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홍장원, 뭘 잘 모르는 사람 부탁을 체포 지시로 엮어”
尹측, 10차 변론서 '홍 메모' 저의 공격…“보좌관이 한동훈 친구”
洪, 메모 작성 경위 상세하게 설명…메모 원본도 가져와 공개
한덕수 “비상계엄 모두 만류…제 기억엔 찬성한 사람 없다”
조지호 “공소사실 관련은 증언 못 해”…대부분 답변 거부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25일 진행하기로 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20일 오후 10차 변론을 마무리하면서 "다음 기일은 2월 25일 오후 2시"라며 "양측 대리인의 종합 변론과 당사자의 최종 의견 진술을 듣겠다"고 고지했다. 

윤 대통령과 국회 양측 모두 큰 이견 없이 수용했다.

통상적으로 헌재는 최종변론 이후 2주일여동안 평회 등을 거쳐 최종 결정 선고를 내리는만큼 인용 및 기각 여부는 다음달 중순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후 석달여만에 파면 또는 직무복귀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헌재는 25일 증거조사를 먼저 거친 뒤 국회와 윤 대통령 대리인단에 2시간씩 최종 의견을 밝힐 시간을 부여할 예정이다.

이어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이 각각 최종 의견 진술을 한다. 형사재판의 최후 진술 개념이다.

25일 이후 헌재는 재판관 평의를 통해 탄핵 여부에 대한 의견을 모으게 된다. 주심 재판관의 검토 내용 발표를 거쳐 표결로 결정하는 평결을 한다.

평결이 이뤄지면 주심 재판관이 다수의견을 토대로 결정문 초안을 작성한다. 결정 주문이나 이유에 대해 다수의견과 견해가 다른 경우 소수의견을 제출해 반영한다. 결정문 초안은 이런 과정을 거쳐 보완돼 최종 확정된다.

이날 10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 대한 증인신문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어 약 9분여간 홍 전 차장 진술과 그가 작성했다는 메모 등을 적극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의 메모의 문제는 저와 통화한 걸 가지고 ‘대통령의 체포 지시’라는 것과 연계해서 내란과 탄핵 공작을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거짓말’, ‘전부 엉터리’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에게 격려 차원에서 전화해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육사 선후배인 만큼 방첩사를 좀 도와주라고 얘기한 것”이라며 “그 얘기를 목적어도 없는 체포 지시로 엮어서 대통령의 체포 지시로 만들어 냈다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날 통화에서 ‘홍 전 차장이 여 전 사령관과 육사 선후배이지 않나’라고 한 게 가장 중요한 얘긴데 아까 홍 전 차장이 못 들었다고 거짓말하지 않나”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잘 모르는 사람의 부탁을 받아서 ‘에이, 미친 X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네’라고 했다면서 그 메모를 만들어 갖고 있다가 12월 5일 사표 내고, 6일에 해임되니까 대통령의 체포 지시라고 엮어냈다”고 주장했다.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의 체포 지원 요청을 받을 당시 ‘미친 X인가’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여 전 사령관이 계엄 당시 정치인 등 주요 인사들에 대한 위치파악을 지시한 건 ‘체포’를 위해서가 아니라 ‘동향 파악’을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위치 파악은 불필요하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이 수사기관에서 ‘대통령이 국정원 직제를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에 대해서도 “전부 엉터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국정원 직원을 빼고 저만큼 국정원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며 “저는 국정원 수사를 3년 했고, 국정원과 방첩사령부, 경찰의 대공수사 역량을 보강하기 위해 취임 이후에도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탄핵 심판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와 조태용 국정원장이 연락을 주고 받은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해서는 “통화 내역이 어떤건지 저도 궁금하다”고 했다. 김 여사는 계엄 전날과 계엄 당일 조 원장과 통화, 문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11월 대국민 담화 기자회견 이후 소통 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11월 중순에 휴대전화를 바꿨다”며 “제 아내가 국정원장이 안보실장이던 시절에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개인 휴대폰을 바꾸고 원래 휴대전화를 다 없앴기 때문에 통화 내역이 어떤건지 사실 저도 좀 궁금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증인신문에서 홍 전 차장이 작성했다는 '체포조 메모'의 신빙성을 또다시 공격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미친 짓이라고 생각해 적다 말았다고 했는데 굳이 이 메모를 다시 보좌관에게 정서시킨 이유는 무엇이냐”며 “그 명단을 굳이 기억할 이유가 있느냐, 다른 목적을 갖고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데 그 목적이 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메모를 받아적은 보좌관이 현대고등학교를 졸업한 한동훈 전 대표의 친구는 아니냐”고 캐물었다.

홍 전 차장은 “제 보좌관의 친구들이 어떤 사람인지까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변호사는 “검찰에 메모의 원본을 제출하지 않은 이유가 위치 확인 지원이나 정치적 활용 목적으로, 또는 민주당에 제공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느냐”고 묻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메모의 종류가 여러 개이고 체포 대상자가 14명인지 16명인지 불확실한 이유, 메모를 작성한 장소를 혼동한 이유 등도 캐물었다.

홍 전 차장은 국회 측 반대신문 시간에 발언권을 얻어 최초 작성한 메모를 폐기한 뒤 자신의 보좌관에게 다시 작성하게 했으며 이후 가필한 경위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이지만 방첩사에서 비상계엄 기간에 왜 이런 사람들을 체포하려고 했는지 궁금증이 있었다”며 “명단에 관심을 가져봐야겠다고 해서 나름대로 메모해서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좌관에게 정서시킨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혼자 썼다면 누가 믿었겠느냐”라고 반문하며 “정보기관 특성상 뭘 들으면 메모하거나 기록하는 게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메모 원본을 직접 가져와 공개하기도 했다.

홍 전 차장 신문 과정에서 윤 대통령 측은 이날 국민의힘이 공개한 국정원 폐쇄회로(CC)TV 등을 거론하며 메모의 신빙성을 공격하기도 했다. CCTV에는 홍 전 차장이 국정원장 공관 앞 공터에서 여 전 사령관과 통화했다던 12월 3일 밤 10시 58분쯤 국정원 본청 내부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12·3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와 관련해 “이게 국무회의인지 아닌지는 수사와 사법 절차를 통해 판단돼야 한다”면서 “통상의 국무회의와는 달랐고,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또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보거나 받은 적이 없다”며 “국무위원 모두 걱정하고 만류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헌재에 나와 ‘국무위원들에게 계엄선포문을 배포했고, 비상계엄에 찬성한 국무위원도 있었다’고 주장한 것과 정반대되는 증언이다. 한 총리는 “당시 국무회의 후 남긴 회의록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청구인인 국회 측이 ‘계엄법에 의하면 계엄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는데, 당시 국무회의에서 계엄사령관에 대한 심의가 없었고 누가 계엄사령관이 됐는지도 모르지 않았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한 총리는 “계엄법에 따른 국회 통보 절차, 계엄사령관 공고 절차도 이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형두 재판관이 “증인의 생각을 듣고 싶다”며 당시 국무회의의 성격에 대해 재차 묻자 한 총리는 “어쨌든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라는 말씀과 그게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의 팩트로서 분명히 말씀드린다”라고 답했다.

이날 변론 시작 전 재판정에 들어왔던 윤 대통령은 대리인과 상의 후 5분 만에 재판정을 나갔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피청구인이 일국의 대통령과 총리가 같은 심판정에 앉아 있고, 총리가 답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 좋지 않다고 해 변호인과 상의하고 퇴정했다. 양해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 증인신문에 맞춰 재판정에 다시 들어왔다.

오후 7시쯤 세 번째 증인으로 나온 조지호 경찰청장은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조 청장은 "관련 사항이 공소 사실에 포함돼 있어서 증언을 못하더라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증언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아직 변호인과 협의가 안 된 상태라 여기서 말하기 어렵다"며 "재판을 통해 다 이야기하고, 제가 책임을 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밝히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 청장은 변호인 입회하에 검찰 조사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했고 사실대로 답했느냐는 질문에 "조서별로 제가 그렇게 다 서명 날인을 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 측 이동찬 변호사가 조사 당시 건강 상태를 묻자 조 청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갑자기 폐렴 증상이 와서 급속도로 건강이 나빠졌다"면서도 섬망 증상이 있다든지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 증인, 서울경찰청장, 기타 사령관들을 모두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몰아세우니까 일부 사실과 다르게 진술한 게 있는 것 아니냐"며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신빙성을 지적하는 질문을 했다. 조 청장은 "공소장에 나온 내용이 일부 있는데 그건 여기서 답변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답을 피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빨리 직무 복귀를 해서 세대 통합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민변호인단 집회에서 연단에 올라 "오늘 국민변호인단이 다시 모인다는 말씀을 듣고 (한 말)"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소위 어른 세대와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와 함께 세대 통합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힘을 써달라"고 당부했다고 석 변호사는 전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제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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