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올해 실적 반등의 키는 'HBM'.… 집중 전략 필요
HBM3E 퀄 테스트 통과·HBM4 기술경쟁력 확보 동시 진행
삼성전자가 지난해 하반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면서 근본적 경쟁력 우위 확보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부문에서 경쟁사 대비 기술경쟁력 측면에서 좀처럼 격차를 줄이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HBM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설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은 매출 75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직전 분기(3분기) 대비 5%, 29%나 줄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범용 D램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시장 평균 전망치를 하회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7조6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15% 가량 밑돌았다. 아직 부문별 세부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3조원대로 추정된다.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악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4분기 적자가 사상 최대 수준인 2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부진한 파운드리부문에서도 의미 있는 실적을 내면서 AI 시대에 필요한 HBM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SK그룹이나 롯데 등 다른 대기업들이 핵심 사업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는 것처럼 삼성전자도 이같은 자사만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올해 반도체 시장에서는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HBM의 수요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5세대 HBM(HBM3E) 제품이 전체 HBM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0%에서 올해 90%까지로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에 납품할 HBM3E 제품 퀄 테스트(제품 품질 검증)을 진행 중으로, 1년여 가까이 납품을 시작하지 못했다.
퀄 테스트는 지난해 3월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삼성이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게 될 것이란 사실에 큰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도 "삼성전자 HBM은 '새로운 디자인(new design)'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설계'부터 다시 해야해서 납품이 지연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반응들이 나왔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이미 원활히 공급하고 있는 HBM3E 제품에 이어 6세대 HBM인 HBM4를 납품하기 위한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는 중이다. 이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삼성전자는 HBM3E 퀄 테스트 통과와 HBM4 기술 개발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므로 올해 더욱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단 삼성전자는 HBM3E 퀄 테스트 통과에 집중하는 한편 HBM에 들어갈 D램 기술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1c D램' 양산 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경기 평택캠퍼스 4공장(P4) 생산 라인을 정리하고 메모리사업부 인력 재배치를 진행하는 등 역량을 집결하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 4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HBM4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직 다이' 시험 생산에 돌입했다. 로직 다이의 최종 성능 검증을 마친 뒤 이를 통해 개발한 HBM4를 고객사에 전달해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경우 대만 TSMC의 5nm 공정을 통해 로직 다이를 생산 중인데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톰 강 카운터포인트 책임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의 전략을 답습하는 등 분투했지만 (현재까지는) SK하이닉스에 뒤처졌다"고 평가하면서도 "2025년은 삼성전자에게 훨씬 나은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HBM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열을 잡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승산이 있다"며 "올해 1분기나 늦어도 2분기에는 턴어라운드가 시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