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론 고조.. 이르면 27일 '신상필벌' 조기 인사 단행
이 회장, 항소심 최후진술 "어려움 반드시 극복하겠다"
검찰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형을 구형한 가운데, 이 회장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음을 언급하며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예년보다 조기 실시될 삼성전자 인사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부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을 중심으로 일부 임원들에게 퇴임 통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련의 위기 극복과 미래 준비를 위해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 조직 개편 역시 앞당길 전망이다.
인사는 이르면 27일 사장단부터 순차적으로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임원 승진 규모는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신상필벌'과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있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외신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지 10년이 지난 지금 사업 역량(mettle)과 관련해 가장 혹독한(severe) 시험을 치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FT는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메모리칩 제조업체이나 AI 반도체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 경쟁에서는 SK하이닉스에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지난 7월에는 노조가 사상 첫 파업에 나서는가 하면 최근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에도 올해 들어 주가가 30% 이상 하락하는 등 직원과 투자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봤다.
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와 무역 혼란 가능성은 반도체 수출과 삼성전자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 전망 등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앞서 검찰은 전날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심리로 열린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 대해서도 1심과 동일하게 각각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3년이 넘는 오랜 재판 끝에 (1심)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사실 안도감 보다는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진행된 항소심 재판은 다시 한번 제 자신과 회사 경영을 되돌아 보고 성찰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며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며 많은 시간 자책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지만 저는 기업가로서 회사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다. 이 사건 합병도 마찬가지"라며 "합병 추진을 보고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주주들께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들을 속이려는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전자를 향해 거론되는 위기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때보다 녹록치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울러 "많은 분들의 걱정과 응원을 접하면서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또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며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하겠다. 부디 저의 소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을 내년 2월 3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