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국가 수장 만난 구본상 LIG 회장 vs 기업 대표 만난 김동관 한화 부회장
LIG넥스원, 중동 방산 시장 공략 강력 의지 보여
한국 방산기업의 오너들이 전면에 나서서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중동 국가의 기업과 정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세일즈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장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시스템(L-SAM)에서 LIG넥스원이 아랍에미리트(UAE)를 사로잡으며, 한화그룹보다 한발 앞서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에서 17일(현지시간)부터 열리고 있는 중동 최대 방산 전시회 ‘IDEX 2025’에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구본상 LIG그룹 회장이 각 그룹의 주요 무기체계와 기술력을 소개하며, 중동 시장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IDEX 2025는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특히 두 그룹은 지난해 말에 함께 개발을 완료한 L-SAM을 IDEX에서 각자 선보이면서 수출 주도권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LIG넥스원이 주계약자로 사업주도권을 갖고 있지만 수출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이 노력하기에 따라서 해외에서 주계약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L-SAM은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국내 19개 업체가 참여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L-SAM은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사드와 함께 40~60㎞ 상공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며 고고도 방어망을 구축한다. 현재 LIG그룹이 한화그룹을 한발 앞서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상 LIG그룹 회장은 17일(현지시간) IDEX LIG넥스원 전시관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모하메드 대통령에게 L-SAM을 소개한데 이어, 저고도에서 고고도를 아우르는 다층방어 통합 솔루션 K-대공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처럼 구 회장이 UAE 국가 수장과 만나 국가 차원에서 수출과 협력을 논의한 반면,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UAE 방산기업 대표와 만나 기업 차원에서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회장은 17일(현지시간) IDEX에서 UAE 방산기업 EDGE 그룹 CEO인 파이살 알 반나이를 만나 방산, 우주와 조선·해양 사업 등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 부회장은 EDGE와 협력해 무인 방공 시스템을 구축하고, 우주항공과 위성 산업에서 EDGE와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화는 무기체계 현지 생산과 운영 역량 강화, 항공 엔진 제조, 기계와 전자장비 분야에서 축적한 전문 기술력을 바탕으로 EDGE와 다양한 무인 시스템 개발 협력 등을 논의했다.
IDEX 2025에서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중심으로 L-SAM 주요 구성 요소인 유도탄과 발사대, 다기능 레이다(MFR) 같은 ‘다층 방공 솔루션’ 핵심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또 ‘한국형 아이언돔’으로 부르는 장사정포요격체계(LAMD) 다기능레이다, 안티드론 시스템도 전시했다. 또 국산엔진을 탑재한 ‘K9 자주포’를 전진 배치했다.
LIG넥스원은 ‘K-대공망’ 시스템을 새롭게 선보였다. K-대공망은 저고도에서 고고도를 아우르는 다층방어 통합 솔루션이다. 중거리·중고도 요격체계 ‘천궁Ⅱ’, L-SAM, LAMD, 근접방어무기체계 ‘CIWS-Ⅱ’ 등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 LIG넥스원은 중동 방산 시장 공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IDEX 2025에서 홍현빈 LIG넥스원 해외1사업부장이 UAE 국영통신사 WAM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확인된다.
인터뷰에서 홍 부장은 “LIG넥스원은 UAE와 10년 넘게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며 “UAE와 단순한 구매·판매 관계를 넘어 신뢰와 기술 이전, 현지 생산에 기반한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 부장은 “중동은 글로벌 방위 산업에서 유망한 시장이자 LIG넥스원 최대 수출 시장”이라며 “UAE와 관계를 기반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바레인 같은 다른 중동 국가들과 협력도 확대해 세계에서 LIG넥스원 입지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두 그룹은 K방산 수출을 위해 UAE 관련 기관과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LIG넥스원은 18일(현지시간) IDEX 2025에서 UAE 방위사업청 격인 타와준(Tawazun) 산하 품질검수기관(TQC)와 군수품 품질관리 및 인증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MOU를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도 18일(현지시간) TQC와 군수품 품질관리 및 인증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MOU를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타와준은 방산물자 조달을 담당하며, 산하 TQC는 국방기술품질원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