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식품 3사 희비 교차.. CJ푸드빌 존재감 날로 커져
이재현, 어려운 경영 환경 속 그룹 모태 사업 '식품'에 집중
'비비고' 세계 곳곳 심었지만.. 뒷심 부족 4세 이선호 '시험대'

CJ그룹 본사 전경. 연합뉴스
CJ그룹 본사 전경. 연합뉴스

올해 CJ그룹 식품 계열사 3인방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CJ푸드빌은 해외사업 호조와 빕스 등 국내 외식업 경쟁력 강화로 실적이 오른 반면, CJ제일제당과 CJ프레시웨이는 국내 실적이 부진하면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이 중 그룹의 캐시카우이자 오너 4세 이선호 경영리더(식품성장추진실장)가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의 실적 회복에 관심이 모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CJ는 어려운 경영환경 가운데 그룹의 모태였던 식품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3사 중에서도 CJ제일제당을 통해 'K-푸드'를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중으로, 올해 더욱 적극적으로 유럽 내 영토 확장을 꾀하고 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올해 1분기 헝가리와 프랑스에 'CJ 푸드(CJ Foods)'라는 명칭의 해외 법인을 설립했다. 헝가리 법인에는 185억원, 프랑스 법인에는 8억원을 현금 출자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CJ제일제당이 이처럼 해외에 공 들이는 이유는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덕분이다. 회사는 미국에서 조 단위 매출을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 순매출은 3조7353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5139억원) 대비 6.3% 증가했다.

가장 주력으로 밀고 있는 핵심 브랜드는 '비비고'로, 미국 시장 공략에 만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만두를 안착시키기 위해 수년간 약 1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현재 캘리포니아·뉴욕·뉴저지 등에서 만두를 생산하고 있으며 내년 물류센터를 완공하면 미국 12개 주에 총 21개 생산시설을 갖추게 된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한국 음식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비비고 브랜드를 글로벌 대형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식 고유의 속성을 갖고 있는 7대 글로벌 전략제품(GSP, 만두·치킨·즉석밥·김치·김·소스·롤)을 중점적으로 선보이는 중이다.

올해 여름 열렸던 2024년 파리 올림픽 기간 현지 코리아하우스에서 한식을 알리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 일환으로 한식 셰프 육성 프로젝트 '퀴진케이(Cuisine. K)' 영셰프들이 코리아 하우스 개관식 만찬에서 귀빈을 대상으로 직접 개발한 메뉴를 선보였다.

이는 이선호 경영리더가 아이디어를 직접 내고 기획한 프로젝트로, 그는 코리아하우스 개관식에 직접 참석해 현장을 둘러보고 현안을 챙기기도 했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식품성장추진실장). CJ 제공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식품성장추진실장). CJ 제공

다만 이같이 해외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성적은 아쉬운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의 3분기 실적이 국내 가공 부문의 부진으로 예상치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에 대해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는 시장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곡물 가격 하락으로 제조 원가가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가공식품 수요 둔화로 일부 품목의 경쟁 강도가 심화하며 판촉비 부담이 증가해 식품 사업부의 수익성 또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J프레시웨이도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407억원으로 전년 대비 40억원(8.9%) 줄어드는 등 아쉬운 상황이다. 고물가로 인한 시장 침체와 전공의 파업 장기화에 따른  병원 급식장 식수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CJ 식품사 성장은 CJ제일제당보다 CJ푸드빌이 이끌고 있다는 말까지 돈다. 2020년 말 선임된 김찬호 대표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다.

김 대표가 선임되기 전 만년 적자였던 CJ푸드빌은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반등의 조짐이 나타났다. 외식사업에서 빕스 매장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은 과감하게 문을 닫되 일부 매장은 특화 매장으로 재단장하고 계절밥상은 시장에서 철수 시키는 등 대대적인 변화에 나섰다.

또 김 대표는 기존 12개 해외 진출국 중 수익성이 낮은 시장은 정리하거나 합병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 수익 구조를 개선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미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7개국에서 사업을 운영 중이다.

특히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의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한 점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 대표는 뚜레쥬르를 미국, 아시아 등지로 가맹점을 빠르게 확대하며 성장동력을 강화했다. 300여 종에 달하는 다양한 베이커리 제품을 선보이는 뚜레쥬르가 해외 시장에서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통해 김 대표의 임기 첫해인 2021년 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이어 2022년에는 매출이 7598억원으로 25%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61억원으로 535%나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8447억원, 영업이익 453억원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자 CJ그룹 내에서 뷰티 분야 강자 CJ올리브영과 함께 CJ푸드빌이 주목받고 있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CJ올리브영과 CJ푸드빌이 좋은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양사의 실적 개선과 성장 지속성은 지주에 긍정적인 투자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임기 4년차를 맞은 김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CJ푸드빌은 올해 하반기를 넘어 2030년까지 해외사업과 외식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CJ그룹의 식품 3사 중 형님격인 CJ제일제당이 향후 반등을 이뤄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세인 이 경영리더가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만큼 그룹 내는 물론 시장에서의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국내 보다 해외 시장에 집중해 입지를 다질 전망이다. 우선 유럽 지역에서 만두와 함께 김·치킨 등 글로벌전략제품(GSP) 인지도를 확대에 나서는 한편 에스닉과 현지 주류 채널, 기업간 거래(B2B) 시장까지 유통채널 다변화에도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선호 경영리더의 CJ제일제당 식품사업의 해외지역 성장과 신사업 발굴 업무가 막중한 상황"이라며 "CJ 식품사업의 핵심을 담당하며 CJ푸드빌, CJ프레시웨이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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