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동물보호단체가 현장서 575마리 구조...소유주와 관할 지자체 고발 예정

부산 강서구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강아지의 모습.
부산 강서구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강아지의 모습.

 

지난 17일 오전 전국에서 모인 22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부산 강서구 평강천 평강수문 앞에 모여들었다. 

이들이 약 100m를 이동하자 악취가 가득하고 곧 무너질듯한 가건물이 나타났다. 근처로 다가가자 수백 마리의 강아지들이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곳은 바로 20년이 넘도록 불법으로 강아지를 번식하고 판매해온 번식장이었다.

동물보호단체가 불법 번식장 소유주를 설득해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아 들어간 내부는 지옥 그 자체였다. 

미로처럼 연결된 가건축물 안에는 3~4층짜리 철창에 강아지들이 빼곡히 들어있었는데 털과 배설물이 뒤엉켜있어 강아지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부산 강서구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강아지의 모습.
부산 강서구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강아지의 모습.

 

곧바로 긴급 치료가 필요한 강아지들부터 시작해 구조 활동이 시작됐다. 두 눈 시력을 잃은 강아지, 종양으로 배를 누르고 있는 강아지, 피부질환으로 털이 빠진 강아지 등 도움을 손길을 기다렸던 강아지들이 쏟아져나왔다.

현장에 지원을 나온 한 수의사는 "생사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피부질환과 정형질환은 모두 있다”며 동물학대 적용 여부에 대해 “가능하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연합인 '루시의 친구들'은 이날 구조를 통해 모두 575마리를 구조해낼 수 있었다고 18일 밝혔다. 아직 20여마리가 남아 있어 구조의 손길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해당 번식장이 20년 넘게 불법 운영됐음에도 관할 구청인 강서구는 인지를 못하고 있었고 2020년부터에서야 무허가 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만 부과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동물단체가 확인한 결과 불법 번식장 소유주는 불법 교배로 번식한 강아제를 경매장에 팔아왔고 2018년 번식장 허가제 전환 후에는 경남 김해에 소규모 번식장 허가를 받은 후 불법 번식장 강아지의 판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번식장 내부에서는 불법 안락사를 실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마취제와 약제까지 발견됐다.

이들 단체들은 불법 번식장 소유주와 강서구청을 각각 동물 보호 학대와 직무 유기 등으로 경찰에 고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산 강서구 불법 번식장 내부의 모습. 루시의친구들 제공
부산 강서구 불법 번식장 내부의 모습. 루시의친구들 제공

루시의 친구들 관계자들은 “2008년부터 강아지 공장의 동물학대를 규제하겠다며 시행한 정부의 법개정과 제도 개선은 이미 그 한계가 드러났고 효과성이 의심된다"라며 "따라서 경매장을 즉각 없애고 반려동물 소비자가 보호소 입양을 우선함은 물론 설사 동물을 매매하더라도 양심적으로 소수의 종모견만을 키우는 브리더를 통해 직접 소비행위를 할 수 있도록 법 제도 개선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는 "수십년간 불법 영업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부산시와 강서구청이라는 지자체 행정의 무관심, 무능력 때문에 기인했을 것"이라며 "이처럼 불법 번식장을 단속하고 근절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적극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부산=이효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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