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철강의 글로벌 공급 과잉 및 수요 부진, 트럼프 2기 행정부 보호무역 정책으로 인한 관세 부과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철강 기술 경쟁력으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27일 포스코는 AI(인공지능)와 로봇기술이 융합된 '인텔리전트 팩토리'로 전환해 미래형 제철소 구현에 나선다고 밝혔다.
인텔리전트 팩토리(Intelligent Factory)란 스마트팩토리를 넘어 모든 공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통합·서비스해 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까지 수행하는 지능형 공장을 의미한다.
현재 포스코는 국내 최초의 등대공장으로서 스마트기술을 현장에 폭 넓게 적용해 나가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등대공장은 어두운 밤하늘에 등대가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듯 IoT(사물인터넷), AI,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적극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혁신적으로 이끌고 있는 공장을 말한다. 포스코는 지난 2019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세계의 등대공장에 선정된 바 있다.
이 가운데 최근 클라우드, 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산업계가 스마트 팩토리에 AI를 결합한 '인텔리전트 팩토리'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따라 포스코도 인텔리전트 팩토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문·생산·판매·마케팅 등 제조 전 프로세스를 관통해 한 단계 높은 원가, 품질, 안전이 구현되는 지능형 자율제조를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의 인텔리전트 팩토리 전환의 시범 사례로는 '전로 원터치 취련 자동화 기술'이 있다. 해당 기술은 한 번의 버튼 클릭으로 모든 취련 작업을 100% 자동으로 수행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이다. 취련(吹鍊)이란 광석을 용광로에 넣고 녹여서 함유한 금속을 분리ㆍ추출해 정제하는 일을 일컫는다.
본래 전로 조업은 공정 단계마다 취련사의 세심한 조작이 필요해 전로 3기당 11명이나 되는 많은 작업자가 투입돼야 한다. 특히 취련이 완료된 용강의 온도는 1600℃ 이상이고 그 무게도 300t에 달해 취련사들은 늘 긴장감을 느끼며 업무에 임해야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포스코 광양 제강부와 기술연구원은 2018년부터 전로 원터치 취련 자동화 조업기술 개발에 착수했다는 설명이다. 취련사의 안전을 보장하고 일관된 조업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더 나아가 이 기술은 현장에서 조업을 해야하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 공간 제약 없이 원격으로 자동 취련을 제어할 수 있는 고도화된 기능을 제공한다. 해당 기술의 핵심이 'IoT 기반으로 계측된 영상을 AI로 학습해 설비가 자동 운전되는 기술'과 '포스코형 AI 열배합 모델이 적용된 취련 조업'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IoT 기반의 영상 계측 시스템이 작업 현장의 사각지대와 고위험 지점을 모니터링하고 영상을 학습한 AI가 최적의 전로 운전 방법을 제시한데 이어 AI 열배합 모델이 용선의 온도, 성분, 전로의 상태 등 조업 환경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적합한 취련 방법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포스코는 전로 원터치 조업 자동화를 시작으로 직원의 안전을 확보하고 생산성과 품질을 높여 인텔리전트 팩토리 변환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점차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포스코는 1990년대 말 로봇을 처음 도입한 이래 계속해서 '로봇 자동화'를 지속 추진해온데 이어 2016년부터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발맞춰 제철소 내 고위험·고강도 수작업을 대체할 로봇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족보행 로봇'과 '스마트와이어볼' 등이 그 예다.
4족 보행 로봇은 미국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스폿(SPOT)'을 도입하고 있다. 스폿은 현존하는 4족 보행 로봇 중에서도 완벽한 하드웨어를 자랑한다. 다만 단일 모델로만 출시돼 크기와 성능을 다양한 설비 환경에 맞춰 효율적으로 조절하기는 어려워 '포스코형' 4족 보행 로봇을 만들고자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AI로봇융합연구소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적용했다.
4족 보행로봇의 제철소 적용은 2022년 광양 1고로에서 적용 테스트를 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23년 11월 고로를 무인 자율 점검할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 개발에 성공해 현장에 투입됐다. 해당 기술은 제철소 작업 환경에 맞춰 제작돼 상당히 정교하고 고도화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4족 보행 로봇이 사람 대신 제철소 내 고로 풍구(고로 내에 열풍을 불어넣는 통로) 설비점검 경로를 따라 자율 주행하면서 점검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이상 상황을 감지하는 역할을 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점검자가 직접 송풍지관에 가까이 다가가 육안으로 수시 점검해야 했다. 하지만 설비 뒤쪽의 온도 측정이나 전체의 정확한 온도 변화와 추이를 확보하기가 어려웠으며 점검을 진행하더라도 작업자가 화상이나 가스 중독 등의 위험에 노출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4족 보행 로봇을 투입한 이후로는 사무실에서 원격 제어해 송풍지관의 세밀한 열화상과 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일정 주기로 로봇이 풍구상을 자율 주행하면서 44개 송풍지관의 데이터를 자동 수집해 이상온도 유무를 체크할 수 있게 됐다고 포스코는 밝혔다.
특히 기존에는 위험 환경에 대한 우려로 매주 1번 했던 열화상 측정을 매일 일정 시간 주기로 할 수 있게 됐으며 이를 통해 일정 주기의 정확한 데이터가 고로 관제실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서 향후 AI 기반의 설비이상 예지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포스코는 제철소 고위험 개소의 위험 작업을 작업자 대신 로봇이 수행하게끔 AI 로봇을 투입하는 등 제철소의 로봇화를 가속해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가 3년간 외부 로봇업체와 공동개발해 제작한 '스마트와이어볼'도 스마트팩토리의 핵심 기술이다. 스마트와이어볼은 컨베이어벨트(석탄·철광석 등의 연원료 이송 설비)의 고장 유무를 점검·진단하는 로봇으로, 음향·영상·열화상 센서를 통해 밀폐 상태인 이송설비의 상태를 점검한다.
기존에 포항과 광양 각각 수십명의 작업자가 300km에 달하는 연원료 이송설비를 수작업으로 진단해왔다. 사람이 점검하려면 이송설비 전원을 차단한 뒤 수십개의 문을 열어 직접 안을 들여다봐야 했다.
그러나 스마트와이어볼은 외부에서 소리와 열을 체크해 작업자에게 데이터로 전송해줘 업무 효율성을 높이며 설비 관리에 유용하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포항제철소 및 광양제철소 연원료 이송설비에 각각 2대의 스마트와이어볼을 설치해 실증 테스트 과정을 거쳤으며 올해는 이송설비 핵심 개소에 스마트와이어볼을 확대 적용했다. 이를 통해 무인 원격 설비 점검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