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확산에 주식시장 요동.. 사측 "사실 무근.. 법적 조치"

롯데 월드타워 전경. 롯데그룹 제공
롯데 월드타워 전경. 롯데그룹 제공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는 풍문이 돌면서 롯데지주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주식이 급락했다. 이에 롯데그룹은 루머의 최초 생성자와 유포자에 대한 법적 조치 검토에 나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롯데지주는 전 거래일(15일)보다 6.59% 하락한 2만5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8.86% 떨어진 2만5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화학사업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전 거래일 대비 10.22% 하락한 6만5900원으로, 유통시장 불황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쇼핑은 6.6% 떨어진 5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두 계열사 모두 각각 장중 6만4800원(-11.72%), 5만6100원(-9.66%)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이날 롯데 계열사들이 줄줄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것은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풍문이 증권가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주말 일부 유튜브 채널이 '롯데그룹 공중분해 위기'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게시하면서 온라인 상에서는 롯데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가 촉발됐으며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롯데로 인한 금융시장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빠르게 유포됐다.

특히 해당 내용에는 롯데의 다음달 초 모라토리엄(지급유예) 선언설과 유통계열사를 중심으로 직원 50% 이상을 감원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롯데쇼핑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 관련 루머는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하는 등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업황 부진을 겪는 롯데케미칼, 면세점 등을 비상경영체제로 운영하고 일부 계열사에서 인력 효율화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받긴 했으나 유동성 위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롯데그룹은 올해 상반기부터 계열사 실적은 감소하는 반면 전체적으로 차입금은 증가하는 등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지난 8월 '비상경영체제'를 공식 선포하며 위기 관리에 집중해왔다.

이는 그간 공격적인 M&A(인수합병)의 성적이 다소 우수하지 못한데다 그룹의 주요 핵심 사업군이었던 화학사업과 유통사업이 모두 불황을 겪고있는 데 따른 결과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롯데지주,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간판 계열사 3곳의 연결기준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29조9509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보다 2조168억원(7.2%) 증가했다.

이들 간판 계열사의 차입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한창이던 2021년 말 18조3997억원에서 지난해 말 27조9431억원으로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인데, 올해 상반기까지도 부채가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화학사업은 중국의 저가공세가 심화되고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한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실적 감소가 직격타가 되고 있다. 롯데의 화학사업을 이끄는 롯데케미칼은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적자다.

유통사업은 쇼핑부문의 부진이 다소 큰 상황이다. 해외 사업 호조세 덕에 올해 3분기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올랐다. 다만 롯데마트와 슈퍼의 실적이 줄었으며, 특히 롯데온은 치열한 이커머스 업계 경쟁 속에서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면세점 사업의 불황으로 인해 호텔롯데 역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나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롯데그룹을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면서 이같은 '유동성 위기' 풍문도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롯데그룹은 그룹의 모태로 평가되는 식품 계열사들이 해외에서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그룹을 지탱하고 있는 중이다.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은 주가가 연일 상승세다.

이 가운데 롯데그룹은 이번 루머의 최초 생성자와 유포자에 대한 수사 의뢰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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