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중복수사 이유로 영장 기각…증거 ‘쪼개기 확보’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이날 국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돼 있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이날 국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돼 있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둘러싼 혼선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9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했고,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여 윤 대통령을 출국금지했다.

검찰도 이미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상태다.

현행법상 수사권이 있는 3개 수사기관이 '현재권력'인 대통령이 연루된 범죄에 경쟁적으로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양상인데 컨트롤타워가 없어 자칫 수사를 그르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실제 검·검·공수처의 수사권 경쟁은 갈수록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체포하는 방안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법적조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체포할 수 있다는 뜻이냐'는 후속 질문에는 “적절히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우종수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수사 대상에는 인적·물적 제한이 없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통령 긴급체포 가능성에 대해 “요건에 맞으면 긴급체포를 할 수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비상계엄특별수사본부장인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윤 대통령 체포 가능성에 대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상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끝까지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수사가 중구난방식으로 진행되는 양상도 엿보인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체포해 신병을 확보했고,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 군 지휘부 조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김 전 장관의 자택과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압수했다.

공수처가 전날 두 기관에 이첩 요구권을 발동했지만, 검찰과 경찰은 각자 계획에 따라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법원이 중복 수사를 이유로 각 기관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 등을 기각하면서 수사기관들이 각자 비상계엄과 관련한 증거를 조각조각 나눠서 확보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국회에서는 상설특검과 개별 특검까지 함께 논의되는 상황이어서 수사 주체를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수사 주체를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수사 주체간 혼선과 중복수사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제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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