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 지분 63.9% 인수.. 12일 자회사 본격 출범
고용승계·조직결합·경영권 안정 등 과제.. LCC통합 도전도 숙제
대한항공이 5년여 만에 14곳 경쟁당국의 승인을 모두 받고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까지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으로 통합 작업에 착수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숙원이었던 '메카 캐리어' 도약에 본격 나설 전망인 가운데 향후 통합과정에서 고용승계, 마일리지 통합, 기업문화 융합, LCC(저비용항공사) 통합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주어졌다.
11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단행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해 새롭게 발행하는 주식 1억3157만8947주(지분율 63.9%)를 취득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다음날인 12일엔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시킨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이를 이끌 인물에도 관심이 모인다. 주요 임원 자리에는 대한항공 인물로 채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아시아나항공 신임 대표로는 송보영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전무)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LCC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신임 대표로는 정병섭 대한항공 여객영업부 담당(상무)과 김중호 대한항공 수석부장이 각각 거론되고 있다. 다만 아직 인사 관련 주요 사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먼저 대한항공은 2026년 말까지 2년간 아시아나항공을 독립 법인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기간 동안 IT 시스템과 정비, 지상조업 등 사업을 단계적으로 합치고 기업문화 일원화, 고용승계, 마일리지 통합 등 남은 과제를 순차적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시너지를 내기 위해 양사의 '물리적·화학적 결합'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2020년부터 시작된 기업결합이 5년여 만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조 회장에게는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 세계 10대 항공사로 발돋움하는 가운데 향후 2년간 본격적인 통합 과정을 순탄하게 이끄는 게 큰 과제로 꼽힌다.
현재 대한항공은 인위적인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노선 정리, 사업부 재편, 중복 업무 점검 등 과정에서 인원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한항공 측의 '인위적인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는 것은 최대한 기존 아시아나항공 인력을 안고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양사 합병으로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증가하는 사업량에 따라 인력도 많이 필요할 것을 예상하고 인력 통합 운영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 회장은 "양사 임직원들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최근 에어인천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일부 고용승계를 유지 중인 상태다. 이후 대한항공은 조직문화 융합, 통합 기업이미지(CI) 등 작업을 거치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구성원간 긍정적인 화학적 결합을 꾀한다는 목표다.
화학적 결합 시너지를 내면서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도 병행돼야 할 부분이다. 양사 합병을 놓고 초기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다만 업계 차원에서 볼 때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규모가 큰 탓에 대한항공 외에 인수자를 마땅히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합병 후에도 대한항공은 수익 상당분을 아시아나항공 부채 개선에 적극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의 3분기 누적 순손실은 661억원이고 영업이익률도 4.1%에 그쳐 이자 비용을 제외하면 적자"라며 "내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화물사업부가 매각되면 매각대금을 수령하겠으나 여객사업부 성장 없이는 2026년에도 적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의 향후 2년은 과도기적 구간으로 이해해야 한다. 근원적으로는 합병 시너지가 본격화되는 2027년 영업실적과 재무구조 개선을 보다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창립 이래 최대 실적 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매출 13조3690억원, 영업이익 1조6461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누적 1조826억원에 달한다. 이에 힘입어 지주사 한진칼도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2216억원, 영업이익 413억원을 각각 기록하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20%, 영업이익은 12.84% 늘었다.
향후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운영하면서도 실적 성장세를 보여주는 것이 관건으로, 한층 더 강화된 조 회장의 리더십과 경영능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앞서 지난 8월 한국경영학회는 조 회장을 경영자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는데, 리더십과 위기 돌파 능력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조 회장의 또 다른 과제도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메가 캐리어 탄생과 함께 LCC 3사 대통합도 이뤄야 한다는 점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진에어와 에어서울, 에어부산을 통합하면 LCC 1위로 순식간에 올라설 수 있어 LCC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LCC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단규모 확대와 원가경쟁력 확보가 필수인 만큼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3사의 통합운영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이 같은 LCC 통합 계획에서도 외부의 반대를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본래 LCC 기업 결합 역시 경쟁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단 LCC간의 결합은 경쟁 및 중복 노선이 많지 않아 심사 절차나 기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현재 대한항공의 LCC 통합 과정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을 놓고 지역의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이 난관이 되고 있어 원만한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조 회장은 당분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LCC 출범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 및 계획은 향후 LCC 3사가 상호 협의해 수립 및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의 메가 캐리어 숙원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향후 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강화에도 관심이 모인다.
양사의 통합으로 한진그룹의 재계 순위도 10위권 안쪽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나오면서 총수인 조 회장의 안정된 경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현재 조 회장의 한진칼 개인 지분은 5.78% 정도다. 우호 지분까지 합하면 21.2%지만 2대 주주인 호반건설과의 차이는 3.38%p 차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가 캐리어 탄생이 임박하면서 대한항공을 통한 한진그룹 성장이 기대되는 부분"이라며 "조원태 회장이 향후 고용승계, 기업문화 결합, LCC 통합 등의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 사이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항공권 가격 변동과 마일리지 통합 방식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대한항공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편입 후 약 2년간은 독립적 운영을 유지할 방침이다. 이에 2026년까지는 아시아나 마일리지 사용이 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제한된 마일리지 사용처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자 제주노선에 마일리지 좌석을 추가 공급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 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내 대형항공사 시장이 독점 체제로 전환되면서 가격결정권을 가진 대한항공이 항공권 가격을 대폭 올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시장이 항공사가 가격을 일방적으로 인상할 수 없는 경쟁시장인 만큼 운임 상승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일부 중복 노선은 단일 노선으로 통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양사는 장거리 노선 12개를 비롯해 38개의 국제노선에 중복으로 취항 중이다. 다만 대한항공은 새로운 노선을 개척하고 추가 운항이 필요한 곳은 증편하면서 급격한 노선 폐지는 없도록 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