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부회장 "이 회장의 '세상에 없는 기술' 제품, 하반기 시작해 내년 예상"
AI 기반 로봇·가전·스마트폰·XR·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 신기술 기대 고조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고물가로 IT기기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전자업계 경영환경이 올해도 열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강조하면서 올해 반등에 나서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을 이끄는 한종희 부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 "첫번째도 두번째도 세번째도 기술"과 같은 기존 발언을 언급하며 "(기술 관련 발언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게 제품으로 반영돼 나오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대체불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회장이 '세상에 없는 기술' 화두를 던졌는데, 그 제품이 아마 올 하반기부터 시작해 내년도에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회장이 (세상에 없는 기술을) 말해서 사업부별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선보일지는 답변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한 부회장의 이번 발언에 삼성전자가 연내 선보일 '세상에 없는 기술'을 통한 신제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가전과 스마트폰,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새해 초부터 기대감을 높인 것은 삼성전자의 로봇사업이다. 지난해 12월 31일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율을 35%로 늘려 최대주주 자리를 확보하면서 본격적으로 로봇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한국 대표 로봇 전문기업으로,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과 관련해 상당히 앞선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휴머노이드란 사람의 키와 피부 등 외모는 물론 인간과 가까운 지능과 신체를 가진 로봇을 말한다. 출사표를 던진 삼성전자 외에도 SK그룹, 엔비디아, 테슬라 등도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을 새 먹거리로 제시해 글로벌 경쟁이 점화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삼성전자가 올해 '미래로봇추진단'이라는 신규 조직을 만들면서 로봇 상용화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 부회장은 지난해 9월 DX 커넥트 행사에서 "우리의 다음 타깃은 '강한 성장'"이라며 로봇을 핵심 신성장 사업으로 꼽은 바 있다.
올해 본격적으로 '구독'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AI 홈' 구현을 위한 차별화된 AI 가전 신제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가전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구독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삼성전자의 가전 구독 서비스 모델은 구독 가능한 제품의 90% 이상을 AI(인공지능) 기반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구성한 게 특징이다.
이 가운데 이번 CES 2025에서는 AI 기술과 삼성 스마트싱스(SmartThings)로 연결성을 강화하고 다양해진 주거 형태와 라이프스타일(생활양식)을 반영해 한층 개인화된 AI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홈(Home) AI' 청사진을 내놨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 '홈 AI'의 궁극적인 방향에 대해 "일일이 설정하지 않아도 연결된 기기들이 상황에 맞는 기능을 수행해 시간을 아껴주고 에너지를 절약해 환경까지 보호해 주며 나와 내 가족, 반려동물까지 세심히 케어해 주는 것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홈 AI'는 거주하는 집을 넘어서 이동수단, 사무공간, 상업시설 등 어디를 가더라도 내 집 같은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홈에서의 경험을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는 AI 기능이 탑재된 제품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제품 간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알아서 잘, 깔끔하고 센스 있게 맞춰주는 홈 AI'를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삼성이 가전 분야에서도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역량을 집결하고 있어 하반기 특화 가전을 출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연내 XR(확장현실) 기기 출시도 점쳐지고 있다. 오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산호세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 2025' 행사에서 XR기기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대중에게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개발 중인 증강현실(AR) 글라스 시제품을 영상이나 이미지 형태로 공개할 것으로 보고있다. 앞서 경쟁사인 애플이 출시한 MR(혼합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와는 달리 일반적인 안경이나 선글라스 모양에 무게가 50g 정도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해당 제품에는 AI를 활용한 결제 기능, 제스처(행동) 인식 기능, 안면 인식 기능 등을 갖출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2023년 2월부터 구글, 퀄컴 등과 협력해온 결과물이 약 2년 만에 공개되는 셈이다.
올해 중국 업체들과의 스마트폰 전쟁도 예상되고 있어 새로운 제품이 출시될 지 여부도 관심사다. 일단 임박한 갤럭시 언팩에서 공개될 '갤럭시 S25 시리즈'는 전작 대비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등 모든 부문에서 크게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제품 기종도 일반·플러스·울트라 외 슬림형 모델까지 추가됐다.
특히 이번 언팩 행사가 '모바일 AI 경험의 큰 다음 도약'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만큼 AI 음성 비서 '빅스비'에 LLM(거대언어모델) 적용을 통한 새로운 AI 서비스가 탑재돼 특화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밖에도 폴더블폰을 넘어선 새로운 신제품을 낼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화웨이, 아너 등 중국 업체들이 빠른 기술력 추격과 낮은 가격으로 점유율을 늘려가면서 삼성전자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규격화된 범용 제품은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한 부회장은 지난해 IFA에서 "이번 출장을 계기로 새로운 폼팩터(형태)를 고민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전장(자동차 전자장치)사업의 리더로 자리잡고 있는 자회사 하만을 필두로 AI를 접목한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7년 인수한 하만은 지난해 삼성전자 내에서 존재감이 크게 확대됐다. 반도체 부진과 달리 하만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9200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2023년에 연간 영업이익이 1조17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개 분기만에 1조원에 가까운 기록을 낸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기존 전장사업팀을 '하만협력팀'으로 변경하고 하만을 중심으로 한 전장 사업 전략을 구성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거래선 다변화, 신규 분야 수주 등 전장사업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하만이 올해 선보일 기술에 이목이 집중된다. 먼저 이번 CES에서는 감성 지능 AI 시스템 '레디 인게이지' 기반의 핸즈프리 아바타인 '루나'를 별도 부스에서 소개했다. 루나가 동공 움직임과 얼굴 각도 등으로 운전자에게 졸음이 온다는 것을 감지하고 인근 커피숍으로 가는 최적화된 경로를 안내하기도 한다. 한층 개인화된 차량 내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을 선보인 것이다.
또 도로와 교통 상황에 대한 지능형 경고를 제공하는 '레디 어웨어', HL클레무브와 협업한 '레디 업그레이드 ADV2.0 디지털 콕핏, 차량용 앱 스토어 '레디 링크 마켓플레이스' 등도 선보였다.
이밖에도 AR 기반의 헤드업 디스플레이 '레디 비전 큐뷰', 재생 중인 음악을 차량 무드등이나 조명이 탑재된 스피커 등과 실시간 연동하는 '오라 라이팅', 좌석 기반의 확장형 오디오 시스템 '시트소닉' 등을 공개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