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미정산' 파문.. 이커머스업계 민낯 드러나
유통 대기업 실적 부진 몸살.. 편의점 약진 돋보여
'수수료 갈등' 첨예.. 배달·홈쇼핑업계 신경전 가열
식품, 'K푸드' 선봉으로 .. 삼양식품 거침없는 질주
고물가 지속으로 국내 소비가 위축되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끼었다.올해 업계가 힘든 시기를 보낸 가운데 사건사고, 갈등이 빈번히 발생한 데다 일부 기업은 경영 위기가 짙어지면서 희망퇴직 사례도 늘어나는 등 침체기를 겪었다.
유통업계의 올해 가장 큰 논란은 '티메프 사태'가 꼽힌다. 지난 7월 말부터 발생한 티몬·위메프(티메프)의 정산 지연이 입점업체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사건이다.
티메프는 이른바 '대금 돌려막기'로 연명해오다 덜미를 잡혔다. 티메프 사태의 책임자로 지목된 이는 티메프의 모회사인 큐텐그룹의 구영배 대표로, 류광진 티몬 대표·류화현 위메프 대표와 함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사기 혐의로 지난 11일 불구속 기소됐다. 본격적인 재판은 내년 1월 시작될 예정이다.
이들은 티몬과 위메프 입점업체(판매자) 정산대금 등을 가로챈 혐의,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 '위시' 인수대금 명목으로 티몬·위메프 상품권 정산대금 5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을 받는다.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입은 피해 규모는 입점업체들과 소비자들 약 50만명, 미정산 및 미환불 금액 약 1조5950억원에 달한다. 티메프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피해 복구도 순탄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파산한 소규모 입점업체들도 증가했다. 소비자들은 주로 여행 및 숙박, 항공 상품들과 관련해 피해를 입었다. 돈을 지불한 후 오래 지난 뒤에 이용하는 기간이 긴 상품들이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19일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으로 인한 여행·숙박·항공 관련 집단분쟁조정 신청 사건에 대해 티메프가 100%, 여행사 등 106개 업체가 최대 90%, 결제대행을 맡은 PG사 14개사가 최대 30%를 연대해 환급하라고 결정을 내렸다.
특히 티메프 사태는 수익 창출 구조가 취약한 이커머스업계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티메프 사태 이후 큐텐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 AK몰까지 피해가 확대된 데 이어 가구 및 가전제품 등을 판매하던 알렛츠 마저 영업 종료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밖에 SSG닷컴, G마켓, 롯데온 등 대기업 이커머스 채널도 실적 부진을 겪는 중이다. 이들 모두 올해 비용 절감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커머스업계 폭풍을 불러온 티메프 사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판매대금 정산 기한을 구매 확정일로부터 20일 이내로 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내놓는 등 재발 방지 마련에 힘쓰고 있다.
또한 올해 유통업계에서는 편의점이 오프라인 채널 매출 비중에서 백화점을 처음으로 넘어서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GS25와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업계의 매출 비중은 전체에서 17.8%를 차지하며 신세계·롯데·현대 등 백화점 매출 비중(17.2%)을 제쳤다.
올해 10월까지 누적 매출 역시 편의점업계가 25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백화점업계 매출(25조4000억원)을 뛰어 넘었다. 이처럼 올해 편의점업계의 가파른 성장에 따라 편의점이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 왕좌에 오를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불황이 이어지면서 '수수료'를 놓고 판매 채널과의 갈등을 빚는 사례도 속출했다. 대표적으로 홈쇼핑업계와 배달업계다.
먼저 배달업계는 배달플랫폼과 임접업체간 수수료 갈등이 첨예했다. 배달앱-입점업체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7월 23일부터 논의를 이어왔으나 11차례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기존에 배달앱 주요 3사(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의 중개 수수료가 9.8%에 달하면서 입점업체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 탓에 사태가 촉발했는데, 배달앱 기업끼리도 서로 의견이 조율되지 않으면서 결론 도출에 난항을 겼었다. 그 과정에서 요기요는 독자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했고 1·2위 업체인 배민과 쿠팡이츠가 갈등을 빚었다.
이후 마지막 12차 회의까지 진행한 결과, 상생협의체 발족 115일 만인 지난달 14일 중개 수수료를 현행 9.8%에서 거래액 기준으로 2.0%~7.8%로 낮추는 '차등 수수료'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론을 도출한 가운데 해당 상생안은 내년 초부터 3년간 시행될 예정이다. 배민과 쿠팡이츠 등은 상생안 시행을 위해 시스템 정비를 거쳐 내년 초 상생안이 적용·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중이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송출 수수료 갈등이 올해도 지속됐다. 실적 부진에 수수료 증가까지 겹치면서 홈쇼핑 업계 신경전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수수료 인하를 놓고 협의점을 찾지 못하던 중 종국에는 CJ온스타일이 일부 유료방송(케이블) 사업자에 대한 송출을 중단하는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지난 5일 자정을 기준으로 CJ온스타일은 딜라이브, 아름방송, CCS충북방송 등 주요 3개 케이블 TV 사업자에 송출하던 홈쇼핑 채널을 중단한 상태다. TV 가입자 감소와 함께 송출 수수료 산정 방식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급기야 송출 중단까지 이뤄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홈쇼핑업계의 고질병이었던 송출 수수료 문제가 올해 결국 터진 것으로 보고있다. 실제로 매년 홈쇼핑업체와 케이블TV 방송사간 수수료 협상은 난항을 겪으면서 이를 '연례행사'라고 부를 정도였다.
이 가운데 국내 소비 위축이 거세지고 있고 소비패턴도 특화 오프라인 매장 또는 당일배송 이커머스 쪽으로 쏠리면서 홈쇼핑의 입지가 많이 약해진데 따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주요 홈쇼핑 7개사 전체 매출의 약 70%가 송출 수수료인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결국 정부가 대가검증협의체를 통해 문제해결에 나선 상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송출 수수료 산정 기준의 공정성을 검토하고 양측의 협상을 조율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올해 사태가 내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식품업계는 글로벌 시장에 'K푸드'를 알리면서 선방해 유통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올해 라면업계 순위를 뒤바꾼 삼양식품이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불닭볶음면' 시리즈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대(大)성공한 삼양식품은 올해 식품업계 최초로 '7억불 수출탑' 상을 받는 등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수출액은 9638억원으로, 이미 1조원 가까이 됐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액 비중도 77%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미국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주요 유통 채널에까지 진입하면서 북미 시장에서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불닭 시리즈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면서 올해 침체된 식품업계 주식시장 속에서도 삼양식품 주가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은 라면업계 1위였던 농심을 앞선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삼양식품이 4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있다. 김대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 4분기 해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한 3539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이에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4485억원, 영업이익은 142% 급증한 874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삼양식품은 올해 본격적으로 공장을 확대하는 계획을 수립해왔다. 내년 5월 밀양2공장을 완공해 연간 생산 능력을 40% 가량 확대할 예정이며 최근에는 중국 생산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독 유통업계에 이슈가 많았다"며 "경기 침체로 불황이 길어지면서 판매 채널 중심으로 어두운 뉴스가 많았는데, 그 가운데서도 편의점, 식품업계 등이 환기를 시켜준 것으로 풀이된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