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첫 도전 당시 3분의 2…당기순이익은 반토막
주가 급등 국내 손보 빅3 벤치마크…투자위험 잘 살펴야
2023년 10월 IPO(기업공개) 절차를 진행하다 뜻을 접었던 서울보증보험이 24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재도전을 공식화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게재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은 오는 3월 14일 상장을 목표로 2월 20~26일 수요예측과 3월 5~6일 공모청약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공모는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보유지분(93.85%) 중 전체 발행주식의 10%에 상당하는 698만2160주를 구주매출한다. 1주당 공모가 밴드는 2만6000원~3만1800원으로 이를 감안하면 공모규모가 1815억원에서 2220억원 수준이다.
당초 1월께로 점쳐지던 공모 일정이 3월로 순연된 건 지난 연말 뜻밖의 계엄령 선포와 이어진 탄핵 정국, 제주항공 비행기 사고 등에 따른 시장 침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번 공모 규모는 2023년 당시 3000억원 수준으로 논의되던 것에서 크게 후퇴, 2000억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첫 상장 도전 당시 3만9500원~5만1800원으로 공모가 밴드를 책정했다 시장의 눈높이와 맞지 않아 분루를 삼켰던 경험을 토대로 3분의 2 수준으로 공모가를 낮춰 흥행을 이끈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벤치마크 외사에서 주가 급등한 국내 빅3 손보사로 변경
2023년 당시 공고가 산정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 이른바 벤치마크 기업으로, 미국 트라벨라, 프랑스 코페이스 등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은 해외 기업들을 끼워넣었다가 이들 수준의 주가를 기대하는 건 과도하다는 시장 평가에 막혀 철회를 해야했었다.
한 대형증권사 IB본부장은 “이미 유사한 기업들이 많이 상장돼 있는 섹터의 IPO는 공모가 논란이 없지만 서울보증보험처럼 국내에 유사한 비교사례가 많지 않은 기업은 자칫 외사를 비교대상으로 삼을 시 시장으로부터 의혹의 눈초리를 받기 쉽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회사는 이번 재도전엔 최종 비교회사로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등 국내 손해보험 빅3 회사들을 선정했다. 다만 서울보증보험이 큰 틀에서 손해보험업에 속하기는 하나 이들 회사와 사업 포트폴리오와 경쟁시스템 자체가 달라 단순 비교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 증권사 보험담당 애널리스트는 “지난번 IPO 도전 당시 비교했던 외사들보다 PBR이 낮다고는 하나 최근 삼성화재 등 국내 손보사들의 주가가 IFRS17 도입 이후 크게 오른 상황에서 이들과 비교해 가치산정을 하는 것이 적합한지는 투자자들이 잘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증권신고서에 포함된 투자위험 부분에서 회사 측도 “상기 선정된 비교기업이 당사와 사업의 연관성이 존재하고, 매출 구성 측면에서 비교 가능성이 일정 수준 존재하여도 상대가치 평가방법의 특성상 적합한 비교기업 선정 과정 및 결과에 대한 완전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사업구조, 기업규모의 차이, 매출 비중의 상이성, 선정 기준의 임의성, 재무안정성, 인력수준,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하였을 때 최종 선정된 기업들이 반드시 적합한 비교기업의 선정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으며, 경영 전략, 경영진 등 주식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들에 차이점이 존재함에 따라 비교기업 선정의 부적합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첫 상장 도전 당시 대비 반토막 난 순이익
서울보증보험의 수익창출력도 살펴볼 부분이다.
첫 상장에 나섰던 2023년 말 기준 당기순이익 4164억원이었다. 매 분기 1000억원을 벌어들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3분기까지 누적으로 2623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4년 3분기까지 이 회사 누적 순이익은 1278억원으로, 2023년 동기 대비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한 부분은 투자자로서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벤치마크를 조정해 공모가를 3분의 2 수준으로 낮췄다고 해도 상장 직전 이익이 급감한 것은 적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회사 측은 첫 상장 실패 이후 해외사업 확대를 통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다각화, 디지털전환 가속화 등을 내세우며 회사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주주환원 강화를 통한 밸류업으로 투자자들의 눈도장을 찍겠다는 각오다.
앞선 증권사 IB본부장은 “해외사업 확대와 디지털전환은 단숨에 일어날 수 없는 변화인데다 그 투자비용 대비 성공을 반드시 담보할 수 없는 만큼 리스크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회사 측은 증권신고서 투자위험 부분에 “베트남, 아랍에미리트연합,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 주요 거점을 마련하여 현지 보증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당사가 창립한 아시아보증신용보험협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회원국 내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해외사업이 근본적으로 내재한 규제환경 불확실성, 외국인투자의 어려움, 국제정세 불안, 잠재적인 국유화 및 자산 몰수 등의 가능성과 더불어, 선진 해외금융업체와의 경쟁 등으로 인해 해외사업이 계획대로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러한 위험요인이 현실화 될 경우 이는 당사의 영업실적 및 재무상태에 실질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서는 “당사는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적으로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업무를 효율화하고 데이터 활용 역량을 강화하며, 외부적으로는 플랫폼 전환을 위한 디지털 채널을 구축하여 신상품 개발·신시장 개척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디지털 전환에는 필연적으로 상당한 설비투자가 소요되며 실제 당사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1556억원에 달하는 IT 설비투자를 집행했다”며 “이외에도 당사의 IT 인프라가 계획 단계에서 예측한 성과보다 낮거나, IT업계 내 기술변화 주기가 짧은 것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에 추가적인 설비투자가 소요될 수도 있고, 이는 당사의 영업실적 및 재무상태에 실질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환원 강화 '밸류업' IR로 알릴 계획
회사측은 이러한 상장의 걸림돌들을 주주환원 강화와 투자자IR로 극복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보증보험은 3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2월 초순부터 국내외 Deal Roadshow(이하 ’DR’)를 공동대표 주관사를 맡은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과 함께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 23일 이사회를 통해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수립, 그간 50% 이상의 안정적인 배당성향을 유지하며, 13년 연속 배당을 지급하는 등 장기간에 걸쳐 신뢰도 높은 배당정책을 시행해 왔고,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배당주로서의 매력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2024 회계연도 결산배당금을 2000억원으로 확정하여 희망공모가 기준으로 10% 내외의 배당수익률을 보장하는 한편, 향후 3년간(‘25년~’27년) 매년 2000억원 규모의 총주주환원금액(현금배당+자사주매입소각)을 보장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였고, 최소배당금 도입과 관련하여 올해 반기 결산시 밸류업 공시를 통해 금액을 확정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관변경(1.23일)을 통해 분기배당의 근거를 마련한 만큼 향후 실시를 검토하고,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소수지분 매각과 연계하여 자사주 매입소각을 현금배당과 병행하여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보증보험은 97년 외환위기 당시 대우자동차 회사채 보증 손실 등으로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자 98년 양사를 합병해 출범한 회사다. 10조2500억원이라는 공적자금이 투입돼 아직까지 절반 정도의 회수율을 보이고 있다. IPO를 통해 예금보험공사가 투자회수의 속도를 높이려는 이유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번 IPO를 통해 서울보증보험의 적정한 시장가격을 찾고, 이를 기반으로 원활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