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E&S 합병 효과 가시화…에너지 사업 속도
반도체 중심 사업 전개…SK하닉·SKC 시너지 집중
SK온 회복은 과제…합병 통한 재무부담 완화 관건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도 비주력 자산을 매각하고 핵심 사업 중심으로 계열사 정리에 나서는 등 '리밸런싱' 작업을 적극 추진한다. 그룹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는 동시에 반도체와 에너지 분야에서 선두에 나서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다만 SK온의 반등은 여전히 과제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 우려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따른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그룹은 지난해 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했다.

현재 재편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부분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다. 지난해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해 '에너지 공룡' 기업을 탄생시켰다. 이를 통해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실적이 즉각 회복세를 나타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4조7170억원과 3155억원이었는데, 이 중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599억원을 기록했다. 합병을 마친데 따라 SK E&S의 11월과 12월 실적이 반영되면서 4분기에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올해는 양사 합병을 바탕으로 정유와 석유화학, 수소 사업 등 에너지 전반에서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미국의 원유·가스 생산량 확대, 화석연료 통한 블루수소 생산 등이 호재로 거론되고 있어 실적 개선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해 SK(주)의 특수가스 제조사 SK스페셜티의 지분 85%를 매각하는 한편 SK네트웍스의 SK렌터카와 SKC의 SK피유코어, SK엔펄스 일부, 박막 사업 등도 함께 팔면서 불필요한 가지는 쳐내고 핵심 사업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왔다.

이어 올해도 최 회장은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인수했던 수처리 기업 리뉴어스와 리뉴원 지분 등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 분리막 자회사 SKIET, SK스퀘어의 11번가 등도 매각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SK지오센트릭을 매각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이에 대해 SK그룹 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공시하며 선을 그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의 리밸런싱을 통한 체질개선이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주력 자산을 매각해 투자금을 마련하면서 반도체와 에너지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고강도 리밸런싱으로 SK그룹의 올해 영업이익은 대폭 개선될 전망"이라며 "지주사 SK의 올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4.4% 증가한 133조원, 영업이익은 66.4% 늘어난 5조9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비주력 사업을 많이 떼어낸 SKC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SKC가 반도체 소재 사업 쪽으로 노선을 틀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반도체 핵심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SKC는 AI 반도체 소캣부터 유리 기판을 아우르는 반도체 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해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현재 AI 반도체 열풍에 따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유리 기판이다. '발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성능 AI 반도체일수록 '열 관리'가 중요한데, 유리 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보다 열에 강하고 휘어짐 현상이 적어 고성능 AI 반도체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C는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유리 기판 시생산을 시작하며 시장 진입 채비를 마친 상태다. SKC의 유리 기판 사업을 전적으로 담당할 자회사 앱솔릭스의 경우 미국 상무부로부터 보조금 7500만달러를 지급받기로 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1억달러의 국가첨단패키징제조보조프로그램(NAPMP) 보조금을 받는 계약도 완료했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앞서나가고 있는 가운데 SKC의 유리 기판 기술력이 SK하이닉스의 고성능 칩과 만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가 모이는 상황이다.

다만 리밸런싱 과정에서 배터리 사업 회복은 여전히 큰 과제다. SKC 역시 동박 사업을 아직 포기하지 않은 상태이며,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SK온은 적자 탈출이 가장 큰 과업이다. 지난해 진행한 SK이노베이션과 E&S 합병도 적자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SK온의 재무구조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조치 중 하나이기도 했다.

대신 지난달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의 합병까지 마무리하면서 재무구조 안정화 작업은 마무리 한 상태로, 올해 1분기 합병 효과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K온은 올해 풀어야 할 과제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주요 고객사와의 북미 신규 완성차 공장향 배터리 출하 본격화 △이에 연계한 AMPC 수치 금액의 증가 △원가 구조 개선 및 수익성 재고 화동 추진 강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및 SK엔텀과의 합병 시너지 등이다.

이 중 가장 마지막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합병을 통해 재무부담 완화를 이뤄 투자자금 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현재 SK온은 회사채 발행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SK그룹 측은 확실한 개선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 6일 컨퍼런스콜에서 "배터리 업황이 악화되면서 고정비 부담 증가와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가 축소됐으며 정제 마진 감소로 기존 사업의 영업현금흐름이 악화됐다. 지난 4년간 지속된 미래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로 재무 구조의 안정성이 일부 악화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면서도 "2025년 올해 완공 예정인 북미 포드 합작법인(JV)와 현대자동차 합작법인(JV)을 끝으로 대규모 캐펙스(CAPEX, 설비투자)가 완료될 예정이다. 올해부터 초기 투자에 대한 EBITA 창출과 합병 시너지가 가시화되면서 재무 부담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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