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단계 없이 회장으로 바로 승진.. 삼성가 여성 중 최초
백화점 중심 성과 괄목.. 부진사업 점검·신성장 도모 등 과제
정유경 (주)신세계 총괄사장이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회장'으로 전격 승진해 화제다. 사장에서 부회장 단계 없이 바로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신임을 받았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본격적인 계열분리에 따른 백화점부문의 사업 확장 과제가 주어졌다.
30일 신세계그룹은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정유경 총괄사장이 (주)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2015년 12월 '2016 정기 임원인사'에서 (주)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이다.
이에 따라 정 신임 회장은 경영 전면으로 앞서며 신세계백화점을 필두로 패션과 뷰티, 면세와 아웃렛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일각에서 '리틀 이명희'로 불리는 정 신임 회장은 어머니인 이 총괄회장의 외모는 물론 경영 스타일도 쏙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식석상에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은둔형 경영자'인 모습과 안정을 추구해 한번 신임한 인물에게 끝까지 믿고 맡기는 인재기용 방식도 비슷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번 신세계그룹 인사에서도 (주)신세계 산하 계열사들의 변동폭이 작았다. 앞서 신세계디에프,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실적이 부진했던 곳들은 대표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는데, 이들도 변화없이 유임됐다.
업계에서는 정 신임 회장이 오랜기간 신세계백화점을 이끌면서 괄목한 만한 성과를 내고 안정된 경영능력을 입증해 회장으로 승진하고 그룹 계열분리에 속도를 더했다는 시각도 많다.
1972년생인 정 신임 회장은 이화여자대학교와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를 나와 1996년 조선호텔 상무보로 입사해 그룹 경영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2012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하면서 기업 경영에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해고, 이를 통해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본격적으로 백화점 경영을 맡은 이후에는 신규 점포 개점이나 기존 점포 리뉴얼 시 매장 인테리어 등을 직접 챙기며 미술학도 출신인 본인의 강점을 살려 신세계 만의 품격을 살리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데 앞장섰다.
서울 중구 본점 본관에 조성한 '트리니티 가든', 강남점 3층에 있는 '아트 스페이스' 등이 대표적인 정 신임 회장의 작품이다.
또 업계 최초로 회화와 오브제·사진·조각작품 등 작품 250여 점을 전시·판매하며 백화점을 쇼핑을 넘어선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입지를 다져왔다. 이는 신세계의 '아트 리테일 비즈니스'로 불리는데, 올해 신세계 강남점에서 선보인 '하우스 오브 신세계' 등이 그 예다.
이를 통해 신세계백화점은 어려운 유통업계 경영환경 속에서도 공고히 실적을 쌓아왔다. 특히 강남점은 정 신임 회장이 2016년 총괄사장 취임 당시 신관 증축과 전관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한 후 이듬해 연매출 1조6620억원을 기록하면서 롯데백화점 본점을 제치고 국내 백화점 1위 점포로 올라서기도 했다. 이후 강남점은 국내 백화점 중 처음으로 단일점포 기준 연 거래액 3조원을 달성했다.
올해 들어 고금리와 고물가 등이 지속되면서 소비침체로 유통업계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분기 매출 1조7462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에 이어 분기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이번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소폭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4분기 성탄절(크리스마스) 성수기를 공략해 실적 반등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면세 사업에서도 정 신임 회장은 지난해 4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DF2·DF4 구역의 영업권을 따내면서 최대 10년간 운영 권리를 얻은 상태다.
이 같은 그간의 '역량'을 바탕으로 정 신임 회장이 신세계그룹의 백화점부문의 성장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이제 과제는 계열분리에 따른 사업 규모 확장과 실적 개선이다.
지난해 기준 신세계그룹의 총 거래액은 71조원으로, 이 중 이마트부문이 약 50조원이고 백화점부문이 약 20조원 정도다. 정 신임 회장으로서는 백화점부문을 이마트부문과 비슷한 규모로 사업을 키우는 게 숙제다.
이를 위해서는 백화점의 명품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카테고리 다양화를 꾀하는 동시에 면세점 반등을 위한 소비자 유인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 특히 현재 면세점 업계는 코로나19 시기 이후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주요 수요층이 이탈하면서 3분기까지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위기 타개책 마련이 시급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가에서 나온 첫 여성 회장인 정유경 (주)신세계 신임 회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며 "부회장 단계 없이 바로 회장으로 승진한 점은 어머니 이명희 총괄회장이 기회를 준 것으로 보이기에 실적 상승을 최우선 목표로 삼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와 이마트 간 계열 분리를 통해 그룹을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분리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향후 원활한 계열 분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