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영업익 6조~7조원 전망.. 'AI 반도체' 밀린 삼성과 대비
'HBM'으로 메모리시장 주도권 확보.. 차세대 CXL 개발 '속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대만 TSMC를 뛰어넘지 못한 가운데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기술력을 통해 메모리 분야 선두자리에 도전하고 있다. 이에 부동의 메모리 1위였던 삼성전자가 흔들리는 등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4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DS(반도체솔루션)부문 영업이익을 1~2조원 뛰어넘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3분기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매출 18조370억원, 영업이익 6조7628억원이다. 지난 2분기 매출 16조4233억원, 영업이익 5조4685억원을 기록한 것에서 1개 분기만에 각각 2조원 가량씩 성장한 모습이다.
지난 8일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영업이익이 예고된 바 있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은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이다. 이 중 DS부문 영업이익은 4조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희비를 가른 것은 'AI 반도체' 열풍이 꼽힌다. 반도체 시장이 기존 D램이나 낸드플래시의 성장세는 더딘 반면 AI 반도체와 관련한 제품만 호황인 것이다. 이에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의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가 호실적을 기록하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반도체 산업에서 AI의 물결을 타고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실적 차이가 나고 있으며 향후 이런 격차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2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가벨리 펀드의 류타 마키노 애널리스트는 "이런 차별화는 모두 AI와의 관련성 때문으로 봐야 한다"며 "적어도 내년까지 격차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고성능 제품으로, 일반 D램보다 5배 이상 비싸 매출을 급격히 확대할 수 있어 격차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이후 1세대(HBM)부터 5세대(HBM3E)까지 앞선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며 미국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게 사실상 독점적 공급업체의 입지를 구축한 상태다.
현재 반도체 업체 중 유일하게 엔비디아에 HBM3E 8단 제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지난달 말부터는 이보다 성능이 향상된 HBM3E 12단 제품 양산에 돌입해 납품을 준비 중이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8·12단 HBM3E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수익성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과 2026년에도 AI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의 고성장이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 수준에서 추가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AI 서버 투자 및 HBM 성장 속도 둔화를 고려하더라도 SK하이닉스의 내년 실적 개선에는 우려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SK하이닉스는 빗그로스, 평균판매가격(ASP)에 있어서 경쟁업체들과 차별화돼 있고 이같은 추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가 메모리 1위 자리를 꿰찰지 주목되고 있다. 8단을 넘어 12단까지 HBM3E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SK하이닉스 전체 매출 내 HBM 비중이 올해 1분기 10%대에서 3분기에는 30%를 상회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다만 SK하이닉스도 현 상황에 안주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AI 시대에서 다양한 기술과 산업들이 급변하는 데 따라 메모리 시장에서 요구하는 사안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먼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HBM을 사용하지 않는 AI 가속기'가 대두되고 있다. HBM을 사용하지 않는 AI 가속기 신제품들이 이르면 올해 연말과 내년 상반기 사이 국내외에서 출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HBM 외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해내는 게 SK하이닉스의 과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반도체 설계의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는 닛케이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텐스토렌트가 HBM 없는 AI 가속기를 내놓은 데 대해 "많은 빅테크들이 HBM보다 더 나은 메모리 솔루션을 찾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SK하이닉스는 HBM을 이을 차세대 AI 메모리로 주목받는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메모리 고도화에 속도를 내는 등 기술력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선제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이를 다음 주력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CXL은 중앙처리장치(CPU)와 시스템온칩(SoC), 그래픽처리장치(GPU),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등 여러 장치 간 직접 통신을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HBM이 하나의 칩 성능을 높여 AI 연산 가속을 돕는다면 CXL 기반 D램은 여러 대의 서버가 메모리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용량을 늘리고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올해 하반기 'CXL 2.0' 규격이 적용된 첫 서버용 CPU가 시장에 출시되면 CXL 관련 시장이 본격 개화할 전망인 점도 SK하이닉스가 분주한 이유다. 서버용 CPU 시장 점유율 7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텔이 올해 하반기 CXL 2.0을 지원하는 CPU '제온6'(시에라포레스트)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CXL 상용화에 따라 SK하이닉스는 관련 제품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96GB·128GB 용량의 CXL 2.0 모듈에 대한 고객사 인증 절차를 밟는 중이다.
AI 시대가 점차 고도화되고 점차 데이터양이 증가하면서 CXL 시장은 동반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욜인텔리전스는 2022년 170만달러(22억원) 규모였던 CXL 시장이 오는 2028년 150억달러(20조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