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비효율 점포 재조정.. 핵심 점포 '미래형 쇼핑몰' 육성
신세계, '매출 10조 프로젝트' 본격화 .. VIP·MZ 공략 집중
현대, '더현대' 브랜드 확대.. 도심형 '커넥트 현대' 지역 확산

고물가로 유통업계 침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백화점업계가 '생존'에 사활을 걸며 치열한 경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3사 모두 전문경영인(CEO)이 대표로 이끌고 있지만 오너일가 총수의 역량도 집중될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통시장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여기에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빠른 무료 배송과 저가의 생필품 위주로 판매율이 높아지면서 백화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다소 줄어든 상태다.

백화점의 매출 비중도 눈에 띄게 낮아졌다. 본래 백화점이 고가의 명품 위주의 판매로 전체 유통업계에서 매출 비중 높은 편이었으나 수요 부진 등의 이유로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점유율이 2019년 기준 19.5%에서 2023년 기준 12.7%로 5년새 쪼그라들었다. 반면 온라인 유통채널 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41.4%에서 50.5%로 올랐다.

지난해에는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에서도 편의점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산업부가 발표한 '10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GS25와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업계의 매출 비중은 전체에서 17.8%를 차지하며 신세계·롯데·현대 등 백화점 매출 비중(17.2%)을 제쳤다.

상황이 이렇자 백화점업계는 올해 반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각 백화점을 이끄는 수장에도 다소 변화가 있는 가운데 올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주요 핵심 점포를 리뉴얼(재단장)하고 차별화, 효율화 등 특색있는 전략으로 소비자를 사로잡겠다는 목표다.

타임빌라스 수원 외관 전경. 롯데백화점 제공
타임빌라스 수원 외관 전경. 롯데백화점 제공

먼저 롯데백화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실적 개선을 위한 쇄신의 칼날을 빼든 가운데 정준호 대표가 백화점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현재 비효율 점포 재조정을 공식화한데 따라 마산점을 폐점하고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 등을 고려하고 있다. 대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핵심 점포에 집중해 '미래형 쇼핑몰'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0년 만에 '타임빌라스(TIMEVILLAS)'로 전격 전환한 수원점을 필두로  2030년까지 송도·전주·상암·대구 수성 등 신규점 4개를 포함해 총 13개 쇼핑몰을 타임빌라스로 전환할 방침을 세웠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의왕점도 B부지를 추가 개발해 타임빌라스로 전환할 예정이다.

잠실점은 지난해 2년 연속 매출 3조 클럽에 입성한 가운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본관의 전면 리뉴얼을 단행할 계획이다. 오픈한 지 37년 만에 진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2027년 완공해 국내 첫 매출 4조 백화점으로 탈바꿈한다는 목표다. 특히 식품관 리뉴얼이 첫 단계가 될 전망이다. 식품관은 롯데백화점이 최근 공을 들리고 있는 분야로, 인천점 '레피세리', 타임빌라스 수원점 '다이닝 에비뉴' 등을 도입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잠실점은 지난해 팝업스토어 행사를 350여 차례 개최하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오프라인 매장에 불러 모으기도 했다. 외국인 방문객의 편의를 고려해 유통업계 최초로 13개국 언어를 실시간 통역하는 AI 서비스도 도입했다. 이같은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수익성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잠실점은 압도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 4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머지 않아 세계 최대의 백화점으로 올라서게 될 것"이라며 "틀을 깨는 혁신을 통해 유통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앞으로의 잠실점을 기대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대구신세계 스위트파크 '프로방스.P' 팝업. 신세계백화점 제공
대구신세계 스위트파크 '프로방스.P' 팝업. 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회장으로 승진한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을 필두로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 수장 3년 차를 맞이한 박주형 대표의 포부도 남다르다.

박 대표는 신년사에서 "미래를 위한 초석이 될 지금은 깊은 고민과 전략적 판단, 확고한 결심이 더없이 중요한 때"라면서 "먼저 움직이는 자가 상대를 제압한다는 의미의 '선즉제인(先則制人)'의 자세로 위기의 상황에서도 기민한 대응으로 경쟁우위를 굳건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매출 10조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는 모습이다. 정 회장은 명품 분야를 강화해 VIP(우수고객)의 집객력을 높이는 한편 MZ세대를 공략해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집중할 주요 점포로는 본점을 포함해 강남점, 부산 센텀시티점 등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취향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강남점은 국내 최대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가 디저트 성지로 자리매김한 상태로, 1층에는 '더스테이지' 공간을 활용해 고급 브랜드뿐 아니라 K팝·캐릭터·아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이색적인 쇼핑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 부산 센텀시티점에서는 2030세대 고객을 겨냥한 패션 전문관 '하이퍼그라운드'와 '뉴컨템포러리 전문관'을 새로 조성하며 'K-패션·뷰티' 브랜드로 매장 구성을 대폭 바꾼 효과를 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올해도 차별화 전략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20일 문을 연 '스포츠 슈 전문관'을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새로운 F&B(식음료) 매장과 '펀시티·플레이인더박스' 등 체험과 여가, 휴식이 가능한 엔터테인먼트 공간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강남점에만 있는 VIP 라운지인 '어퍼하우스'를 올해 상반기 센텀시티점 등 다른 점포에도 신설할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본관 외벽에 초대형 사이니지 '신세계스퀘어'를 오픈한데 따른 광고 수익 등 신규 수익원도 확대 전략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 지휘 아래 지난해부터 현대백화점을 이끌고 있는 정지영 대표가 수익성 확보에 속도를 낸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정 회장이 사내이사로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상태로, 정 회장이 백화점 사업 전반을 살피고 영업 전략 전문가인 정 대표가 핵심 업무를 실행하는 형태다.

더현대서울 전경. 현대백화점 제공
더현대서울 전경. 현대백화점 제공

올해 현대백화점 역시 '더현대' 브랜드 등 차별화된 복합 쇼핑몰을 통한 이색적인 쇼핑 문화를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최단 기간 매출 1조원 돌파 기록을 세운 '더현대 서울'의 성공 신화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먼저 2027년 더현대 광주(가칭) 신규 출점을 앞두고 있다. 광주 북구 임동 일대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짓는 더현대 광주는 현대백화점의 최대 유통시설이 될 역점 사업이다. 관광·문화·예술·여가와 쇼핑을 융합한 국내 최초의 문화 복합몰로, 연면적이 30만㎡(9만평)에 달한다. 규모로만 보면 더현대 서울의 1.5배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광주를 국내 리테일 최대 규모의 친환경·테크·로컬 등 5가지 문화 테마를 융합한 공간 디자인을 반영해 선보일 예정이다.

또 도심형 복합 쇼핑몰 브랜드인 '커넥트 현대'의 도입을 지역별로 확산할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9월 커넥트현대를 부산에 성공적으로 오픈한 바 있다. MZ세대를 겨냥한 '고디바베이커리' 등 식품브랜드를 비롯해 마뗑킴' '커버낫' 등 K패션 브랜드로 점포를 구성해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이어 현재는 커넥트현대 청주를 짓고 있다.

이밖에 현대백화점도 '팝업스토어'와 '디저트'를 차별화된 특성으로 내세워 젊은 층을 끌어들일 전망이다. 지난해 이 같은 전략으로 본점·판교·무역점 모두 올해 매출 1조원을 넘겼기 때문이다. 최단 기간 내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더현대 서울의 경우 팝업스토어 매출 비중은 약 30%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업계가 고물가 속 소비트렌드에 맞춰 점포 리뉴얼 등을 진행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며 "소비위축이 심화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아이템이 개선의 열쇠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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