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경쟁력이 국가경쟁력 '첨단산업탑재해야"
최민성(델코리얼티그룹 회장) 부동산 신탁·리츠 민간 시행자도 공공사업자와 같이 도심 복합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도심복합개발법이 2월 7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도심에도 첨단산업단지가 들어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한민국의 도심복합개발의 방향과 목표는 어디일까? 뉴욕의 실리콘앨리에서 우리가 가야 할 도심 첨단산업의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미국의 기술기업 법률 자문회사인 팬윅(Fenwick)에 따르면 미국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 사이의 지역에 인터넷, IT, 뉴미디어 콘텐츠 기업들이 밀집한 위치한 실리콘 앨리(Silicon Alley)가 뉴욕만의 독특한 문화와 금융 시스템을 융합, 샌란시스코 실리콘밸리와 차별화한 도심 첨단지역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실리콘 앨리는 1990년대부터 기술 허브였다. 맨해튼의 플랫아이언 지구는 오랫동안 샌프란시스코 실리콘 밸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하이테크 기업들이 본거지가 되면서 실리콘 앨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인터넷이 생기기 전에도 뉴욕은 여전히 혁신의 주요 목적지였다. 1939년과 1964년의 뉴욕 세계박람회에서는 방송 텔레비전, 컬러 TV, 화상 통화 기계와 같은 중요한 기술 발명품이 처음 선보였다.
실리콘 앨리, 뉴욕 금융 산업+첨단 기술 융합
실리콘 앨리는 뉴욕의 강점인 금융 산업과 첨단 기술이 결합하여 핀테크, 금융 기술 등 신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미디어 산업과 기술의 융합도 디지털 콘텐츠, 광고 기술 등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고, 뉴욕의 다양한 문화와 예술도 기술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창조적 산업을 창출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 등이 뉴욕에서 덩치를 키우면서 지역의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핀테크 기업인 페이팔, 스트라이프 등 기업들도 뉴욕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기업인 허프포스트, 바이즈미디어 등과, 광고 기술 분야의 컬럼니아 로드브록 같은 기술기업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기술 분야 IPO(기업공개)로는 전자상거래 엣시(Etsy), 인터넷 동영상 공유사이트 비메오(Vimeo), 홈트레이닝 플랫폼회사 펠로톤(Peloton), 문서 데이터베이스 몽고디비(MongoDB), 건강보험 플랫폼 오스카헬스(Oscar Health), 부동산 중개 플랫폼 콤파스(Compass)와 같은 회사가 있다.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 기업인 유니콘 기업도 110개가 넘는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한자리'
기술 일자리 시장은 빠르게 늘어 2023년에만 약 1.3만 개가 일자리가 창출되어 총 일자리 수는 37만 개 이상이 되었고, 이 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2022년과 2023년 사이에 뉴욕은 주요 미국 기술 목적지(샌프란시스코, 오스틴, 보스턴, 시애틀 포함)로 이전한 모든 기술 인재의 15%를 흡수했다.
인공지능 AI와 머신러닝 분야가 붐을 일으키고 있다. 2019년 이후 뉴욕의 1,000개 이상의 AI 관련 회사가 270억 달러의 자금을 모금했다. AI 외에도 기술 스타트업은 핀테크, 헬스테크, 사이버보안, 에드테크, 기후테크,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세계 패션의 중심지 중 하나인 뉴욕의 패션산업은 최첨단 기술을 결합하고 있다. 가상 및 증강 현실을 패션과 결합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웹3 통합, 가상 패션쇼, AI가 디자인한 컬렉션이 모두 뉴욕 패션에서 활용되고 있다.
벤처캐피탈, 스타트업 '젖줄'
벤처캐피탈은 스타트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2018년과 2022년 중에 지역의 기술 스타트업들은 벤처 캐피털 자금으로 약 1,380억 달러를 받았고, 이는 글로벌 평균 한 지역당 46억 달러에 비해 높은 수치다. 생명공학 벤처캐피탈 자금 조달 규모는 미국 내 상위 3위다. 2022년에 많은 민간 투자자가 뉴욕의 생명공학 회사에 26억 달러를 투자하여,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2022년에는 뉴욕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스타트업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했다. 블록체인 벤처에 대한 전 세계 자금 조달액 252억 달러 가운데 뉴욕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스타트업이 65억 달러를 유치했다.
여성기업인이 창업한 스타트업도 많아, 2021년 1~9월 사이에만 67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모았다.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이다. 이 외에 뉴욕에서 활동하는 기업가의 출신 배경은 엄청나게 다양하다.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의 기업가 중 약 40%는 흑인, 원주민, 유색인종이다.
큰 기술 이벤트와 컨퍼런스도 자주 열린다. 혁신적인 사람과 기술이 한자리에 모이는 ‘뉴욕 기술 주간(NY Tech Week) 행사에는 세계적 관심이 몰린다.
대도시, 첨단산업으로 경쟁 무기 갖춰야
국토부는 7일부터 도심복합개발법을 시행,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도심복합개발의 활성화에 시동을 걸었다. 이 법은 민간의 전문성과 창의적 역량을 활용 신탁·리츠 등 민간 전문기관도 사업시행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 시행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심의 기간을 단축하고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최고 700%로 올리는 등 다양한 유인책을 담았다.
도시의 경쟁력은 국가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다. 이번 도심복합개발법령의 시행을 계기로 서울을 비롯한 부산 등 광역시에 도심복합개발이 나아가야 할 길은 미국 뉴욕의 실리콘 앨리가 답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 대도시의 도심복합개발사업은 기존에 도심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반복한 업무시설 주택 판매시설 호텔 같은 부동산 복합개발에서 탈피, 첨단산업의 스타트업과 연구소, 기업들의 유치로 차별화하고 특화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도시의 도심과 부도심은 인프라가 즐비하고 인재가 많이 몰리는 곳으로 첨단산업의 최적지다. 단순한 용적률 상향 외에도 첨단산업을 지원하는 세금, 금융, 연구개발, 국내외 네크워크, 인재 확보 등의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최근 서울시는 AI산업 발전을 위한 인재, 투자, 컨트롤 타워 등 AI 산업육성 전략과 비전을 마련하여 실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첨단산업으로 무장한 대도시의 도심복합개발이 국가 경제와 산업의 재도약을 향해 본격 시동을 걸도록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