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1위 주춤.. 통합 진에어 출범·티웨이 정기주총 주목
대형LCC, M&A 없이는 성장길 좁아.. '이스타항공 인수' 변수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항공기 이륙 모습. 인천공항공사 제공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항공기 이륙 모습. 인천공항공사 제공

지난해 12월 발생한 사고로 LCC(저비용항공사) 업계 부동의 1위였던 제주항공이 주춤한 사이 LCC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1위 도약을 위해 '통합 LCC'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진에어에 이어 유럽 노선 인수로 발판을 다지고 있던 티웨이항공이 경영권 분쟁 속 에어프레미아와의 통합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LCC 경쟁구도가 복잡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항공업계는 대형항공사(FSC) 2강이었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FSC 1곳과 LCC업체 다수 구도로 재편되는 중이다. 물론 아시아나항공이 향후 약 2년간 대한항공의 자회사로서 유지되다가 추후에 완전히 흡수될 예정으로, 아시아나항공으로서의 운영이 당장 종료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한항공 체제 하에 속하면서 이전보다는 영향력이 낮아진 상태로, LCC업계에서 제2의 아시아나항공이 나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던 상황이었다.

특히 대한항공이 자회사인 LCC 진에어를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LCC 에어서울, 에어부산과의 합병을 통해 '통합 LCC'로 출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본래 LCC 업계 1위였던 제주항공과의 정면 대결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유일 FSC로서의 입지를 다진 대한항공이 LCC업계에서도 1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국내 최대 규모 리조트기업을 운영하는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경영권 인수 의사를 밝히며 본격적인 항공업 진출에 나서기로 결정하면서 LCC업계 지형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의 2대 주주이자 또 다른 LCC 에어프레미아의 2대 주주다.

현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해 12월 말에 발생한 사고로 입지가 다소 좁아진 상태다. 사고 수습과 책임 문제는 물론 소비자 신뢰 회복 등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다. 운항 안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국내선 838편, 국제선 1070편 등 총 1908편의 운항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1위였던 제주항공이 주춤하는 사이 통합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먼저 진에어의 경우 아시아나항공과의 화학적 결합을 추진 중인 대한항공이 동시에 통합 진에어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 3사의 통합 브랜드 이름을 '진에어'로 하고 인천국제공항에 거점을 둔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통합 진에어는 출범 즉시 항공기 58대(진에어 31대·에어부산 21대·에어서울 6대)를 보유한 국내 1위 LCC가 된다. 매출 규모 역시 다른 LCC를 크게 앞지를 전망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면 통합 진에어의 매출은 2조4695억원(진에어 1조2772억·에어부산 8904억·에어서울 3019억)으로, 제주항공(1조7240억원)보다 7000억원 가량 많다.

향후 각 사가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현대화 작업과 중복 노선 정리 등을 통해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형 항공기를 통한 해외 장거리 노선 개발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형 LCC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티웨이항공은 앞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두 항공사가 취항하던 유럽 노선 4개를 이관받아 성장 단계를 밟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명소노그룹의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이 본격적으로 티웨이항공의 경영에 참여할 것을 선언하면서 인수를 재추진하고 에어프레미아와의 합병 방안도 고려 중임을 밝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소노인터내셔널 측은 "합병 시 국내·아시아 등 중·단거리 노선과 유럽·미주를 아우르는 장거리 노선 확보를 통해 새 항공사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합 진에어가 출범하고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합병할 시 2년 내로 LCC업계 순위는 크게 변동이 있게 된다. 통합 진에어가 58대 항공기로 1위인 가운데 티웨이항공이 총 43대(티웨이 36대·에어프레미아 7대)로 단숨에 2위 자리에 오른다. 제주항공은 41대로 3위로 밀려나게 된다.

물론 통합 진에어의 경우 에어부산을 놓고 지역사회와 갈등이 있어 통합 과정에서 다소 난항이 있을 전망이다. 또 티웨이항공 역시 경영권 분쟁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대명소노그룹의 에어프레미아 지분 추가 확보 등 남은 과제가 많아 당장에 LCC업계 순위가 뒤바뀌는 것은 아니다. 다만 M&A(인수합병) 추진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는 제주항공의 경우 성장 길이 크게 뚫려있지 않다는 점이 과제다.

일각에서는 항공기 15대를 거느린 이스타항공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스타항공은 사모펀드인 VIG파트너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언젠가는 매물로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7월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항공사에 투자한 사모펀드는 언젠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라며 "기회가 왔을 때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했다가 포기한 바 있다.

제주항공이 위기를 딛고 이스타항공을 인수 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을 노리는 다른 LCC들도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대명소노그룹은 지난 2010년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 인수를 검토한 바 있다. 이에 통합 진에어의 출범 시기와 티웨이항공의 정기 주주총회로 시선이 옮겨지고 있다.

다만 LCC업계 지형도 변화를 놓고 단순히 LCC 회사의 몸집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맞는 정비 수준과 인력을 갖춰야 한다는 요구와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로 LCC업계의 부실 경영이 드러난 바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객수요가 점차 증가하면서 LCC들도 대형항공사 못지 않은 규모로 몸집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제2의 아시아나항공 자리를 놓고 항공업계가 접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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