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판매에서 픽업트럭 비중 1% 가량
KGM '무쏘 EV' 출시에 기아 '타스만' 도전장

기아 타스만. 기아 제공
기아 타스만. 기아 제공

기아가 브랜드 첫 픽업트럭인 '더 기아 타스만(이하 타스만)'을 출시하며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 픽업트럭 강자인 KG모빌리티가 지난달 픽업트럭 전용 브랜드 '무쏘'를 출범한 가운데  본격적으로 픽업트럭 시장 경쟁이 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규모가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 '불모지로 꼽히는데, 기아가 도전장을 내민데 따라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국내 픽업트럭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23.3% 줄어든 1만3954대로 집계됐다.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자동차, 기아, KG모빌리티, 한국GM, 르노코리아)의 지난해 내수 총 판매량이 135만8842대인 점을 고려하면 픽업트럭의 판매 비중이 1% 가량에 불과한 셈이다.

특히 국내 픽업트럭 등록 대수는 2017년 2만3574대에서 2018년 4만1467대, 2019년 4만2825대로 점차 상승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이후 2020년 3만8929대, 2021년 3만902대, 2022년 2만9685대 등으로 점차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어 2023년에는 1만8199대로 전년 대비 38.7%나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이보다 더 줄어든 1만3954대에 그쳤다.

픽업트럭 시장의 부진 이유는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 대체 모델이 활발히 출시된 점이 꼽힌다.. 또 큰 차체로 인해 국내에서는 도심 주행이나 주차가 어려운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미국이나 캐나다 등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대개 픽업트럭 구매자가 자영업자들로 한정되는 등 식당이나 가게에서 대용량 자재를 실어나르는 용도 정도로만 사용되는 형편이다. 

양재완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소비자들의 자동차 공간 활용성에 대한 인식 변화와 레저 활동의 증가 등으로 SUV 모델 선호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기존 픽업트럭 강자인 KG모빌리티가 '무쏘'를 픽업트럭 통합 브랜드로 출범한 데 이어 기아가 패밀리카, 레저카 등의 수요를 노린 첫 정통 픽업트럭 '타스만'을 출시하면서 눈길이 쏠린다.

양사 모두 노리고 있는 부문이 단순한 자영업자용 트럭이 아닌 고급 트럭 분야인 만큼 가격과 성능 등의 면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또 이번 경쟁으로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새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본래 KG모빌리티는 이전 쌍용자동차 시절 최초의 SUT(스포츠유틸리티트럭)인 '무쏘 스포츠'를 시작으로 코란도 스포츠, 렉스턴 스포츠&칸 등 픽업트럭을 연이어 흥행시키며 국내 픽업트럭 대중화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도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상황으로, 지난해 KG모빌리티의 렉스턴 스포츠&칸이 1만2231대가 판매되기도 했다. 지난해 판매된 픽업트럭 대수가 1만3954대인 점을 고려하면 87%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이어 KG모빌리티는 지난달 24일 픽업트럭 통합 브랜드로 '무쏘'를 공식 출범하면서 과거 픽업트럭의 시초였던 무쏘를 부활한다고 밝혔다. 픽업트럭 시장 우위 확보에 더욱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특히 무쏘 브랜드의 첫 번째 모델로 '무쏘 EV'를 내놓으면서 국내 첫 전기 픽업트럭이라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무쏘 EV는 지난해 12월 환경부 인증을 완료하며 올해 1분기 출시를 위한 막바지 준비를 진행하는 중이다.

앞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탑재되는데 따라 보조금 혜택이 적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으나 '전기 화물차'로 분류되면서 예상보다 높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전기 픽업트럭의 경우 무거운 화물을 적재할 경우 주행거리가 짧아져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이 같은 인식을 해결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이러한 상황에 기아가 '타스만'을 내놓으며 정면승부를 걸었다.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2024 제다 국제 모터쇼'에서 첫 공개된 타스만은 개발에만 4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모델로, 기아가 큰 공을 들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아에 따르면 국내를 포함해 미국, 스웨덴, 호주, 중동 등에서 1777종에 달하는 테스트가 진행됐으며 글로벌에서 성능을 입증한 모하비 플랫폼을 기반으로 완성됐다.

타스만은 가솔린 2.5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 모델로, 최고출력 281마력과 최대토크 43.0kg·m를 발휘한다. 연료효율성은 복합연비를 기준으로 ℓ당 8.6km다.

여기에 최대 3500kg까지 견인할 수 있는 토잉 성능을 갖췄으며 견인 중량에 따라 변속 패턴을 차별화하는 토우 모드를 적용해 승차감 및 변속감, 연료효율성을 최적화한 것도 특징이다.

이밖에도 공기 흡입구를 전면이 아닌 측면 펜더 내부 상단에 탑재해 최대 800mm 깊이의 물을 시속 7km로 도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기아는 특별히 오프로드 성능에 초점을 맞춘 'X-프로' 버전도 함께 선보인다. 포드, 쉐보레, 지프 등 수입 픽업트럭들과의 경쟁도 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입 픽업트럭들의 국내 시장 비중은 크지 않지만 높은 오프로드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는 판매량 기준 ▲포드 레인저 4.7% ▲쉐보레 콜로라도 2.6% ▲GMC 시에라 2.3% ▲지프 글래디에이터 1.9% 순으로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지프는 오는 4월 신제품 '뉴 글래디에이터'를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의 도전이 정체돼 있던 픽업트럭 시장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환경이 밝은 편은 아니지만 픽업트럭의 대당 마진이 다른 차종(세단, SUV)들보다 높은 편이기 때문에 기아의 타스만이 흥행할 경우 수익률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픽업트럭의 비중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미미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급성장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아의 시장 진출로 픽업트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수요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고 완성차 업체간 가격이나 성능 경쟁도 본격적으로 점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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