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 트럼프 장남과 회동.. 마러라고 리조트 방문
韓 주요 기업, 트럼프 정부 대응 집중.. 조직 강화·인력 배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한 사진을 올렸다. 정용진 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한 사진을 올렸다. 정용진 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내년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재출범을 앞둔 가운데 한국의 주요 대기업 인사들이 미국과 협력 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가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아직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이 확정된 국내 인사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간 쌓아온 미국 측 인맥을 바탕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접촉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먼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만난다.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17~19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할 예정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그룹의 수석부회장으로, 아버지인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며 재집권에 공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트럼프 정부 2기의 '실세'로도 꼽힌다.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는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는 후문이다. 실제로 올해 둘의 만남은 이번 회동까지 합하면 네 번째로, 트럼프 주니어가 앞서 세 차례 방한해 정 회장을 만난 바 있다.

이에 정 회장이 내년 1월 20일 열릴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이번 회동 가운데 리조트에는 트럼프 당선인도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19일 마러라고에서 거액의 입장료를 낸 기부자들과 만찬 행사를 가질 예정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참석한다.

앞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취임식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국내 재계 인사 중 유일하게 초청된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은 트럼프 캠프에서 외교·안보 분야 자문을 맡았떤 애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창립자)과 인연 덕분에 초청받았다. 다만 당시 건강 문제로 불참했다.

이 가운데 정 회장이 방문할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는 정치적 교류가 활발한 장소로 알려져 있어 정 회장의 방문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회동이 향후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발판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정 회장이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재계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트럼프 일가와 친분이 있는 사례가 국내 재계에서는 아직까지 없기 때문이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 등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 쪽과 인맥이 있는 경우는 있다.

취임식을 앞두고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과의 만남은 정 회장이 아직까지 유일한 가운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고위급 회동이 어려운 대신 미국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대관조직인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가 미국 현지 정부 및 관계자들과 만나 협의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또 가장 집중하고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사업부 수장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미주총괄을 역임한 한진만 부사장을 선임해 미국 대응에 집중한다.

SK그룹은 북미 대관 컨트롤타워인 'SK 아메리카스'를 바탕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를 공략 중이다. 이에 따라 최근 실시한 인사에서 SK 아메리카스 신임 대관으로 지난 7월 합류한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했다. 딜레이니 부사장은 미국 부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해외 대관 조직인 GPO(Global Policy Office)를 사업부 급으로 격상시키고 미국 정부 기관과 연방 상·하원 의원실, 주요 싱크탱크 등에 현대자동차의 대미 투자를 강조한 홍보용 책자를 배포했다. 그룹 싱크탱크 사장에는 주한 미국대사 등을 역임한 성 김 고문역을 임명했으며 현대차 대표 자리에는 첫 외국인 CEO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선임했다.

LG그룹도 글로벌 대응 총괄 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과 워싱턴사무소를 중심으로 미국 현지 대외협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화학에는 고윤주 전 제주특별자치도 국제관계대사를 최고지속가능전략책임자(CSSO) 전무로 발탁했는데, 고 전무는 주미국1등서기관, 주뉴욕영사, 북미국장 등을 지낸 미국 전문가로 불린다.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방산 호재'로 주목받은 한화그룹은 미 국무부 정치군삼담당 부차관보, 국방부 차관 대행 등을 역임한 마이클 쿨터 전 레오나드로 DRS 글로벌 법인 사장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 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한인 2세인 제이슨 박 전 미국 버지니아주 보훈부 부장관을 대외협력 시니어 디렉터로 영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미국과의 경제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배치하는 모습"이라며 "불확실성이 많은 트럼프 2기 정부 대응 전략을 강화하는 노력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