기술 능력 때문"이라며 "경영 능력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 관리다. 최윤범 회장은 사람을 가족처럼 대해준다"고 밝혔다. 이어 "반면 영풍의 장 고문은 사람을 머슴처럼 대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2000년 이후 98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영풍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432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10년간 영업이익률을 살펴봤을 때도 고려아연은 12.8%, 영풍은 1% 수준이다.
이 부회장은 또 "영풍은 고려아연 배당으로 회사를 운영했다"며 '적자난 회사가 망해야 하지만 고려아연의 배당금 700억~1000억원으로 버틴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고려아연 이사진들도 영풍에 대해 "ESG 리스크와 대규모 적자로 독자적인 생존 능력 없고 고려아연의 경쟁력에 의존하는 기업"이라고 일갈했다. 최근 중대재해로 대표이사 2명 전원이 구속돼 사내이사가 전혀 없는 상황에 환경오염 사고를 내는 등 회사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다.
이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영풍-MBK 측도 반격에 나섰다. 특히 MBK는 고려아연 이사회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며 최 회장의 경영능력을 의심했다.
MBK이 지적하는 부분은 고려아연 사외이사 중 한 명이 청호컴넷 사외이사를 역임했다는 점이다. 청호컴넷은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가 운영했던 회사인데, MBK는 최 회장이 지 대표와 사적 인연으로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여러 펀드에 과도하게 투자했고, 이중 한 곳은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MBK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했으면 5600억원 원아시아파트너스 출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에 활용된 투자, 완전자본잠식 이그니오홀딩스 5800억원 인수는 가당치도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윤범 회장은 주식회사의 근본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무력화했고 고려아연 이사회 기능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고려아연 사외이사진에는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가 운영했던 청호컴넷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했던 것으로 알려진 K대 교수도 있다. 최 회장에 대한 건전한 견제가 이뤄질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MBK-영풍 측은 최 회장 취임 이후 무분별한 투자 등에 따라 고려아연의 재무건정성이 악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 독립 리서치 플랫폼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MBK파트너스의 우려 사항이 타당하다고 분석한 한 의견을 전하는 등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독립 리서치 플랫폼 스마트카르마는 "고려아연의 부실 투자와 수익성 악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자사주 교환으로 늘어난 유통주식수 등 MBK파트너스의 3가지 우려 사항들은 타당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다시 고려아연 측이 반박에 나서면서 양측의 경영 능력에 대한 분쟁은 더욱 팽팽해질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36.5%, 특히 차입금 의존도가 10%에 불과할 정도로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BK 논리의 큰 오류 중 하나는 순부채 전환 예상과 관련한 추가 영업현금흐름 예상액"이라며 "당사는 올해 연말에도 순현금 상태를 당연히 유지하며, 당사가 예상하는 당사의 하반기 별도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최소 3000억원에서 최대 5700억원"이라고 했다. 아울러 "연결기준으로 전환할 시 일부 조정이 발생할 수 있으나 준수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올해 연말에도 순현금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그니오 인수 관련 부실 투자 의혹과 관련해서는 "영풍과 MBK가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받아쳤다.
MBK의 투자회사로서의 역량도 의심했다. 고려아연은 "투자 전문가라는 거짓 수식어를 앞세운 MBK파트너스는 인위적 구조조정과 알짜 자산 매각, 분할 매각 등 온갖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며 10년째 투자금도 회수 못하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정상화부터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양측의 날선 비판이 오가는 가운데 다음달 4일까지 영풍-MBK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가 진행될 예정이다. 고려아연 측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것인지, 영풍-MBK가 공개매수가를 올릴지 여부 등에 관심이 모인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