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車시장 중국 다시 눈길.. 베이징현대에 8000억원 투자
'고성능'에 초점.. 현대차 아이오닉 5N·기아 EV5 등 긍정적 반응

베이징현대 매장 전경.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베이징현대 매장 전경.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그간 부진했던 중국 시장에 재도전한다. 글로벌 완성차 2위로 도약하기 위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을 다시 공략하려는 모습이다.

중국은 15년 연속 자동차 생산 및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최대 시장이다. 다만 중국 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중국 내 자국 브랜드 소비가 확산되면서 해외 기업들의 점유율은 줄어들고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태다.

4일 작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해외 업체 점유율이 크게 줄었다. 미국 업체는 12.7%에서 8.8%로, 독일은 19.9%에서 17.8%로, 일본은 16.4%에서 14.5%로 줄었다. 이 가운데 한국이 가장 크게 줄었는데, 한국 업체 점유율은 8.8%에서 1.6%로 7.2%p나 감소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부진이 길어지면서 현대차는 기존 5개 공장에서 2개 공장으로, 기아는 3곳에서 2곳으로 각각 줄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면서부터는 중국 시장으로 다시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현대차가 중국 베이징자동차(BIAC)와의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에 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3년 연속 글로벌 판매 3위였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위 자리에 오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 자동차산업연구원은 "현대차가 중국의 성숙한 전기차 생태계를 활용해 글로벌 전략을 재편하려는 것"이라며 "특히 배터리와 부품 공급망 측면에서 중국 거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같은 투자 결정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베이징현대의 중국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증자"라며 "중국과 한국 경제 협력의 건전한 발전, 베이징시 정부 지원, 양사 주주들의 공동 노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 시장 장기적 발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베이징현대는 이 자금을 토대로 중국 소비자 니즈에 맞춘 제품을 더 많이 출시하고 수출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첫 전용 EV모델을 출시하고 오는 2026년부터는 하이브리드차량을 포함한 신차 5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현대차 중국(연태) 기술 연구 센터와 현대차 중국(상하이) 선행 R&D 센터를 통해 베이징현대 제품의 지능화, 전동화 및 자율주행차량 등 미래 기술 분야의 현지 R&D 역량을 강화해 신제품에 탑재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중국 내수 판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을 글로벌 수출 거점으로 삼는다는 목표다.

현대차의 이 같은 중국 재도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해까지 중국 시장에서 베이징현대가 크게 부진했던 영향이 크다. 베이징현대는 2023년에 9940억원, 지난해는 3분기까지 478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차 호세 무뇨스 CEO(최고경영자)는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가 추가로 투자하는 이유에 대해 "경쟁력 있는 규모를 갖춘다면 (중국 공장을) 수출 기지로 활용할 수도 있고 중국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춰 중국 내수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다"고 답했다.

'가성비'와 브랜드 경쟁력으로 중국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은 물론 유럽, 미국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이기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특별히 앞선 기술력을 갖춘 '고성능'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긍정적인 점은 지난해 12월 현대차의 고성능 전기차인 아이오닉 5N이 '2024 중국 올해의 차 어워즈'에서 올해의 고성능차로 선정된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성능을 인정받아 입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또 기아의 경우 중국 시장 겨냥한 특화 모델인 준중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EV5가 점차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11월 동안 총 5400대를 판매했는데, 이 기간 중국에서 생산된 EV5 생산량 7046대의 7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최초의 전륜 기반 전기차로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가 중국 내에서 점차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EREV는 전기로 구동하면서 엔진이 전기를 생성하는 방식의 차종으로, 전기차 캐즘인 상황 속에서 전기차의 주행거리 제약과 충전소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제조업체인 리 오토, 샤오미, 니오 등이 EREV 모델을 속속 출시하면서 경쟁을 시작하는 상태다.

현대차그룹이 이번에 베이징현대에 막대한 투자를 결정한 데 따라 향후 EREV 차종 출시와 시장 선도 가능성이 열렸다. 중국시장에서 현대차가 재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723만1000대를 기록하며 3위를 지켰다. 2위인 독일 폭스바겐그룹(903만대)과는 179만9000대 격차를 보였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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