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저항의 축' 중심 헤즈볼라 궤멸 노려
사우디, 이집트, UAE, 요르단...이스라엘 지지
출구전략 없는 이란, 대리전 강화와 외교적 해법 모색 전망

[편집자주] 지난해 10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하고 서안지구 통제권을 확보한 이스라엘이 레바논 국경을 넘어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타격한 후 중동 최대 군사강국 이란까지 도발하면서 중동 정세가 확전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이스라엘의 '중동 새판짜기' 전략에 확전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중동 지형 ⓒ스트레이트뉴스
이스라엘의 '중동 새판짜기' 전략에 확전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중동 지형 ⓒ스트레이트뉴스

이란, 출구전략 없는 딜레마 빠져

‘저항의 축’을 이끄는 명실상부한 중동의 맹주 이란. 올해 4월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표적 공습해 이란 혁명수비대 장군 2명 등 13명이 사망하자,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극도의 모욕감과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반격을 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달 13일, 이란은 ‘진실의 약속 작전’을 개시했다. 미사일과 드론이 사상 최초로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는 시간과 방법, 규모를 미리 노출시킨 후 공격하는, 이른 바 ‘약속 대련’에 불과했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은 이스라엘의 다층미사일 방공체계인 ‘아이언돔’에 의해 99% 이상 요격됐다.

이후에도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은 멈추지 않았고, 지난 7월과 10월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 및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최고위 지도부가 연쇄적으로 암살당했다.

급기야 네타냐후 총리가 유엔총회에서 이슬람 무장정파들의 배후인 이란을 직접 타격하겠다고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6일(현지시간)에는 이스마일 하니예의 뒤를 이어 하마스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올랐던 야히야 신와르마저 사살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이스라엘 방공망(2024.10.01.)(사진=AP/연합뉴스 제공)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이스라엘 방공망(2024.10.01.)(사진=AP/연합뉴스 제공)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네타냐후 정부를 ‘사악한 시오니스트 정권’이라 칭하면서 전 세계 저항세력들에게 ‘헤즈볼라 지원 총동원령’을 내림과 동시에 이달 10월 1일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180~200여 발의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이스라엘이 다층미사일 방공체계를 가동했지만, 그중 30~40발이 이스라엘 본토를 타격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란은 현재 출구전략이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지금까지 이란이 시리아와 이라크,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를 사이에 두고 직선거리로 965km 이상 떨어진 이스라엘을 위협해 온 방식은, 전면전이 아니라 비국가 무장세력, 즉 ‘저항의 축’을 통한 대리전이었다.

이스라엘은 이제 ‘저항의 축’ 중 핵심 세력인 헤즈볼라를 궤멸시키려 하고 있다. 이란은 그런 상황을 지켜만 보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승산 없는 전면전을 원하지도 않는다. 자칫하다가는 자국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기 위한 그 동안의 외교적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경파인 사이드 잘릴리를 누르고 당선된 이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반서방도 아니고 반동방도 아니다"는 외교정책을 바탕으로 이란의 정권 이념을 온건하게 바꾸려 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강온 양측의 의견만 분분하다. 이번 중동 위기가 전면전으로  치닫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다.

이스라엘 지지하는 ‘축복의 연대’

중동 역내 국가 중 이스라엘의 전방위적 전선 확대를 비난하고 나선 국가는 군사 강국 튀르키에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UAE, 요르단 등 네타냐후 총리가 언급한 ‘축복의 연대’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2024.09.27.)(사진=AP/연합뉴스 제공)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2024.09.27.)(사진=AP/연합뉴스 제공)

이 국가들의 권력체제는 왕정이나 권위주의 독재, 군사주의 등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는 체제인데 반해, 이란의 체제는 1979년 최고지도자 호메이니가 팔레비 왕을 축출한 후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 완성한 ‘이슬람 성직자 통치(벨러야테 파키) 체제’다. 따라서 이 국가들에 이란이라는 나라와 이란의 신정 공화정 체제는 그 자체로 자신들의 체제 안전에 대한 공포이자 혐오다.

특히 절대왕정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미래 권력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중동에서 이란이 차지하는 위상을 누르고 싶어 하고, 네옴시티(NEOM city) 등 자신이 내건 ‘비전 2030’의 조속한 실현을 위해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ic Council)의 분석가 아흐메드 푸아드 알카티브는 “헤즈볼라 고위 간부 대부분과 중간급 지휘관, 그리고 수천 명의 구성원이 암살 또는 제거됐다”며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이 붕괴되고 있는 현실에 사우디아라비아가 미소를 짓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확전 또는 전면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중동 전문가인 성공회대 이희수 교수(이슬람문화연구소장)은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실질적인 핵보유국이므로 전면전까지 가는 시나리오는 상상하기 어렵다"며 "지금으로서는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궤멸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겠지만, 이란은 대리전을 강화하면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스트레이트뉴스 김태현 선임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