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 진두지휘에 현대차·기아 영업익 '30조' 돌파 가능성
글로벌 자동차 판매 순위 '5위→3위'로 껑충.. 2년째 이어가
4조5000억대 인도법인 IPO 성공·수소차 역량 강화 등 과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취임 이후 글로벌 생산 3위에 오르며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완성차 시장을 이끄는 위치가 된 가운데 '퍼스트 무버'를 표방한 만큼 그간 이룬 성과와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따르면 올해 현대자동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는 28조9753억원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합산 영업이익 20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다시 한번 신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시 인근에 있는 현대차 체코공장(HMMC)을 방문해 생산 시설을 둘러보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시 인근에 있는 현대차 체코공장(HMMC)을 방문해 생산 시설을 둘러보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특히 이는 정 회장이 취임(2020년) 이후 본격적으로 경영을 시작한 2021년(11조7446억원)과 비교해 146.7% 가량 높은 규모다. 일각에서는 영업이익이 '30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매출 역시 2021년(187조4730억원) 보다 49.2%나 늘어난 279조6839억원(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기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기아의 성장세는 정 회장의 선구안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동화'라는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포착하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 전기차 분야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것이다.

현재는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으로 인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고 있지만 취임 이후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어려운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을 해온 것은 부정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의 중론이다.

이 가운데 정 회장은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위상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에는 글로벌 자동차 판매 순위 5위로 다른 미국이나 유럽 완성차 업체들에 밀렸지만 2022년 취임 2년 만에 '3위'로 도약한 뒤로 쭉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이밖에 정 회장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키우기에 집중한 점도 글로벌 위상 높이기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고급화에 공들이면서 품질에 집중해 현대차·기아가 '저가형 자동차'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연간 판매대수는 현대차·기아 합산 기준으로 2020년 당시 635만346대에서 2021년 666만7085대, 2022년 6846376대로 꾸준히 오르더니 지난해 730만4282대를 판매하면서 취임 3년차 만에 사상 최대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다. 처음으로 현대차는 연간 판매 400만대 돌파, 기아는 300만대 판매 실적을 올렸다.

단순한 판매량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아이오닉5, 아이오닉6 등 대표적인 전기차들이 '세계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품질도 인정받고 있다. 정 회장이 적극적으로 개발을 추진한 최초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같이 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현대차·기아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궁극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시총도 4년 새 '48조원' 가량 증가하는 등 그룹 전반적으로 가치가 상승한 상태다.

이에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차·기아는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다양한 시장 수요에 대처 가능한 기술과 생산 역량이 업계 최상위 수준"이라며 "지속적인 투자로 시장 변화 대응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현대차는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가 최근 발표한 ‘2024 글로벌 100대 브랜드(Best Global Brands 2024)’에서 브랜드 가치 230억 달러를 기록하며 종합 브랜드 순위 30위에 올랐다.  최근 5년 동안 브랜드 가치가 141억에서 230억 달러로 63% 성장, 브랜드 순위는 36위에서 30위로 6단계 상승했다.

2005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처음 이름을 올린 현대차는 매년 전 세계 주요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2011년부터 올해까지 14년 연속 브랜드 가치 상승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현대차와 기아는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패스티스트 라이저스(Fastest Risers)' 15개 기업에 이름을 올리며 브랜드 가치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인정받았다.

정의선 현대자동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4월 인도 하리아나주 구르가온시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타운홀미팅을 한 뒤 직원들의 사진 요청에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4월 인도 하리아나주 구르가온시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타운홀미팅을 한 뒤 직원들의 사진 요청에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 회장은 '퍼스트 무버'로서의 전략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인도 시장에서의 제2 도약을 노리는 한편 전기차를 넘어 수소차, 자율주행, 목적기반차량(PBV),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로보틱스 등 다가올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

먼저 현재 준비하고 있는 인도법인(HMI)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하는 게 당면 과제다.

정 회장은 자동차 시장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인 인도에서 2032년까지 4조2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번 IPO를 통해 최대 4조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인도를 미국 다음의 '제2의 글로벌 생산허브'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전기차 다음으로 집중하고 있는 수소차 분야에서도 더욱 성과를 내야하는 시점이다.

수소차는 달리는 과정에서 탄소를 내뿜지 않아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불릴 만큼 친환경적이다. 다만 수소를 생산·저장하고 운송하는 과정이 어려워 시장의 성장은 더딘 편이다. 정 회장이 끊임없이 '수소'를 화두로 제시하는 만큼 전기차에 이어 수소차에서도 선두주자로 자리 잡아야 할 때다.

이를 위해 경쟁사와도 손 잡는 행보가 눈길을 끈다. 정 회장은 지난달 메리 배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회장과 만나 승용차와 상용차를 공동 개발·생산하고 수소를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협력하는 내용의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전기차에 강점이 있는 현대차와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픽업트럭에서 강점이 있는 GM이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이어 최근에는 글로벌 1위 완성차그룹인 일본 도요타그룹과도 '수소차 동맹'을 맺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와 도요타는 오는 27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모터스포츠 행사를 개최한다. 양사가 함께 개최하는 첫 행사로 정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모두 참석한다. 이 가운데 두 사람이 미래 사업 협력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양사가 모두 주력하고 있는 수소 분야에서 협력을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퍼스트 무버' 연장선으로 전기차에 이어 미래차 시대를 주도해나가려는 모습"이라며 "캐즘 위기 속에서도 공고한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자동차 산업의 혁신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은 미국 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자동차 전문매체 '모터트렌드(Motortrend)'가 지난해 선정한 '2024 자동차 업계 인물 50인' 중 5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2023년 '올해의 인물' 선정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상위 5위권 내 이름을 올렸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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