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여파 위기감 고조.. 일정 취소·사장단 회의 개최 등 분주
HD현대·SK·LG 등 사장단·임원 회의.. 경제상황 점검·대응책 논의
직원 출근 혼선 등 차질 빚어.. 일부 기업 정기 임원인사는 예정대로
간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가 경제계에 번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한바탕 큰 소란을 겪었다.
6시간여 만에 계엄령이 최종 해제되면서 한숨 돌렸지만, 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기존 주요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면서 내부적으로 재무 리스크를 집중 점검하는 모습이다.
다만 정기 인사를 앞둔 기업들은 그대로 일정을 이어갈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이날 조직개편안을 확정해 내부에 공유하며 SK그룹은 예정대로 오는 5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HD현대는 4일 오전 권오갑 회장 주재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어 비상계엄령 사태가 미칠 영향과 발생할 수 있는 경제 상황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권 회장은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사 사장들은 비상경영상황에 준하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특히 환율 재무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조선 등 생산 현장에서는 원칙과 규정 준수에 더욱 유념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재무 리스크로 비상경영을 펼치고 있는 SK그룹도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사장단 및 임원 대책 회의를 진행했다. 모든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하는 대규모 회의는 아니었지만 환율을 포함한 시장 상황,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황 등을 점검하고 그룹 사업에 미칠 영향 및 대책 등을 논의했다.
LG그룹 역시 이날 오전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금융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해외 고객 문의에 대한 대응 등을 논의했다. 이 가운데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근무 직원들에게는 재택근무를 권고하기도 했다.
이밖에 HS효성이 사장단 및 관련 임원 긴급 경제 상황 점검 회의를 진행했으며,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 참석 하에 CA협의체 경영진이 모여 비상경영회의를 실시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홀딩스 등 주요 기업들은 비상계엄 상황이 종료된데 따라 긴급 대책 마련 회의는 진행하지 않았지만 평소보다 더욱 강도 높게 금융시장 동향 등을 점검하고 예의주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태로 경제계 주요 일정도 취소됐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겪는 중인 영풍-MBK파트너스가 이날 오전 개최할 예정이었던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기자간담회'가 연기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회장 자리를 맡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는 더불어민주당과 진행할 예정이었던 상법 개정 정책 토론회도 열지 않았다.
대신 일정상 순연이 불가피한 정기 임원인사, 조직개편 등은 그대로 진행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예고한 대로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SK그룹은 오는 5일 예정대로 인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번 사태는 기업 출근에도 영향을 미쳤다. 게임업계에선 넥슨,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등 게임사가 시차 출근제와 자율 재택근무 등을 시행한 한편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은 재택근무를 검토하다가 정상 출근을 지시했다. 네이버는 원격 근무를 권고했다가 취소해 혼란을 빚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재계가 미국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해 촉각이 곤두서있던 가운데 비상계엄 쇼크까지 겹치면서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돼 위기감이 커진 모습"이라며 "후폭풍이 어떤 파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며 행동 반경이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