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 주도로 국내 25개 자산운용사 상품 출시 박차
서유석 금투협회장 "원리금 보장상품 많은 은행 참여 기대"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사옥에서 열린 디딤펀드 출범식. 서유석 회장과 참석자들. 금융투자협회 제공.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사옥에서 열린 디딤펀드 출범식. 서유석 회장과 참석자들. 금융투자협회 제공.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연이어 디딤펀드를 출시하며 밸런스 펀드(BF)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하나자산운용은 ‘하나디딤연금부자펀드’를 출시했다. 디딤펀드는 주식, 채권 등으로 투자자산을 배분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밸런스 펀드다. 타겟데이트펀드(TDF) 위주의 퇴직연금시장에 밸런스 펀드를 공급하기 위해 금융투자협회에서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나디딤펀드는 주식과 채권의 비중이 각각 45%, 55%로 설정됐다. 글로벌증권 모펀드는 글로벌 주식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EMP(ETF 관리 포트폴리오) 상품이다.

하나자산운용은 주식 부문에서는 하나 글로벌증권 모펀드, 채권부문에서는 하나 크레딧플러스 모펀드를 활용해 연 6~8%의 수익률을 추구한다. 회사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활용해 자산 배분 비중을 조정할 계획이다. AI 모델의 전망에 따라 1개월 단위로 모펀드 간 비중을 조정한다. 하나 크레딧플러스 모펀드의 경우, 국내 국공채, 은행채 등에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권정훈 하나자산운용 운용부문 전무는 “AI모델에 기반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간 비중을 조정해 안정,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며 “ETF를 통해 글로벌 주식에 분산 투자하면서 운용보수(연간 0.06%)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키움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등도 AI 및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디딤펀드에 적용했다.

키움투자산운용은 17일 자사 디딤펀드인 ‘키움디딤더높이EMP’를 선보였다. 해당 상품은 채권혼합형 펀드를 기초로 하고 있으며, 경기 진단과 자산 배분 등의 관리 대부분을 AI인 로보어드바이저가 맡는 것이 특징이다.

키움자산운용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자문사인 '쿼터백자산운용'의 도움을 활용했다”며 “과도한 베팅은 지양하고 데이터에 기반해 객관적 투자를 하는 디딤펀드의 목적에 잘 맞는 상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제공.
삼성자산운용제공.

삼성자산운용은 15일 디딤펀드 상품인 ‘삼성디딤밀당다람쥐글로벌EMP’를 선보였다. 해당 상품은 삼성운용의 AI퀀트(인공지능 수치 모델)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모델 베이스드(Model-Based) 자산배분전략을 구사하는 만큼 안정적인 운용 성과로 퇴직연금 계좌 수익률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삼성디딤밀당다람쥐글로벌EMP는 기존에 출시된 ‘삼성밀당다람쥐글로벌EMP펀드’를 디딤펀드 조건에 맞게 리모델링한 상품이다. 주식과 채권의 자산군별 기본 투자 한도를 4대 6으로 조정해 퇴직연금 계좌에서 100% 한도로 투자가 가능하게 했다.

기존 삼성밀당다람쥐EMP펀드는 퇴직연금사업자 다수의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에도 편입돼 있으며, 3년 수익률 31.1%로 글로벌주식혼합형 유형 중 1위이다.

이 밖에 한화자산운용의 ‘한화 디딤안정성장펀드’는 경제성장·환율·금리·물가 등 자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별로 상간관계를 살펴보는 게 특징이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최근 10년 사이의 모의 수익률이 6.84%로 나타났다”며 “국내외 주식·채권·부동산 등 자산을 ETF 중심으로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및 장기 안정성을 추구하는 펀드 유형도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디딤펀드가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높은 퇴직연금 자금을 실적배당형으로 옮기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이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16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한 ‘디딤펀드 출범식’에서 “변동성이 큰 수익률을 반복하다보면 시간이 지나도 복리효과 발생이 안된다”며 “변동폭이 낮은 작은 자산 배분 상품들을 꾸준히 긴 기간 가져가는 것이 퇴직연금의 주류를 이루는 펀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엔 이미 디폴트옵션이 도입됐지만 대부분이 원리금보장형을 선택해 사실상 수익률 제고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전체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적립금(32조9095억원) 중 원리금보장형의 비중은 89.2%에 달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10일 ‘한국투자 디딤CPI+펀드’를 선보였다. 해당 상품은 CPI(소비자물가지수의 5년 동안 연환산 증가율)보다 더 높은 수익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로, 호주의 유명 퇴직연금 상품인 '마이슈퍼'(MySuper)를 주로 참고해 설계됐다. 국내외 주식·채권을 주축으로 하면서, 물가 상승과 연관성이 큰 금과 미국 물가채, 호주 주식 ETF, 리츠, 인프라 자산을 20% 편입했다.

신한자산운용은 7일 ‘신한디딤글로벌EMP펀드’를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기존 '신한TRF성장형OCIO솔루션펀드'를 디딤펀드 요건에 맞게 리모델링한 상품이다. TRF(타겟 리턴 펀드) 전략은 투자자의 목표수익률을 설정해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자산배분전략을 수행하는 것으로 장기간 인플레이션을 넘어서는 성과를 쌓아가는 것이 필요한 연금상품의 취지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KB자산운용이 지난달 25일 ‘KB 디딤 다이나믹 자산배분 펀드’는 연기금과 공제회 등의 분산투자 운용방식과 유사한 자산배분 전략을 활용, 연금 투자자에게 적합한 안정적 성과를 추구한다. 은퇴 자금 마련에 맞춰 특화 설계됐다. 해당 상품은 국내·외 대표지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면서 글로벌 지역과 섹터, 스타일, 테마 등도 함께 고려해 광범위한 분산투자 효과를 노린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16일 ‘디딤 하나로 자산배분’ 상품을 선보였다. NH아문디 디딤펀드 상품은 주식·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골자이며 유명 프랑스 자산운용사 아문디와 전략을 공유하며 글로벌 시장 변동에 대응한다. 수익률은 장기적으로 5∼7%를 추구하며, 위험 등급은 6등급 중 4등급(보통 위험)을 받았다.

경쟁사 상품 대비 공격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8일 ‘디딤올웨더TRF’를 선보였다. 해당 상품은 주식 편입 비중을 최대 50%로 늘려 타 펀드보다 더 공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도록 설계됐다. 

15일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연금펀드 수탁고는 12조3527억원으로, 국내 운용사 중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해당 상품의 위험등급은 전체 6등급 중 3등급(다소 높은 위험)이다. 손수진 미래에셋자산운용 WM연금마케팅 부문장은 "꾸준히 변동성 대비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인 만큼 연금 자산의 성장에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는 은행권의 디딤펀드 참여를 기대하는 입장이다.

서 회장은 “원리금 보장 상품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곳이 은행”이라며 “은행이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퇴직연금 사업을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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