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수요 미회복·환율 악영향 등으로 증권가 컨센서스 낮아져
아이폰 중심 벗어나 유리기판·전장 힘쓰고 인재 확보도 집중
하반기 기대됐던 IT(정보기술) 분야 기기 수요 회복이 더뎌지면서 LG이노텍이 혹한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달 사이에 3분기 실적 전망치가 크게 떨어지는 등 기대치가 낮아진 가운데 LG이노텍은 문혁수 대표를 중심으로 사업 쇄신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LG이노텍은 IT 수요 둔화 우려와 환율 악영향으로 실적 전망이 낮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이노텍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는 2595억원으로, 지난달까지만 해도 2800억원을 웃돌았던 기존 전망치가 한 달 새 10% 가량 줄어든 상태다.
특히 LG이노텍의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이유로는 애플의 '아이폰16' 시리즈의 초기 판매 부진이 꼽힌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아이폰16의 출시 첫 추 판매량은 전작 아이폰15 시리즈 대비 12.7% 감소한 3700만 대로 집계됐다.
아이폰16의 수요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부품 판매도 저조해진다. 애플에 납품하는 것이 전체 매출의 80% 가량에 달할 정도로 애플 의존도가 높은 LG이노텍이 실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운호 IB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아이폰16 효과가 이전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전방산업인 디스플레이, 자동차 수요 부진에 따른 영향도 하반기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자 LG이노텍은 '질적 쇄신'에 나섰다. 애플 부품 납품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포트폴리도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문 대표가 미래 사업을 이끌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한 자리에 직접 나서는 한편 유리기판, 전장 등 핵심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며 스마트폰 부품 외 먹거리에 관심을 쏟고 있다.
LG이노텍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인재 채용 행사인 '이노 커넥트'를 진행했다. 행사에서 문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은 회사의 주요 사업 분야와 연구개발(R&D) 현황 및 추진 방향을 초청 인재들에게 공유했다. 이어 LG이노텍 연구원들이 광학, 자율주행, AI(인공지능) 분야의 핵심 기술 트렌드와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문 대표는 행사에서 "LG이노텍은 우수 인재들의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고객들과 파트너십을 다지며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체계적인 로드맵과 폭넓은 연구 분야를 보유하고 있으며 여러분이 꿈꾸는 미래를 세계 최고의 고객들과 함께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FC-BGA 사업에 진입하며 '유리기판' 관련 코어 기술 등의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비 높은 내구성과 전력 효율을 보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FC-BGA는 고집적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해 전기적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기판이다.
2030년에는 글로벌 FC-BGA 시장 규모가 22조원으로 2022년(10조원) 대비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는 등 향후 성장성이 있는 사업인 만큼 문 대표가 LG이노텍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집중할 전망이다.
전장 부문에서는 특허 출원에 집중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전장부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라이다, 차량 카메라, 차량 조명, 통신모듈 등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중심으로 특허 출원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이노텍의 실적 개선 노력이 연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LG이노텍은 크리티컬 포인트에 놓여있다"며 "편중된 매출 구조에서 탈피할 때. 중장기 성장을 위한 치열한 고민과 심기일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