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회사 리테일 강점 앞세워
“복잡한 옵션, 주의 필요” 목소리도

삼성생명 제공.
삼성생명 제공.

보험금청구권 신탁 제도가 활성화 되면서 주요 생명보험사의 관련 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각 회사는 리테일 부분에서 강점을 내세우며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적을 펼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의 시행으로 ‘보험금 청구권 신탁’이 도입됐다. 보험금 청구권 신탁은 보험사가 지급하는 사망보험금을 신탁회사가 대신 보관·관리·운용해 수익자에게 주는 상품이다. 

피보험자는 사망 전에 신탁 계약을 체결해, 수익자가 받게 될 사망 보험금의 지급 방식, 금액, 시기 등을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다. 즉 보험계약자가 사망 보험금을 탈 수익자를 지정하고 지급 방식과 금액, 시기 등을 정해두면, 신탁사가 그 유언 방식대로 돈을 맡아 관리 및 지급한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의 사망보험금 분할지급 기능을 활용하면, 미성년자 자녀가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타인에게 편취 당할 가능성, 재산관리 능력이 부족한 유족이 사망보험금을 탕진할 가능성 등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위탁자(보험계약자)가 원하는 경우 자녀가 대학교 입학, 취업 등 특정 조건을 충족했을 때 일정 금액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등 개별 맞춤형 설계도 가능하다.

사망보험금 3000만원 이상인 고객은 누구나 보험금 청구권 신탁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신탁을 맡긴 자가 동일인이어야 하고, 재해·질병 사망 등 특약사항 보험계약은 발생 여부가 불확실한 점을 감안해 신탁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히 보험사들이 보험금 청구권 신탁 분야에서 새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 22곳의 사망 담보 계약 잔액은 883조 원을 기록했다.

삼성생명은 미성년 자녀를 둔 50대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출시된 보험금 청구권 신탁을 1호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이 가입자는 본인의 사망 보험금 20억원과 관련해 자녀가 35세가 되기 전까지는 이자만 지급하다가 자녀가 35세, 40세가 되는 해에 보험금의 50%씩 지급하도록 신탁을 설계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안정성은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며 “상속과 증여, 투자, 세무 등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WM팀이 고객에게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생명 제공.
미래에셋생명 제공.

같은 날 미래에셋생명 역시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박성철 미래에셋생명 본부장은 “보험금청구권신탁 상품 출시를 통해 사망보험금 지급 이후에도 수익자 재정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2010년부터 금융당국에 규제개선을 건의하는 등 보험금청구권신탁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인물이다.

그는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보험업계 최초로 신탁업 겸영 인가를 받은 보험사”라며 “사망보험금 지급을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생각하며, 유족의 삶을 따뜻하게 지켜주는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흥국생명에서 1호로 체결한 신탁 계약은 50대 남성의 기업체 임원이 체결했다. 본인의 사망보험금 5억원에 대해 자녀가 40세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이자만 지급하다가 자녀가 40세, 45세가 되는 해에 보험금의 50%씩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상속·증여, 투자, 세무 등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보험금청구권신탁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하고 신상품 개발과 운영 관리 및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며 “또 고객의 가입 문의에 응대할 수 있는 전용 전화상담 채널도 구축했다”고 말했다. 

김종명 흥국생명 신탁팀장은 “당사는 종합재산신탁 라이선스를 갖춘 보험사로서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고객맞춤형 재정솔루션 서비스를 개발해왔다”라며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 출시를 계기로 고객의 재정적 안정을 도울 수 있는 신탁상품을 지속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은행업권에선 대표적으로 하나은행이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나은행 1호 계약자인 50대 가장은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본인의 사망보험금이 미성년자인 자녀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2호 계약자의 경우,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자녀가 국내 자산관리 등에 어려움이 있는 점을 감안해 계약자 본인의 사망보험금을 신탁회사인 은행을 통해 수령 및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하나은행은 2010년 4월 금융권 최초 유언대용신탁인 ‘하나 리빙 트러스트(Living Trust)’ 출시를 비롯해 ▲치매안심신탁 ▲장애인신탁 ▲후견신탁 등을 활용한 자산관리 플랜을 통해 다양한 생활지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복잡한 상품 구조 탓에 금융소비자가 자칫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을 선보인 회사들이 맞춤형 옵션을 강조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험금 수령 조건을 설정할 수 있는 옵션이 복잡할수록 고객이 이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고령자나 재정 관리 경험이 적은 고객은 설정 과정에서 혼란을 겪을 수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안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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