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성적순으로 뽑는게 가장 공정한 것 아니야”
“교육한다 여성 커리어 희생…과연 아이들은 행복한가”

최상목 부총리(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제공.
최상목 부총리(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화제를 모은 보고서 '상위권 대학 지역비례 선발제'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성적만으로 대학생을 뽑는 것이 공정하지도 않으며, 세계적 추세와도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다. 또 강남 학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희생하고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짐을 지우는 것의 병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30일 이창용 총재는 세종청사 기획재정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와 같은 취지의 설명을 통해 보고서에서 ‘상위권 대학 지역비례 선발제’를 통해 말하고자 한 바를 설명했다.

이 총재는 "세계 어디를 다녀도 어느 대학이나 다양성을 위해 (신입생을) 뽑는데, 우리는 성적순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하며 거기에 빠져있다”며, “저희(한국은행)는 보고서에서 성적순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한 것은 아니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을 뿐 아니라 로체스터대학 방문교수,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 바젤국제결제은행 등을 거친 국제통이다.

'위헌', '강남 역차별' 등 보고서 발간 이후 나온 반박에 대해 이 총재는 "한은 보고서를 강남에 사는 것이 잘못됐다는 내용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며 "이미 각 대학이 20% 정도 지역 (균형) 선발을 하고 있는데, 이걸로 해결되지 않으니 더 크게 보자 그런 각도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남 사시는 분들 아이들 교육한다고 여성 커리어 희생하거나 아이들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데, '과연 아이들은 행복한가' 강남 부모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여섯살 때부터 학원 보내고 이게 행복한 건지, 나중에 좋은 대학 가서 부모 요구 달성하면 되지만, 달성 못 한 아이에게는 평생의 짐을 지운 것으로, 그런 사회가 계속되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대치동 등 강남 ‘학원 셔틀’의 폐해에 대한 지적이다.

이날 이 총재와 만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은의 의견 제시에 대해 "우리(한국 사회)가 여러 과제를 갖고 있는데, 사회에서 공론화하고 논의될 수 있도록 한은이 문제를 제기해줘서 감사하다"며 뜻을 함께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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