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 2024년 4분기 흑자전환 유력…. 정제마진 상승 덕분
美 화석연료 확대 따른 정제마진 상승 기대감 속 유럽 친환경 규제 대응 속도
지난해 3분기 국제유가 하락과 업황 둔화로 일제히 영업적자를 냈던 정유업계가 4분기에는 반등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쓰오일(S-OIL)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7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3분기 41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 역시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3분기 4841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성장폭이다.
지난해 3분기 각각 영업손실 3529억원, 2681억원을 기록한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4분기에는 흑자전환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합산 1조46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냈던 정유 4사가 점차 회복세에 접어든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 정제마진이 배럴당 평균 3.5달러에서 4분기에 5달러대를 회복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통상 정제마진은 4~5달러 이상일 경우 흑자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 개선과 환율 상승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정유 부문의 흑자가 확대됐다"며 "전분기 발생한 재고 관련 손실과 역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른 이익감소)도 제거됐다"고 진단했다.
실적 회복세에 접어든 만큼 정유 4사는 이같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어 화석연료 사용 확대를 통한 정제마진 상승 기대감을 높이는 한편 유럽의 친환경 규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20일(현지시간) 출범하는 트럼프 2기 정부는 친환경 에너지를 축소하고 화석연료 회귀를 추진할 예정으로, 석유·가스의 신규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미국이 원유 생산을 늘리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대(對)러 제재를 완화할 경우 글로벌 공급량이 증가하며 국제유가가 하락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유가가 하락할 경우 정유사들은 단기적으로 재고평가손실이 커질 수 있지만, 시장의 수요·공급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해 이익 개선 폭이 커지게 된다.
실제 트럼프 2기 정부가 공약대로 석유 증산에 나선다면 장기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탐사와 시추에 대한 규제가 해제돼 생산이 확대되면 저유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저유가로 운전 비용이 감소하면 원가 부담이 완화되고 유가가 떨어진 만큼 수요가 증가해 장기적으로 정제마진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는 해석이다.
이밖에도 트럼프 2기 정부가 캐나다 원유에 25% 관세를 예고한 만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화석연료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제조업 부흥을 위해 비싼 친환경 에너지 대신 화석연료를 확대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선거 구호로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외치며 석유 증산을 약속하기도 했다. 현재 화석 연료에 우호적인 인물들을 요직에 앉힌 상태이기도 하다.
삼정KPMG는 "글로벌 원유 및 천연가스 공급 증가로 원유와 가스 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며 "기후변화 대응 기조 완화로 한국 기업의 ESG 관련 부담은 축소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2.0의 정책은 한국 NCC의 원가부담 경감과 경쟁국의 원가 우위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 높다"며 "이란에 대한 압박이 재개되며 이란의 원유 수출이 다시 급감하고, 종전에 따른 러시아 제재가 다소 완화된다면 저렴한 러시아·이란산 원유·납사를 받아쓰는 중국과 대만의 정유·석유화학 업체의 경쟁력은 다소 약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이 아직 확정된 상황은 아니지만, 정제마진 상승으로 인한 정유 4사의 실적 회복에 기대감이 높아지는 중이다. 미국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전환으로의 속도도 느려지면서 친환경 에너지 사업 역량을 갖출 시간도 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유럽이 강력하게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는 만큼 관련한 대비도 필수인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SAF(지속가능항공유) 사용(혼합 2%)을 의무화하고 오는 2050년까지 SAF 비율을 70%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국내 정유4사는 정제마진 상승을 놓고 트럼프 2기 정부 정책을 예의주시하되 친환경 에너지 상용화 기술 개발에도 한창이다. 특히 도입이 시작된 SAF 경쟁력 갖추기에 집중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2023년 국내 최초로 SAF 실증 추진 업무협약을 맺고 대한항공과 협력을 통해 실제 운항 환경에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핀란드 네스테의 SAF를 공급받아 일반 항공유와 혼합해 제조한 'CORSIA SAF'를 지난해 일본에 상업 수출도 성공했다. 올해는 SAF 직접생산을 위한 설비투자(CAPEX)를 검토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SAF를 일본 트레이딩 회사인 마루베니를 통해 ANA항공(전일본공수)으로 수출하게 됐다. 기존 정유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을 활용하는 중으로, 일본뿐 아니라 유럽 등지에도 SAF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국내 최초로 SAF 생산을 공식 인증하는 'ISCC CORSIA(탄소상쇄 감축제도)' 인증을 획득한데 이어 납품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코프로세싱 생산라인을 갖추고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대한항공 정기노선 여객기에 주 1회 SAF 공급을 개시했고 이어 9월에는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항공 정기 여객노선에도 공급을 시작했다. 올해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자회사 SK에너지가 코프로세싱 방식의 SAF 전용 생산라인을 갖추고 상업 생산에 들어간 상태다. SK에너지 역시 SAF 생산과 판매를 위해 지난해 6월 국제항공 분야에서 SAF 생산을 공식 인증하는 ISCC CORSIA 인증을 획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