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고강도 리밸런싱 지속…반도체·AI·에너지 사업 중심
최태원, 재계 총수 대표로 글로벌 외교 속도…결실 기대↑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TPD 2025' 둘째 날 행사에서 AI 관련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TPD 2025' 둘째 날 행사에서 AI 관련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강도의 그룹 리밸런싱(재조정)에 나서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룹의 성장도 이끄는 동시에 적극적인 글로벌 외교를 통해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도 SK그룹은 최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반도체와 AI(인공지능), 에너지 등 핵심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고 있다.

HBM(고대역폭메모리)으로 메모리 시장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를 필두로 SKC의 유리기판 사업, SKT의 AI 데이터센터 사업 등 반도체 및 AI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C는 박막사업 등 비주력 사업을 정리했고 SKT는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 등을 정리하는 중이다.

지난달 초에는 AI 반도체 분야에서 끈끈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는 엔비디아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와 만나 관계를 다시 한 번 입증했으며 이달 초에는 방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도 만났다.

이어 설 연휴 직후인 지난 14일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베트남을 찾았다.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 박원철 SKC 사장, 김종화 SK에너지 사장, 명성 SK어스온 사장 등과 함께 베트남의 또럼 당서기장, 팜민찐 총리를 만나 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와 양국 우호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에너지 사업을 담당 중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해 하반기 합병을 마치고 본격적인 시너지를 낼 발판을 마련했다. 아픈 손가락인 SK온도 올해 초 합병 작업을 마무리한 만큼 반드시 반등하겠다는 목표를 다진 상태다.

SK트레이딩내셔널, SK엔텀과의 합병을 마쳐 재무 안정화를 이룬데 이어 현재 고분자·산화물 복합계와 황화물계 등 두 종류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력에서 앞서겠다는 방침이다. 

고분자·산화물 복합계는 오는 2027년, 황화물계는 오는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특히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건설 중인 황화물계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는 올해 하반기 완공할 예정이다.

사업 리밸런싱을 위한 글로벌 행보 확장에 한창인 가운데 최 회장은 지난 19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기업 인사들을 비롯한 총 26명의 경제인으로 꾸려진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으로 떠났다. 20일까지 양일간 백악관에 방문하고 재무부 고위 당국자와 주요의원, 주지사 등을 만나며 글로벌 외교를 펼쳤다.

그룹의 총수로서 사업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한편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 수장으로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내 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발표에 희비가 엇갈리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태다. 이에 최 회장을 필두로 한 경제사절단의 외교가 본격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 회장과 사절단 인원들은 지난주 임명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만나 양국 투자 협력 방안 등 40여 분간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러트닉 장관은 한국 기업인들에게 최소 10억달러(1조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절차)'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 회장은 취재진들과 만나 "어느 일방이 시혜를 베푸거나 요구를 들어주는 얘기가 아니라 같이 해서 좋은 것이 있어야 한다"며 "원래 계획했던 성과들을 다 거뒀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그룹 차원의 대미 추가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검토는 계속하고 있다. 비즈니스가 필요한 투자는 하는 게 당연한 얘기"라며 "인센티브가 같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 회장은 미국 워싱턴 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주최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활동에 참여했다. 지난 21일에는 개회사를, 이어 22일에는 AI에 대한 특별연설을 진행하며 한국 산업을 살리기 위한 글로벌 메시지를 전했다.

최 회장은 "오늘날 세계 변화의 핵심이 된 AI와 에너지 분야에 한미일 3국 협력(Trilateral Cooperation)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제조 AI, 에너지, 조선·해운, 원자력 등에서 힘을 모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앞으로 리더십 경쟁은 제조 AI 분야에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며 AI 분야에서 한·미·일 3국 협력 전략을 빠르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의 일환으로 ▲한국 제조업의 최첨단 생산설비 ▲미국의 소프트웨어 ▲일본의 소재·장비 기술 등의 강점을 결합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 회장의 글로벌 행보를 통해 한·미·일 정관계 인사들도 3국 협력에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당시 행사에서 3국 관계자들은 ▲한국·일본이 미국의 에너지 수출을 위한 인프라·물류를 지원하는 한편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협업 ▲원자력·SMR 산업에서 미국의 원천 기술·IP를 한국·일본의 EPC(설계·조달·건설) 능력과 조합하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박병열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외교적 대응을 통해 한국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음을 적극 부각해야 한다"며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 한국의 대미 해외직접투자(FDI)가 크게 증가해 수만 개의 일자리 창출 및 미국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 왔음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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