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K뷰티' 열풍에도 성장세 둔화 지속
중소·인디브랜드 약진에 국내 시장도 열세
中 주시하며 美·日 등 판매처 다변화 '사활'

아모레퍼시픽. 연합뉴스
아모레퍼시픽. 연합뉴스

중소·인디 브랜드가 주목받으면서 'K뷰티(화장품)'의 세계적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대표 뷰티 3사의 근심은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침체기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내려놓고 판매처를 다변화하고 있으나 이전처럼 회복이 더딘 탓이 크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뷰티 3사(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애경산업)가 다소 아쉬운 3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미국 등에서 선전하며 아모레퍼시픽이 3사 중에서 가장 선방하고, LG생활건강은 성장세를 보이긴 했으나 기대 보다 성장폭이 낮았고, 애경산업은 크게 부진했다. 중국발 수익성 악화의 타격이 큰 상황이다.

3사 중 실적이 가장 높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연결기준 올해 3분기 매출이 1조6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늘었다. 영업이익도 750억원으로 160.5% 증가했다. 이 중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 매출은 9772억원, 영업이익은 6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9%, 277.7%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인수한 스킨케어 인디브랜드 코스알엑스의 매출을 제외하면 여전히 중국발 수익성 악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3분기 아모레퍼시픽의 중화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가량 줄었다.

LG생활건강은 3분기 매출 1조7136억원, 영업이익 106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영업이익은 17.4% 감소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다만 이는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8%, 27.5% 줄어들며 실적 악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화장품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6506억원, 영업이익은 42.8% 증가한 114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화장품 사업의 회복세가 여전히 더디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 규모가 가장 큰 '더후' 브랜드 매출이 325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2% 감소했다"며 "해외 화장품 매출 증가율 개선은 긍정적이나 모멘텀이라 하기엔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애경산업은 3사 중 가장 부진했다. 올해 3분기 매출 1653억원, 영업이익 96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 48% 줄어든 수치다.

지난 7월 26일(현지시간)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막을 연 ‘케이콘(KCON) LA 2024’에서 한국 화장품 홍보 공간 ‘K 뷰티 스트리트’에 관람객들이 붐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7월 26일(현지시간)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막을 연 ‘케이콘(KCON) LA 2024’에서 한국 화장품 홍보 공간 ‘K 뷰티 스트리트’에 관람객들이 붐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처럼 뷰티3사가 중국발 부진으로 인한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CJ올리브영, 무신사, 뷰티컬리 등 뷰티플랫폼을 통해 중소 및 인디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K뷰티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대조된다. 중소 및 인디브랜드의 성장세로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화장품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및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 기업들도 덩달아 실적이 상승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소 및 인디 브랜드들이 뷰티 시장을 장악하면서 뷰티 3사의 브랜드가 과거와 달리 힘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장품 제품의 종류와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내수용에서 경쟁력을 제대로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ODM·OEM사로 인해 중소 및 인디 브랜드의 뷰티업계 진입 장벽이 낮은 상황이다. 최근 몇년 사이 화장품 브랜드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라며 "브랜드가 크게 늘어 뷰티플랫폼에 비해 기존 화장품 기업들의 성장률이 더딘 것"이라고 짚었다.

기존에 뷰티 3사가 집중했던 중국 시장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업계 최대 시장었지만 중국 자체가 경기불황으로 소비가 위축된 상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올해 상반기(1~6월) 중국의 화장품소매판매 총액은 41조원(2168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에 그쳤다. 특히 6월에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화장품 소매 판매액이 7.7조원(405억 위안)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6%나 감소했다. 하반기에도 회복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의 부진에 뷰티 3사도 판매처 다변화를 꾀하며 대안 모색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 일본, 인도 등 다른 국가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알리고 판매 확대에 나섰다.

먼저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의존도를 낮춰 실적 회복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성장 잠재력이 큰 미국, 일본, 영국, 인도 등을 글로벌 거점 시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현재 라네즈 등 주요 브랜드들이 북미에서 호실적을 거두고 있으며 코스알엑스도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이밖에도 태국이나 인도, 중동아프리카 등에도 해외시장 포트폴리오를 한층 더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LG생활건강 역시 수익성이 악화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북미 시장에 주력하며 실적 회복을 꾀하고 있다. 현재 북미 전용 신제품을 출시하는 한편 윌그린스, CVS, 월마트 캐나다, 크로거 등 현지 드럭스토어나 대형마트 등 채널 입점도 확대 중이다. 미국 등에서 TFS, 빌리프, CNP 브랜드를 중심으로 내년에도 투자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애경산업은 일본, 북미, 유럽 등 전략국가 중심으로 채널·제품 카테고리를 지속적으로 확장한다는 목표다. 케라시스, 2080, 샤워메이트 등 주력 제품과 럽센트, 블랙포레, 랩신 등 프리미엄 퍼스널케어 브랜드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뷰티 3사가 중국 시장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경기 회복세에 접어들면 중국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 현지 시장에 진출해 있는 상태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뷰티업계에 매우 중요한 나라로, 아예 눈을 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일본, 미국 등 판매국 다변화 정책을 유지하며 중국발 매출 감소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는 것이 중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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