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의사당 폭동사태'..."영장 발부 판사 나와라!"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극렬 시위대가 서울서부지법에 난입, 유리문 등 집기를 부수고 있다. 유튜브 캡처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극렬 시위대가 서울서부지법에 난입, 유리문 등 집기를 부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헌정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법부 습격사태'가 발생했다.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극렬 시위대의 폭동으로 무법지대가 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새벽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지지자 수백명이 서부지법에 난입해 유리와 집기 등을 부수고, 이를 막는 경찰을 폭행하는 등 사실상 한국판 '의사당 폭동사태'가 발생했다.

전날 윤 대통령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에도 서부지법을 둘러싸고 시위를 벌이던 지지자 수백명은 이날 오전 3시쯤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극도로 흥분해 법원 후문에서 경찰 저지를 뚫었다. 일부는 법원 담을 넘어 침입했다.

이들은 경찰에게서 빼앗은 방패나 플라스틱 의자 등으로 법원 정문과 유리창을 마구 깨부수며 3시 21분쯤 법원 내부로 난입했다. 소화기를 뿌려대면서 경찰관도 무차별 폭행했다.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시위대가 19일 새벽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시위대가 19일 새벽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곳곳에서 "XX 다 죽여버려" 등 격한 욕설로 위협하면서 지지자들은 경찰을 밀어붙여 바리케이드를 무력화시켰다. 또 "판사X 나와라"라고 외치며,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법원 청사 외벽도 뜯어지고 부서졌다. 지지자들은 법원 내부를 점거한 채 "윤석열"을 외쳤다. 20대 젊은 남성들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경찰은 난입 11분 만인 3시 32분쯤 법원 내부로 병력을 투입해 지지자들을 진압하기 시작했다. 모든 장면을 생중계로 찍던 유튜버는 자신이 현행범 체포되는 장면마저 그대로 중계하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경찰은 진압복을 갖춘 기동대 등 1400여명을 동원해 본격 진압에 나서 오전 6시쯤 법원 안팎의 시위대를 대부분 진압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46명을 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체포해 일선 경찰서로 연행됐다. 앞서 전날 법원 담장을 넘거나 공수처로 돌아가던 수사팀 차량을 막고 폭행한 혐의 등으로 체포된 40명을 더하면 이틀간 연행자는 86명에 이른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 습격사태는 법치주의 수호 차원에서 용납해선 안된다"면서 "이번 사태가 선례가 돼 헌법재판소 습격 등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스트레이트뉴스 고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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