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가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와 관련해 합동 감식을 실시하기에 앞서 안정성 확보를 위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다만 합동 감식은 항공유 문제로 다소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항철위는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화재 합동 감식을 위한 사전 회의를 열었다. 항공기 양쪽 날개에 3만5000파운드의 항공유가 실려있는 점을 고려해 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됐다.
회의를 마친 기관들은 이날 오전 사고가 난 화재 현장을 찾아 감식 가능 여부를 직접 확인했으며 감식에 필요한 안전 보호 조치와 사고가 난 항공기의 상태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항철위 관계자는 "감식 과정에서 다시 불이 날 경우 화재로 인한 폭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조치를 사전에 검토하고 연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항철위가 사전 회의를 실시한 결과, 여객기 화재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 감식은 항공유 문제로 다소 지연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철위는 "화재 사고에 따른 합동 감식 일정을 항공유 제거 여부를 결정한 이후로 미룬다"고 밝혔다. 항공기 제거 여부는 이날 김해공항에 도착한 프랑스 사고 조사위원회 관계자와 논의를 거친 뒤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라 항공기를 제작하고 설계한 국가는 사고 조사에 참여해야 한다.
항공유를 빼지 않아도 된다면 오는 31일 합동 감식을 바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추가 사고 위험성으로 연료를 모두 빼내야 할 경우 합동 감식은 최소 2~3일 가량 미뤄질 전망이다. 또 연료를 배출하기 위해 조작하는 스위치가 있는 항공기 조종실이 일부 소실됨에 따라 연료를 빼는데 시일은 더 걸릴 수도 있다.
항철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디퓰링(연료 제거)을 하려면 항공기 연료 펌프를 돌려야 하는데, 파워 스위치가 있는 조종실 윗부분이 타버려 기름을 빼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항철위는 펌프가 아닌 중력을 이용해 연료를 빼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이 방법은 연료 배출에 24시간 이상이 걸린다.
합동 감식을 위한 사전 회의에 참석한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추후 합동 감식에서 화재가 시작된 지점과 원인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현장 감식이 늦어지면서 경찰 수사도 다소 미뤄지게 됐다.
경찰은 에어부산 등에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며 수하물 반입 규정을 점검하고 기체 전력 설비 문제 등을 확인해 과실 유무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여객기 화재 원인으로는 '휴대용 보조배터리'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중으로, 이번 사고의 책임소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어부산 승무원 역시 기내 수하물을 두는 오버헤드 빈(선반 보관함)에서 불꽃과 연기가 발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화재 원인이 휴대용 보조배터리나 기타 전자기기 등 승객이 가져온 짐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화재 원인이 실제 기내 반입한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 등 기내 수하물로 판명되더라도 이를 가져온 승객에게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는 기내 반입이 금지된 물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항공 위험물 운송기준에 따르면 리튬 함량 2g 이하인 보조배터리는 용량 100Wh 이하의 경우 1인당 5개까지 항공기 객실 반입이 가능하다. 노트북, 태블릿 PC, 전자담배 등 전자 기기도 기내로 휴대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에어부산 여객기 사고는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께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불이 나면서 발생했다. 당시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 전원이 비상 탈출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