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 김동선, 사명 변경한 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로 합류
TC본더 납품·신기술 개발 속도… 한미반도체와 분쟁은 과제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 한화그룹 제공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 한화그룹 제공

한화그룹이 반도체 사업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본래 유통분야를 전적으로 맡고 있던 한화 오너가(家)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반도체 사업 지휘봉을 잡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정밀기계가 사명을 '한화세미텍'으로 변경함과 동시에 미래비전총괄 역할로 전격 합류하게 됐다. 김 부사장은 "신기술 투자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겠다"며 "반도체 제조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김 부사장은 한화세미텍으로부터 보수도 받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한화세미텍은 HBM(고대역폭메모리) 제조에 필요한 열 압착(TC)본더 등 최첨단 장비 중심으로 역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 등 성능을 대폭 높인 첨단 반도체로, AI(인공지능) 시대 도래에 따라 크게 주목받고 있다. TC본더는 D램을 쌓아올릴 때 각각의 D램을 압축해주는 장비다.

엔비디아,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고성능 AI 모델 개발 경쟁이 점화되면서 HBM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따라 한화그룹도 적극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부터 한화 내에서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지난해 1월 당시 한화정밀기계가 (주)한화 모멘텀 부문(한화모멘텀)의 반도체 전공정 장비 사업을 인수하면서 전공정 및 후공정 장비 사업을 모두 아우르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리했다.

이어 지난해 9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인적분할 한 신설법인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지주'를 설립·출범했는데, 해당 신설법인에 한화비전과 한화세미텍(당시 한화정밀기계)을 100% 자회사로 두도록 했다.

또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올해 초인 지난달 1일자로 자회사 한화비전을 흡수 합병해 사명을 한화비전으로 변경하고 한화세미텍(당시 한화정밀기계)을 100% 자회사로 두면서 반도체 제조 장비 사업에 더욱 집중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여기에 한화정밀기계의 이름까지 한화세미텍으로 변경한 것이다. 한화에 따르면 세미텍은 '반도체(Semiconductor)'와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합성어로, '종합 반도체 제조 솔루션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한화 오너가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인 조선·방산·에너지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가운데 삼남인 김 부사장이 첨단산업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반도체 사업을 맡게 되면서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본래 김 부사장은 유통 분야를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었으며 맡고 있는 한화로보틱스도 유통업과 연결시켜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김 부사장의 경우 최근까지도 급식업체인 아워홈을 인수하는 작업에 집중하던 상황이다.

그러나 반도체 사업이 장남인 김 부회장이 맡고 있는 사업과 연결성이 없는 한편 그간 '파이브가이즈' 론칭 등 김 부사장이 보인 신사업 역량이 새로운 반도체 제조 장비 사업에도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한화 측은 김 부사장의 신사업 발굴 역량에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한화로보틱스 등에서 신사업 발굴에 주력해왔다"며 "김 부사장의 합류로 HBM TC본더 등 최첨단 장비 중심 시장 확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사명을 변경한 한화세미텍은 TC본더와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로 통하는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 등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본격적인 반도체 제조 장비업체로 거듭나기로 한 만큼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 등에 납품해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김 부사장의 주 과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공급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온 상태다.

지난해 10월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세미텍 판교 R&D(연구개발) 캠퍼스를 직접 방문해 HBM용 TC본더 개발 현황을 점검하며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현재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독점으로 납품하고 있는 곳은 경쟁사 한미반도체인데, 한화세미텍은 한미반도체와 TC본더 특허를 놓고 분쟁을 겪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12월 한화세미텍이 자신들의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자신들이 개발한 2개 모듈과 4개 본딩 헤드 방식이 한화세미텍 장비에 동일하게 적용됐고 구조와 외관 등의 설계가 유사하다는 게 한미반도체의 주장이다.

이에 한화세미텍은 '사실무근'이라며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한화세미텍 측은 한미반도체가 거론하는 모델의 경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국내외 전시회에 출품하지 않았고 홈페이지에 공개한 적도 없다는 입장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하는 등 소송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SK하이닉스가 HBM 판매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처럼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52%, 639%씩 증가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에 HBM용 TC본더를 납품한 점이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으로 보고 있다.

이에 한미반도체는 HBM용 TC본더의 납품 확대에 맞추기 위해 전용 신규 공장도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건립 중인 상황이다.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에 앞서 소송부터 진행되는 등 김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운 가운데 반도체 제조 장비 사업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