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HBM 이어 AI데이터센터·AI서버에 필요한 eSSD 수요 증가
SK, eSSD 점유율 아직 2위.. 기술 강화로 '삼성 낸드' 추월 주목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 한 AI(인공지능) 관련 산업의 호황에 따라 그간 하락세였던 낸드플래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에 HBM(고대역폭메모리)으로 메모리 시장에서 높은 입지를 구축해가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부진했던 낸드플래시 역량 강화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16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글로벌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시장 매출이 총 73억7900만 달러(10조5600억원)를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28.6% 늘어난 규모다.
eSSD는 낸드플래시를 여러 개 묶어 만드는 데이터 저장장치 가운데 하나로, SSD 중에서도 특히 데이터센터와 서버용으로 특화된 제품이다. 영상·음성 등 용량이 큰 데이터를 저장·분석할 수 있고 물리적 공간을 덜 차지하면서도 전력을 적게 쓴다는 장점이 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데이터 저장장치에 쓰인다.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D램과는 다른 용도의 메모리다. AI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HBM 등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D램이 주목받았는데, AI 수요가 더욱 높아지면서 AI 데이터센터, AI 서버 등이 필수 시설로 자리잡자 여기에 필요한 낸드플래시를 찾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eSSD를 찾는 기업이 많아지자 고성능의 낸드플래시가 크게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eSSD를 통해 AI 모델 학습과 추론 등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저장하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내년 자회사 솔리다임과 함께 eSSD 판매에 더욱 집중할 전망이다. 다만 eSSD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경쟁사인 삼성전자 보다 낮은 상태로, SK하이닉스가 메모리 1위를 차지하기 위해 eSSD 중심 낸드플래시 입지를 확대하는 게 우선 과제로 꼽힌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eSSD 시장에서 32억 달러(4조6000억원) 매출로 점유율 43.4%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을 포함해 20억5800만 달러(2조9400억원)로 점유율 27.9%, 2위였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더욱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HBM으로 D램 시장을 선도하던 것처럼 앞선 기술력 확보가 시급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을 맡은 것도 AI 반도체와 관련해 본격적으로 낸드플래시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주목할 부분은 2020년 인수 이후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낸드플래시 전문 기업인 솔리다임이 최근 AI 수요 확대와 맞물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솔리다임은 'QLC eSSD'에 강점이 있다. QLC는 셀 하나에 4비트를 저장하는 낸드로, 고용량 규현이 용이하고 생산원가 효율성도 높다. QLC 낸드를 생산하고 있는 곳은 SK하이닉스 솔리다임, 삼성전자, 마이크론 정도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AI 서버향 QLC eSSD의 강한 수요가 지속됨에 따라 솔리다임의 2024년 연간 매출액은 8조원을 상회하고 낸드 부문 내 영업이익 기여도는 지속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eSSD의 판매를 통해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낸드플래시 매출은 4조98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3% 증가했다.
현재 솔리다임은 QLC 기반 60TB 이상의 고용량 eSSD를 업계에서 처음으로 공급을 시작하는 등 초격차 기술력을 키워나가는 중이다. 현재는 세계 최대 용량인 122TB 기반의 신제품을 출시를 알린 상태로, 내년 1분기부터 최초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SK하이닉스가 세계 최고층인 321단 1Tb TLC 4D 낸드플래시를 양산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6월 238단 4D 낸드플래시 양산에 이어 차세대 제품인 300단 이상 낸드도 세계 최초로 양산하게 된 것이다.
앞서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80~290단의 1Tb TLC 9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V낸드는 더블 스택 구조이고, SK하이닉스가 양산에 나선 321단 낸드는 트리플 스택 구조다. D램(HBM) 시장에서와 같이 낸드플래시 시장 역시 '더 많이 쌓아 올리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더 많이 쌓을수록 같은 면적에서 고용량을 쉽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경쟁으로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도 잇달아 200단 이상의 낸드플래시를 개발·양산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적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년에는 400단, 2027년에는 1000단 등의 낸드플래시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역시 내년에 400단 낸드플래시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 낸드 시장에서 뚜렷한 수요 회복세를 보이는 고용량 eSSD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점유율을 늘려갈 것"이라며 "초고용량 eSSD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더욱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테슬라와 7억2500만 달러(1조원) 규모의 eSSD 공급 계약을 협상 중이다. 테슬라는 AI 슈퍼컴퓨터 '도조' 구축을 위해 SK하이닉스의 대용량 eSSD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eSSD에서 강한 경쟁력이 지속되며 2025년에도 AI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혜 대표주자로서 프리미엄이 부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SK하이닉스가 간접출자한 일본의 키옥시아가 상장을 앞두고 있어 반도체 사업에 사용할 투자금 회수도 기대되고 있다. 키옥시아에는 SK하이닉스와 미국 투자번드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56%를 출자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