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3분기 실적 일제 감소.. 중국 저가 공습에 공급 과잉까지 '악재'
포스코·현대제철 공장 '셧다운'.. '사고·노조·트럼프' 등 리스크 고조
현대제철·동국제강, '중국산 철강 반덤핑 제소' 두고 갈등 지속
구조조정·해외시장 공들이지만.. 불확실성 확대에 '역부족'

서울 강남 포스코 사옥. 연합뉴스
서울 강남 포스코 사옥. 연합뉴스

철강업계가 글로벌 경기 불황에 더해 중국 저가 공세로 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대형 3사(빅 3)인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일제히 크게 감소했다. 실적 부진으로 어려운 가운데 향후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폭탄 우려와 전기료 인상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다 공장 화재, 노조 반발 등 내홍까지 겪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2위 철강회사인 포스코가 45년 9개월 동안 가동해온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셧다운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의 선재 제품은 일상 필수품이나 지난해 기준 약 2억t에 달하는 글로벌 선재 시장 규모에 비해 수요는 9000만t에 불과하는 등 '공급 과잉'이 이어지는 탓에 내린 결정이다.

포스코는 지난 7월 1제강공장도 셧다운한 상태로, 두 공장을 연이어 멈추는 큰 결단을 내리게 됐다. 앞서 현대제철도 경북 포항 2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는 등 철강업계가 손해를 줄이기 위해 '가동 중단'이라는 초유의 카드를 꺼내게 된 것이다.

실제로 철강업계 실적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다. 먼저 포스코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철강 사업부문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9조4790억원과 43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39.8%씩 감소했다.

특히 해외 부분을 따로 살펴보면 해외철강 사업의 3분기 매출은 5조279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0억원으로 전년 동기(710억원)대비 90.1%나 줄었다.

업계 2·3위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0%이상씩 줄어드는 등 실적 타격이 컸다. 현대제철은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5% 감소한 5조6243억원과 77.5% 줄어든 515억원에 그쳤다. 동국제강은 3분기 매출 8386억원, 영업이익 21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2.3%, 79.6%로 줄었다.

이는 기존 과잉 생산된 중국산 철강이 지난해 말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에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 철강재 소비 규모가 큰 건설업황도 회복되지 못하면서 수요 부족으로 인한 제품 가격 하락과 매출 부진이 수익성 악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철강 수요는 부진하지만 중국의 과잉 공급이 지속되고 있어 한국 업체의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수 있다"며 "중국 정부 기조상 중국 업체가 나서서 생산량을 감축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또 최근 산업용 전기료 인상도 치명타가 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전기를 대량으로 소모하는 대표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높은 전기료가 부담되자 동국제강은 전기료가 비교적 저렴한 밤에 전기로를 가동하는 등 야간 생산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여기에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2기가 '자국(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관세 폭탄' 등 철강 수입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불안정한 대내외 상황에 철강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각사가 내홍도 겪고 있어 논란이다. 포스코는 현재 철강 외 적자 사업, 비핵심 자산 120여 개를 선정해 매각·처분하는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인데, 이에 따라 희망퇴직까지 받으면서 노조의 불만도 커진 상황이다. 오는 25일 포스코 노조는 쟁의행위를 열기 위한 찬반 투표에 돌입할 예정으로, 사상 첫 파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또 포스코는 지난 10일 새벽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에서 화재가 나면서 복구작업에도 시간을 들여야 했다. 당시 소방차 44대와 인력 121명이 투입돼 5시간 만에야 불을 모두 껐을 정도로 큰 화재였다. 복구를 마치고 지난 19일부터 재가동에 들어간 상황으로, 한 차례 위기를 넘겼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지회와 금속노조 포항지부, 민주노총 포항지부가 지난 15일 현대제철 포항1공장 정문에서 포항2공장 폐쇄 방침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지회와 금속노조 포항지부, 민주노총 포항지부가 지난 15일 현대제철 포항1공장 정문에서 포항2공장 폐쇄 방침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제철도 노조와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공장 폐쇄 등의 결정을 두고 노조가 거센 반발에 나서며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2월 인천 공장 전기로 특별보수를 6개월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9월부터 3개월간 충남 당진제철소도 특별 보수 공사에 들어가는 등 가동률 낮추기에 집중해왔는다. 여기에 최근 포항2공장을 폐쇄하기로 하면서 직원 감원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노조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이날 현대제철 노조는 경북 포항 2공장 폐쇄 방침에 반발하며 공장 계속 가동을 요구하기 위해 경기도 판교 현대제철 본사 앞에서 집회에 나섰다. 전국금속노조 포항지부 현대제철지회에 따르면 집회 참여 노조원은 300여 명에 이른다.

철강업계 내 기업 간 내홍도 불거지고 있다. 중국산 철강 반덤핑 제소와 관련한 것으로, 철을 뽑아내는 업체와 철을 제련하는 업체간 의견 갈등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7월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제소를 제기했다. 이후 열연강판 등에 대해서도 추가 반덤핑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열연강판을 원자재로 삼는 동국제강 등 제강사들은 반덤핑 제소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저렴한 열연강판을 사용해 제품을 제작하고 판매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해관계, 취급 제품들이 달라 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는 공장 셧다운을 하는 한편 해외시장으로 돌파구를 찾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매각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포스트 차이나'로 통하는 인도 공략을 지속하고 있다. 먼저 포스코는 장인화 회장이 지난달 직접 인도를 찾아 현지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합작 제철소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인도에 처음으로 쇳물을 녹여 중간재를 만드는 일관제철소를 설치할 예정으로, 자동차용 강판 등 연 500만t 생산 규모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중국 장쑤성의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를 매각하기로 결정하는 등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해 3분기 인도 푸네에서 연간 23만t 생산 규모의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착공했다. 내년 2분기 설비 설치와 시험 생산에 돌입하고 3분기 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인도에서 생산한 강판을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미국 GM(제너럴모터스)로부터 인수한 푸네 완성차 공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동국제강은 원자력 철근과 카타르 NFS 프로젝트향 클래드 후판 상업 생산을 통해 수익성 높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철강기업들의 이같은 노력에도 단기간 업황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국내 철강은 성장 부재 속 내수 침체 국면에 진입했고 보호무역주의와 트럼프 재집권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기간 업황 회복을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효율적·적시적 투자 및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에 악재가 겹치면서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라며 "전기료 인상, 중국 저가공세 외에도 잦은 사고 발생, 노조 파업 가능성, 트럼프 2기 정부 불확실성 등 악재가 놓여있어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