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국가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말한다.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는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사회이며 인권을 넘어서는(제외하고는) 국민주권, 즉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

중세 유럽은 인권보장의 큰 축인 형사법이 가장 암울했던 시기였으므로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탈리아 형법학자 베카리아는 1764년 ‘범죄와 형벌’이라는 책에서 당시 유럽 재판제도, 즉 고문에 의한 자백, 결백한 자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사형제도, 잔혹한 처형, 어떠한 권리주장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반인권적 재판제도를 비판하였다.

범죄이론에서 베카리아와 같은 고전학파는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던 시기 계몽주의와 인간중심세계관, 자연과학의 발달이라는 사회적 배경 속에서 탄생하였다. 고전학파들은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사물변별능력, 의사결정능력을 지닌 합리적인 존재로 보았다. 따라서 고전학파는 이러한 인간상을 전제로 범죄는 합리적인 인간이 자유의지를 남용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준 것이며 형벌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일반예방의 목적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그들은 장기간 또는 종신토록 노역형의 고통을 당하는 것이 한 순간에 자유를 박탈당하는 사형에 비해 오히려 일반인들의 범죄를 억제하는데 더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즉 사형을 목격한 타인의 일시적 감수성보다 내 이웃이 장기간 고통스러운 노역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이 범죄예방 효과가 있고, 다수 이익의 추구라는 공동선의 도달에 있어서도 사형보다 이익이라고 주장하였다.

베카리아에 따르면 법률은 각 사람의 개인적 자유 중 최소한의 몫을 모은 것이고, 각 개인이 가진 권리 중 양도가 가능한 일부를 국가에 이전함으로써 사회의 질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스스로를 해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을 죽일 권리가 없는 이상 생명을 침해할 권리를 개인이 속한 사회나 혹은 타인에 양도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고 한다. 따라서 법률에 의해서 형벌로써 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도 있을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범죄자에 가해지는 형벌이라도 일개 시민에 대한 폭력행위가 되어서는 안 되며, 필요하고도 최소한 범위에서 범죄에 비례하여 부과되어야 함을 역설하였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폐지국은 98개국, 일반 범죄에 대한 사형폐지국은 7개국, 사실상 사형폐지국은 35개국이며, 사형 존치국은 58개국으로 2013년과 동일했다. 미국은 여전히 미주 지역에서 사형을 집행한 유일한 국가였으나, 사형집행 건수는 2013년 39건에서 2014년 35건으로 감소하면서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2014년 사형을 집행한 주는 2013년 9개보다 감소한 7개 주였으며, 이 중 텍사스, 미주리, 플로리다, 오클라호마 등 4개 주에서 총 사형 건수의 89%가 집행됐다. 워싱턴은 2월 사형 집행유예를 선언했다. 총 사형선고 건수는 2013년 95건에서 2014년 77건으로 감소했다. 2005년 미국에서는 2명의 사형집행 대기수가 그들의 무죄를 입증하는 증거가 발견된 후 석방되는 등 부분적으로는 오판으로 인한 사형 선고 사례가 많다는 것에 대해 대중적, 정치적 인식이 늘어난 것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998년 이후 사형은 집행이 되고 있지 않을 뿐 많은 법률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제도이다. 최근 여야 의원 172명이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국민여론은 ‘유지’(63%)가 ‘폐지’(27%)보다 우세했지만, 흉악 범죄 원인으로는 28%가 ‘범죄자의 타고난 성향’, 58%가 ‘잘못된 사회 환경’을 꼽았다. 강력범죄는 각 개인의 책임이 크지만 우리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는 점을 국민들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강력범죄의 책임을 온전히 그 범죄자에게만 돌려서 사형으로 그들의 생명을 뺏을 수 있다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사형찬성론자의 논거를 보면, 현대 형사절차에서 오판의 가능성이 거의 없고, 사형이라는 형벌이 갖는 위하력이 있다고 한다. 즉 사형을 집행하여 사람의 근본적인 요소인 생명을 빼앗음으로써 일반인들로 하여금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하여, 범죄를 예방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들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범죄인에 대하여 그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 정의의 요청에 부합한다고 한다.

한국 전주교 사제, 수도사, 평신도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사형폐지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물론 죄형법정주의, 무죄추정의 원칙 등 피고인의 권리보장을 통한 형사절차의 발전을 생각해보면 베카리아가 살았던 시대의 사형반대론의 근거와 현재의 그것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판의 가능성은 어느 시대나 어느 국가나 상존하고 있으며, 사형제도가 존치하는 국가에서 강력범죄가 줄었다는 실증적인 결과가 없다는 점에서 강력범죄 억제효과가 의문임에도 무고한 자에게 생명의 박탈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사형제도는 문제가 있다.

국민주권주의 헌법 아래에서 국가의 존재 가치는 인권 보장 즉 인간의 존엄성 보장에 있다. 따라서 국가는 어떠한 명분 하에서도 인간의 생명을 박탈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형제도는 헌법의 근본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다. 

 

정 한 중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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