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겨울론, 노사관계 악화 등 삼성전자를 둘러싸고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15일 2023년 연간 보고서를 발간한 가운데, 이찬희 위원장은 삼성에 대해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있을지 모를 준법경영 위반의 위험에 대해 위원회가 준엄한 원칙의 잣대를 갖고 감시자 역할을 철저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준감위는 현재 삼성 지배구조 개편을 핵심 과제로 삼고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현재 미등기임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빠른 등기임원 복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4대그룹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뿐이다.

이 위원장은 "삼성은 현재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국내 최대 기업이지만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 경험하지 못한 노조의 등장, 구성원의 자부심과 자신감 약화, 인재 영입 어려움과 기술 유출 등 사면초가의 어려움 속에 놓여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외형적인 일등을 넘어 존경받는 일류 기업으로 변화해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라며 "경영도 생존과 성장을 위해 과감하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거 삼성의 어떠한 선언이라도 시대에 맞지 않다면 과감하게 폐기하고 사법 리스크의 두려움에서도 자신 있게 벗어나야 한다"며 "구성원들에게 '우리는 삼성인'이라는 자부심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시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삼성만의 경쟁력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잠정 실적은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10조원대로 낮아진 증권사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며 시장 기대감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이 실적 발표 직후 "시장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이례적으로 공개 사과를 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실적 발표와 관련해 공식적인 사과 메시지를 낸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핵심인 반도체 사업은 중국 등의 영향으로 인한 D램,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HBM(고대역폭메모리) 분야 고전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적자 가능성 문제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주요 사업들이 흔들리는 점을 두고 방대한 조직을 이끌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 문제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로 2017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해체했다. 대신 이후 사업영역별로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전자 계열사의 사업지원TF와 금융 계열사의 금융경쟁력TF, 삼성물산 계열 EPC TF 등이 미니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다.

다만 미전실 부활과 관련한 논의는 준법위에서도 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새로운 컨트롤타워 설립에 대해서도 삼성 측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 11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필리핀·싱가포르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