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약사 중 첫 연매출 2조원 돌파…렉라자로 신기원 달성 전망
[편집자주]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내년에 글로벌 블록버스터 K신약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스트레이트뉴스가 글로벌 블록버스터 K신약 유력 후보로 꼽히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 3종에 대해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은 연간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리는 신약을 뜻한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가 지난해 미국(8월)과 유럽(12월) 승인을 받아 해당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 일본과 중국 정부 승인을 얻으며 세계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일본과 중국 시장 확장에 성공하면 렉라자가 내년에 가장 먼저 글로벌 블록버스터 K신약으로 등극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1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이 오는 27일 존슨앤드존슨(J&J) 일본법인인 얀센파마가 신청한 라즈클루제(렉라자 해외 제품명)에 대해 심의하는 약사심의회를 개최한다.
앞서 얀센파마는 지난해 9월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라즈클루제와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 병용요법에 대한 일본 승인 절차를 밟았다. 얀센파마는 렉라자에 대한 글로벌 상업권을 갖고 있는 존슨앤존슨 자회사다.
업계에서는 라즈클루제가 일본 승인을 얻으면 현재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쓰이는 ‘타그리소(오시머티닙)’ 매출에서 절반 정도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에 따라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구분된다. 비소세포폐암은 폐암의 80~85%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의 폐암이다. 렉라자는 폐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EGFR의 신호 전달을 방해해 암세포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다. 지난해 8월 국산 항암제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허가를 받았고, 12월 31일에는 유럽 승인을 받았다.
현재 렉라자는 중국에도 품목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에 승인 여부가 나올 것”이라며 “세계 기준으로 평가되는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승인을 받아 일본과 중국에서도 승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렉라자 약가가 경쟁약인 타그리소보다 높게 책정됐다. 렉라자 미국 약가는 30정(1개월분)이 1만8000달러(약 2600만원)로 책정됐다. 렉라자 연간 약가는 21만6000달러(약 3억1200만원)로 타그리소 연간 약가 20만4000만달러(약 2억9000만원)보다 높다.
업계 일부에서는 높은 약가가 판매율을 낮춰 매출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존슨앤드존슨 발표에서 렉라자 병행요법 약효가 더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면서 “(값보다는 효과를 우선시해) 많은 환자와 의료진이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월 7일 존슨앤드존슨이 MARIPOSA 3상 임상시험 최종 분석 결과,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표준치료제인 타그리소보다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을 1년 이상 개선했다고 발표했다. 이 데이터는 주요 의학회에서 발표되고, 세계 보건당국과도 공유할 예정이다.
지난 3일에는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렉라자와 병용해 사용하는 리브리반트 피하주사(SC) 제형을 승인 권고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리브리반트 SC 제형의 품목 허가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리브리반트 SC 제형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
리브리반트 정맥주사는 투여에 5시간이 걸리는데 SC 제형은 5분으로 크게 단축된다. 이에 따라 치료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함께 쓰이는 경구용 약물인 렉라자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호재가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렉라자 매출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존슨앤드존슨은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최소 연매출 50억달러(약 7조2200억원)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쟁약인 타그리소가 세계 시장에서 올리고 있는 연매출은 58억달러(약 8조3700억원) 정도다.
증권가에서는 일본과 중국에서 승인을 받아 시장 확장에 성공하면 2027년에 유럽과 중국, 일본 시장이 미국 시장을 추월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만큼 매출 성장도 빨라져 내년에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등극될 것으로 높게 전망했다.
메리츠증권은 미국 시장에서 렉라자 매출이 올해 3억640만달러(약 4400억원), 2026년 8억1810만달러(약 1조1800억원)를 예상했다. 유럽·중국·일본에서 올해 2억9440만달러(약 4300억원), 2026년 7억7460만달러(약 1조1200억원) 매출을 기록한다고 전망했다. 2027년에는 유럽·중국·일본 매출이 14억9770만달러(약 2조1600억원)로 미국 매출 13억2130만달러(1조91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렉라자와 리브라반트 병용요법이 전체생존기간에서도 좋은 결과가 예상되는 등 비소세포폐암을 대표하는 치료제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