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화재.. 1년 채 되지 않아 재발해 위기관리 '적신호'
장인화 회장, 인력 감축·사업 구조조정·인도시장 개척 등 돌파 과제로
'유지냐, 변화냐' 첫 정기 인사 임박.. 본업 부진 속 신사업 향방도 주목

지난 10일 오전 4시 20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화재가 5시간 만인 9시 20분께 모두 꺼진 가운데 해양경찰이 포스코 주변 바다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전 4시 20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화재가 5시간 만인 9시 20분께 모두 꺼진 가운데 해양경찰이 포스코 주변 바다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코그룹이 철강, 이차전지 등 주요 산업군 업황 불황으로 돌파구 모색에 분주한 가운데 공장 화재 등으로 악재가 겹치고 있는 모습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대표이사 회장의 취임 후 첫 정기 인사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 처방이 어떻게 내려질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지난 10일 새벽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의 신속한 진화 작업으로 약 5시간 만에 완전히 꺼진 가운데 포스코 측은 복구에 약 일주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며 조업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화재로 3파이넥스 공장은 당분간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해 화재를 조사할 예정으로설비 이상, 작업자 과실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원인 파악에 나섰다.

화재가 난 포항제철소에서 약 4Km 떨어진 포스코퓨처엠 내화물공장에서도 비슷한 시간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인명피해 없이 30분 만에 진화돼 공장 가동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화재는 빠른 진압으로 일단락 됐지만 포스코그룹을 둘러싼 잇단 악재에 업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적이 크게 감소하면서 장기화하는 부진을 벗어나가 위해 분주한 가운데 주요 공장 사고까지 이어지면서 피해가 발생해 논란이 겹친 탓이다. 장 회장이 지휘봉을 잡은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실적 개선에 이어 위기 관리까지 시급한 과제로 주어진 양상이다.

특히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연이어 화재 사고가 난 적이 있는데, 1년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화재가 나자 안전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룹 안팎으로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며 장 회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고 있는 시점이다.

현재 장 회장은 포스코그룹의 쇄신과 재정비를 위해 다각도로 돌파구 모색에 나선 상황으로, 올해 임기 첫 정기 인사도 앞두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그룹 내 두 주축인 철강과 이차전지 사업이 모두 업황 불황으로 부진의 길을 걷고 있다.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3분기 실적은 매출 18조3210억원·영업이익 743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4%·37.9% 감소했다. 이 가운데 시장에서는 올해 포스코홀딩스의 연간 실적을 매출 약 73조, 영업이익 약 3조원으로 전망 중으로, 이대로라면 2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자 장 회장은 그룹의 쇄신과 변화를 위해 비용 절감 및 사업 구조조정 등을 실시하며 위기 돌파에 나섰다. 아울러 이를 통해 매년 1조원 이상의 원가를 절감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2030년까지 전년 대비 매출 2배, 영업이익 4배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그룹은 최근 10년 차 이상 장기 근로자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이 지난달 초 사무직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그룹에서 대대적인 희망퇴직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포스코그룹 임원들은 급여를 최대 20% 반납하고 주식보상제도(스톡그랜트)를 폐지하는 등 비용절감에 앞장서기도 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대표이사 회장. 포스코그룹 제공
장인화 포스코그룹 대표이사 회장. 포스코그룹 제공

또한 장 회장은 수익성이 낮은 사업, 불용 자산 등을 검토해 정리 및 매각 작업을 수행하는 중이다. 이에 따라 수익성이 낮았던 이차전지 음극 코팅재 사업을 정리한 상태이며 중국 스테인리스 제철소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방침으로, 적자가 지속되거나 투자 목적을 상실한 사업 120여 개를 정리하고 이를 향후 3년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중 올해 3분기까지 총 21개 구조조정을 완료해 6254억원에 달하는 현금유입효과를 거두는 등 자산 효율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포스코홀딩스 측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신소재 사업 추진, 인도 시장 진출 모색 등 다각도로 돌파구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인도 시장은 지난달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철강, 이차전지 소재, 재생에너지 분야의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인도는 풍부한 태양광과 풍력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생산 여건이 우수한 최적지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포스코는 2005년부터 인도 현지에 제철소 건립을 추진했지만 네 차례나 무산됐다. 그러나 장 회장이 '4전 5기'에 나서면서 올해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까지 이뤄냈다. 장 회장이 포스코의 오랜 숙원을 이룬 셈이다.

포스코는 향후 JSW그룹과 이차전지 소재 밸류체인 공동투자, 기술개발 등의 공조를 적극 모색할 방침이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합작 일관제철소의 자가공급용 재생에너지 사업을 시작으로 양사 간 협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장 회장의 첫 인사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장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직후 인사에서 포스코퓨처엠 대표였던 김준형 부사장을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소재총괄로 이동시키고, 포스코홀딩스에서 친환경 미래소재 개발을 맡았던 유병옥 사장을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에 배치했다. 또 본업인 철강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는 올해 이시우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철강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차전지 시장을 선점하고자 함께 그룹을 이끌어온 가운데 내년에 새로운 변화를 줄 것인지, 어려운 시기에 따라 안정을 취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포스코는 내년 상반기 중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사내이사가 83명으로 많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장 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의 두 핵심 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가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침체기를 겪고 있어 어려운 가운데 위기관리 문제까지 대두되면서 장인화 회장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본래 어려울 때 분위기 전환을 위해 새로운 인물을 세우는 사례가 많은데 장 회장의 첫 인사이기도 한 만큼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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